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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범 강력 처벌” 목소리 높아지는데…“영상 있으면 그 여자 평생 내꺼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수 구하라씨의 사건 내막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사회적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선 이를 역행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리벤지 포르노’ 범죄란 교제했던 연인과 찍었던 사적인 영상을 이별 뒤에 다른 사람에게 유포하거나, 해당 영상을 연인에게 보내며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연관검색어’도 2차 피해”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걸그룹 카라 출신 가수 겸 배우 구하라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포털 사이트에 ‘구하라’ 이름을 치면 ‘포르노’ ‘동영상’ 등이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구씨가 전 남자친구 A씨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연관검색어 기능이 2차 가해를 낳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최근 혜화역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불편한 용기’ 등에는 ‘구하라씨 연관검색어 지우기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구씨는 성관계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성관계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연관검색어가 뜨고 있다”며 “연관검색어 삭제 요청을 다른 커뮤니티에도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리벤지 포르노 있으면 이 여자 평생 내 것?”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여자와 성관계 영상을 가지고 있으면 그 여자 평생 내 것이냐”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글쓴이는 지난 7일 일베에 올린 글에서 “간호사인 여자친구는 세 살 연상인데 학생인 내 주머니 사정 고려해 데이트 비용은 거의 자기가 부담하고 있다”며 “얘 뺏기기 싫어서 성관계 영상 몰래 찍어둔 게 하나 있는데 나 배신하면 그걸로 좀 놀려주려고 한다. 얘 내 손 안에 있는 거 맞냐”고 물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 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세 살 연하 간호학과 남자친구를 둔 간호사는 빨리 도망치라”며 글쓴이의 여자친구를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은 8일 오후 기준 조회 수 20만을 넘어섰다.

일베에 올라온 글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글쓴이가 언급한 행위는 ‘유포 협박’으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측은 지난 5일 “유포 협박은 상대를 조종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으로, 단순 협박과 달리 성폭력으로 봐야 한다”면서 “영상이 유포되면 여성의 인생만 크게 망가질 것을 아는 남성 가해자가 불평등한 성별 위계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범들 강력 징역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20만명이 넘게 동의하면서 답변 기준 요건을 충족했다.

최초 청원인은 “(리벤지 포르노를) 유포를 해서 징역을 가는 것으로는 예방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 당장 미디어를 장식한 A를 본보기로 리벤지 포르노를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달라”고 주장했다.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심한 2차 피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가해자들은 대부분이 집행유예 처분으로 풀려나는 등 법적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게 청원인의 주장이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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