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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최저임금 반대한다고 16개 부처 동원해 소상공인 압박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집단행동을 벌여온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와 여기에 소속된 61개 단체를 무리하게 조사해 ‘비판여론 재갈 물리기’ 논란을 자초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31일 경찰청과 기획재정부 등 10개 정부 부처와 서울시 등 6개 지자체에 협조 공문을 보내 연합회 소속 각 단체의 총회 개최 실적과 참석 인원 등을 파악하도록 했다. 표면상으로는 지난 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합회 내부(정상화추진위원회)에서 요청한 정회원 자격 여부에 대한 행정감사를 실시한다는 이유였다. 한마디로 통상적 업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3년 전 회장 선거 때도 똑같은 요청이 있었지만 연합회 측에 몇 차례 공문을 보내 소속 단체로부터 자격과 관련한 서류를 받은 게 전부였다. 심지어 당시 소속 단체 32개 중 10여 개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연합회 측에 “잘 조치하라”며 감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이번엔 16개 정부 부처가 동시에 달려들어 회원 자격 확인을 빌미로 조사에 나선 것이다. 특정 부처 고유의 행정 업무에 다른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동원된 것도 지극히 이례적인 데다 영세한 협회의 정회원 자격 확인에 정부가 총동원된 건 더욱이 유례를 찾기 어렵다. ‘정치적 청부 조사’라는 세간의 의심을 받는 이유다.

중기부 설명대로 이번 실태 파악이 순수한 정회원 자격 조사였다 하더라도 시기상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연초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연합회가 4월 국회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하자마자 연합회에 대한 현장 점검에 나섰고, 5월 14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자마자 소속 단체를 대상으로 한 범정부적 현황 파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혹여 이런 식으로 비판여론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옳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