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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도에 지구 운명 바뀐다…IPCC ‘1.5도 특별보고서’ 채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최종 승인됐다. [사진 IISD/ENB, Sean Wu]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최종 승인됐다. [사진 IISD/ENB, Sean Wu]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마련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치열한 논의 끝에 최종 승인된 것이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45% 줄여야"

이회성 IPCC 의장은 8일 "지난 1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회원국들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의장은 “이미 기후변화는 진행 중이고 그 영향이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감지되고 있다”며 “1.5도 목표를 추구하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각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IPCC는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로 한국을 포함해 195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한다. IPCC는 기후변화의 원인과 대응 방안 등을 과학적으로 검토해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지금까지 모두 5차례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번 총회는 예정보다 하루 연장된 6일까지 이어졌다. 이번 회의에는 회원국과 국제기구 관계자, 기후 전문가, 환경단체 활동가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특별보고서는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채택될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작성을 요청한 보고서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파리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기온상승을 2도 이하로 묶는 것은 물론,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별보고서를 33쪽으로 줄인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이 발표됐다. 1000쪽 분량의 전체 보고서는 마지막 수정을 거쳐 이달 말쯤 공개될 예정이다.

천만 명 해수면 상승 위험 벗어나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아 생존 위기에 처한 북극곰 [사진 멕신 버켓 미국 하와이주립대 법과대학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지구 온난화로 북극해 빙하가 녹아 생존 위기에 처한 북극곰 [사진 멕신 버켓 미국 하와이주립대 법과대학 교수·기초과학연구원]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현재 전 지구 평균 온도는 약 1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온도 상승 추세가 더 빨라져 10년마다 0.2도씩 오르고 있다. 현재의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면 2030~2052년 사이에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하게 된다.

특별보고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경우, 2도 상승과 비교해 기후 특성에서 ‘확고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100년을 기준으로 해수면 상승 폭은 2도보다 1.5도에서 10㎝ 더 낮아진다. 이에 따라 천만 명이 해수면 상승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2도 상승 시 10년에 한 번꼴로 여름철 북극 해빙이 완전 소멸하지만, 1.5도 온난화에서는 100년에 한 번으로 빈도가 줄어든다. 여기에 수 세기 동안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의 영구동토층이 녹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판마오 자이 제1실무그룹 공동의장은 “기온이 올라가면 영구동토층이 녹아서 그 아래에 있던 온실가스가 대기로 방출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더 많이 일어난다”며 “1.5도로 목표로 바꿨을 때 영구동토층이 녹는 걸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도 온난화 시 99% 이상의 산호가 소멸하지만, 1.5도로 묶으면 70~90%로 일부는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특별보고서는 이 밖에도 1.5도로 온난화를 제한할 때, 빈곤에 취약한 인구가 수억 명 줄어들고, 심각한 물 부족에 노출되는 총인구비율이 2도 대비 최대 5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 ‘순 제로’ 도달해야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남산 N서울타워 아래로 '우리 세금 기후변화 말고 기후정의로'라고 적힌 메시지가 레이저빔으로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남산 N서울타워 아래로 '우리 세금 기후변화 말고 기후정의로'라고 적힌 메시지가 레이저빔으로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100년까지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사회 모든 부문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하면서 전례 없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 제로(net-zero) 배출이 달성돼야 한다. 이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통해 잔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공급의 50~65%, 전력 생산의 70~85%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화석연료의 비중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

특별보고서는 1.5도 시스템 전환을 위해 2035년까지 연간 총투자액이 2.4조 달러(27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특별보고서는 오는 12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릴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자는 논의를 진행할 때 핵심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대표단 수석대표인 김종석 기상청장은 “특별보고서는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주요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라며 “이번 보고서 승인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발판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인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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