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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교육재단, 유치원·초·중 8곳 공립으로 전환 추진해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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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교육재단이 산하 유치원과 초·중학교 일부를 사립에서 공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교직원들은 물론 포스코재단 산하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 온 학부모들, 부동산 가격 하락을 염려하는 주민들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포항·광양에 있는 유치원과 초·중 대상 #재학생 중 포스코 임직원 자녀 비율이 #30~40%로 줄자 예산 지원 줄이려는 듯

포스코교육재단은 현재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 인천시 등에 모두 12곳의 유치원, 초·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중 공립 전환 대상 학교는 포항·광양에 위치한 유치원 2곳과 초등학교 4곳, 중학교 2곳 등 8곳이다. 고등학교인 포항제철고·포항제철공고·광양제철고·인천포스코고 등은 전환 검토 대상에서 빠졌다.

경북 포항시 지곡초등학교. [사진 포스코교육재단]

경북 포항시 지곡초등학교. [사진 포스코교육재단]

포스코교육재단이 사립 전환을 추진하고 나선 건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선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이뤄지면서 더 이상 사립과 공립의 교육 수준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가, 현재 재단 내 교사들의 연령이 높아 공립 전환시 젊은 교사의 유입이 원활해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재단 산하 학교에 포스코와 관련 업체 직원 자녀들이 전교생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공립 전환의 숨은 이유로 꼽는다. 2009년 포항 지곡주택단지를 일반 시민에게도 개방하면서 포항 지곡초 등은 전교생 중 포스코 임직원 자녀 비율이 30~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놓고 포스코 이사진들이 예산 지원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주장이다.

포스코교육재단은 1970년대 포항제철소 직원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포항시 남구에 지곡주택단지를 조성하고 유치원 1곳,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고등학교 1곳을 설립했다. 80년대 중반에는 광양에도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세우고 2015년 인천포스코고를 개교했다.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유치원. [사진 포스코교육재단]

경북 포항시 포항제철유치원. [사진 포스코교육재단]

사립 전환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학교 교사·교직원들은 지난 4일 긴급회의를 열고 공립화를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립전환 대상 학교 직원들로 구성된 직장발전협의회는 10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고 청원서를 경북교육청, 포스코 등에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익명을 원한 직장발전협의회 관계자는 "2년 전쯤에도 공립 전환을 논의하다 무산된 적이 있었는데 회장 교체 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장발전협의회에선 포스코가 재단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추측하고 있다. 매년 400억원 정도였던 지원금이 점차 줄어 지금은 그 절반 수준이지만 그마저도 더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재학생 중 포스코 임직원 자녀 비율이 낮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포스코와 관련 업체 임직원 자녀 비율이 70% 이상인 광역 지역 학교들까지 공립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재학생 비율 문제가 주 이유는 아닌 것 같다"며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포스코 직원 자녀를 포함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유치원, 초·중등 교육을 한다'는 재단 정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 전경. [중앙포토]

포스코 전경. [중앙포토]

주민들의 반발도 거셀 조짐이다. 지곡주택단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 온 사람들이다. 포항 지진 후 다른 지역 아파트 거래가 끊긴 데 반해 이 지역의 이주 수요가 줄지 않았던 건 교육 여건 때문이었다"며 "공립화에 찬성할 주민들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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