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루 커피 3잔 이상 마시는 사람, 나이들수록 조심해야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뉴스1

뉴스1

방송작가 이모(37)씨는 하루에 커피를 4~5잔씩 마신다. 이씨는 “한창 프로그램이 이어질 때는 잠이 부족할 때가 많은데 그럴때 커피를 마시며 버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페인에 둔감한 편이라 커피를 마시고도 바로 잠들 정도”라며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잠을 깊이 못 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라고 자신했다.

“커피 마시고도 바로 잔다” 이씨 같은 커피 애호가들의 자신감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틀린 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ㆍ서울대 뇌인지과학과 박정빈 교수 연구팀은 하루 평균 3잔 이상의 커피를 20년 이상 섭취한 경우 노년에 수면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무작위로 선정한 성남 지역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162명을 대상으로 커피섭취량과 기간으로 그룹을 나눈 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수면 검사로 뇌의 변화와 수면의 질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경우가 많고 이는 커피 속에 다량 함유된 카페인이 각성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 효과 외에 커피가 인간의 수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 노인들의 하루 평균 커피 소비량과 평생 커피 소비 지속 시간을 곱해 ‘평생 누적 커피 소비량’을 계산했다. 이에 따라 54명씩 3분위로 그룹을 나눴다. 이후 각 그룹별로 고화질 MRI 및 PSQI 수면의 질 척도(한국판 피츠버그 수면 질 검사 척도)를 통해 뇌 속 송과체의 부피와 수면의 질을 평가했다.

사람의 수면은 햇빛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은 빛과 수면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빛에 노출되는 낮 동안 멜라토닌분비는 억제되고, 반대로 밤에는 분비가 활성화되면서 잠에 빠진다. 이러한 멜라토닌을 분비하는 곳은 송과체다. 수면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연구 결과, 커피 섭취량이 많은 그룹(하루 평균 3잔 이상씩 20년 이상 마신 경우)의 송과체의 평균 부피는 약 70㎣로, 섭취량이 그보다 적었던 중간 그룹과 적은 그룹의 약 90㎣에 비해 20% 이상 작았다. 각 그룹의 하루 평균 커피 섭취량은 각각 3.06잔, 1.3잔, 0.64잔이었다.
또 송과체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수면의 효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장기간 커피를 과다 섭취할 경우 솔방울샘에 영향을 미쳐 노년기에 수면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기웅 교수는 “카페인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시키면서 송과체의 멜라토닌 분비 세포를 비활성화 시키고 결과적으로 크기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일반적으로 하루 2~5잔 정도의 커피를 마셔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과량의 커피를 장기간 섭취했을 때 수면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 처음 밝혀졌다”고 분석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히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데 과량의 커피 섭취가 이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커피를 많이 마셔도 당장 수면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지만, 앞으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커피의 어떤 성분이 솔방울샘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요즘 소비량이 급격히 늘고 있는 다양한 카페인 함유 음료가 송과체나 수면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과 관련한 저명 국제 저널인 ‘SLEEP’지의 7월호에 게재됐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