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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친북단체 음악회에 북한 찬양가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북·미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되면서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북한 찬양가를 연주하던 친북단체 연주회의 성향이 덩달아 누그러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카우프만 머킨 콘서트홀에서 열린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 119회 연주회’가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다. 평소대로 대표적인 재미친북단체인 ‘재미동포전국연합회(KANCC)’의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리준무(미국 이름 크리스토퍼 리)’ 씨가 지휘를 맡았다.

북미 간 긴장완화에 선곡에 변화 #북 찬양가 대신 '옹헤야''진도아리랑' #지난 1일 남북한 유엔대사 첫 대면

 일반적으로 태양절과 같은 북한의 행사나 최고권력자의 생일에 맞춰 열리기도 하고, 이용호 외무상 같은 북한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 때마다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 찬양가가 빠지지 않았다. 특히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이 이어질 때에는 더욱 그랬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이준무씨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오른쪽)가 6일(현지시간) 우륵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이준무씨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연주회는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특히 주제 자체가 10ㆍ4 남북공동선언 1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최근의 북·미 간, 남북간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북한 군가 등으로 상대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본지 취재진이 참석한 이날 연주회에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과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됐다. 여기에 평양에서 춤과 음악을 공부한 이수나비(20ㆍ시라큐스대)양이 가야금 협주곡 ‘옹헤야’를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양은 앙코르 곡으로 진도아리랑을 가야금 연주와 함께 불렀다.

이날 연주회는 앙코르 곡으로 ‘타향살이’를 객석과 함께 부르며 마무리됐다. 관중 가운데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꽤 됐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왼쪽)가 6일(현지시간) 친북단체 음악회에서 가야금을 연주한 이수비나양(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왼쪽)가 6일(현지시간) 친북단체 음악회에서 가야금을 연주한 이수비나양(오른쪽)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신임 대사 또한 우륵 콘서트에 처음 참석했다. 공연이 끝난 뒤 김 대사는 이양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대사는 이날 친북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며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조태열(왼쪽) 주유엔 한국대사와 김성 북한대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연합뉴스]

조태열(왼쪽) 주유엔 한국대사와 김성 북한대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연합뉴스]

 한편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가 지난 1일 주유엔 중국대표부에서 열린 중국 국경절 리셉션에서 김성 북한 대사와 첫 대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사의 페이스북에 김 대사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조 대사는 페이스북에 “중국 국경절 리셉션에서 김 대사를 잠시 만나 환담을 나눈 뒤 마차오쉬(馬朝旭) 유엔주재 중국 대사와 함께 어울려 사진도 찍었다”고 전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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