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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CIO 임명, 운용 독립성·효율성 보장 계기 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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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년 넘게 공석이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에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어제 선임됐다. CIO는 국민이 낸 보험료 등으로 조성한 638조원에 이르는 기금을 운용하는 총책임자다. 국민 노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국민연금은 지금 변혁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덜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은 앞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방식이 됐든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 개편이 불가피한데 가입자의 반발이 만만찮다. CIO는 이런 상황에서 기금을 잘 운용해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번 CIO 공모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는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났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주요 인사의 개입설이 흘러나와 논란이 됐다. 재공모를 거쳐 CIO를 선임한 만큼 기금 운용의 독립성·효율성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벌써 정부의 기금운용체계 개선안을 놓고 잡음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기금 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전환해 상근위원 3명을 두고 복지부 산하에 사무국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최근 공개했다. 당장 복지부가 상근위원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장악하고, 공무원 조직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정권의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국민연금 수익률은 지난해(연평균 7.26%)에 못 미친 1.39%에 그쳤다. 국내 주식투자에서는 평가손실이 8조원(-6.11%)이나 났다. 수익률에 따라 국민 노후가 영향을 받는다. 기금운영본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수익률 제고’라는 효율성도 달성할 수 있다. 기금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바꾸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가입자의 동의가 필수다. 정부의 일방적인 기금운용체계 개편은 불신의 골만 깊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