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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유치원 무너뜨린 지반침하, 서울 학교 4곳 더 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교육청 점검 과정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발견된 서울 풍성중학교의 모습. [사진 곽상도 의원실]

서울시교육청 점검 과정에서 지반 침하 현상이 발견된 서울 풍성중학교의 모습. [사진 곽상도 의원실]

지난달 발생한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한 학교가 서울에만 4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공사장 인근에 위치한 이들 학교에 대한 안전 진단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42개교 집중점검 #전농초·덕수중·풍성중 등 '지반침하' #"당장 위험 없더라도 선제적 조치 필요"

6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인접 공사장 1단계 합동점검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형공사장 인근에 위치해 피해가 우려되는 '집중점검 대상 학교'(유·초·중·고)는 총 42개교였다. 이 중 지반침하 현상이 나타난 4곳을 비롯 총 15곳에서 다수 균열(6곳), 옹벽 균열 및 기울임(2곳), 담장균열(2곳), 경미 파손(1곳)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건축 전문가와 동행해 육안검사를 실시한 결과다.

서울 덕수중학교 바로 뒷편에서 5일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긴급 안전점검을 통해 덕수중 후면 지반이 2~3cm 침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박태인 기자]

서울 덕수중학교 바로 뒷편에서 5일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긴급 안전점검을 통해 덕수중 후면 지반이 2~3cm 침하된 사실을 확인했다. [박태인 기자]

상도유치원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볼 수 있는 지반 침하의 경우 전농초·덕수중·풍성중·송파공업고에서 확인됐다. 전농초는 지하옹벽 경계부가 일부 침하됐으며 덕수중은 학교 후면 지반이 2~3cm 침하돼 기계실에서 누수가 진행되고 있었다. 풍성중과 송파공업고도 본관동 인접 포장면에 지반 침하 현상이 일어났다. 다수 균열 사례인 한가람고의 경우 2014년 수평증축한 급식실 건물과 기존 건물 사이에 균열이 발견됐고 상일여고는 인근 공사장의 흙막이 공사로 급식실 증축 부위에 변위가 발생했다.

5일 문제점이 지적된 학교인 덕수중과 전농초를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펴봤다. 덕수중의 경우 학교 뒷편에서 대형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전농초는 주변 아파트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모습이었다.

이번 진단 과정에서 서울시교육청은 마포구 상암동 나사렛 유치원 인근에 기울어진 옹벽에 대한 철거 및 재설치를 요구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옹벽에 일부 전도 현상이 있어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완료한 상태"라며 "같은 자리에 영구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한 공사를 준비 중에 있다"고 했다.

공사장과 인접한 서울 덕수중학교 후면 지반이 침하된 모습. [사진 곽상도 의원실]

공사장과 인접한 서울 덕수중학교 후면 지반이 침하된 모습. [사진 곽상도 의원실]

서울시교육청은 피해가 발생한 학교의 교육지원청을 통해 해당 자치구 및 건설사에 원상 복구 협조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건설사가 원상복구 요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치구에 공사 중지 명령을 요청한다. 다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에 지적된 학교들이)상도유치원처럼 당장 붕괴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붕괴 사고 이후 조금이라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은 모두 특이사항에 포함시켰다"고 했다.

상암 나사렛 유치원 인근 옹벽에 기울림 현상이 발견돼 안전조치가 진행된 모습. [사진 마포구청]

상암 나사렛 유치원 인근 옹벽에 기울림 현상이 발견돼 안전조치가 진행된 모습. [사진 마포구청]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진단만으로는 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모두 살피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육안 점검의 한계 때문이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지반 침하의 경우 정밀 진단을 통해 육안으론 발견하지 못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며 "지반의 에너지가 농축됐다가 갑자기 학교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어 철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곽상도 의원도 "문제가 발견된 학교에 대한 조치를 시급히 진행해 제2의 상도유치원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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