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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서 온 지급명령, 그냥 놔뒀다간 억울한 돈 나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8)

미스 함무라비의 한 장면. 민사소송은 분쟁이 있는 당사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증거를 제시하면 판사가 판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소송절차가 복잡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도 있다. [사진 JTBC]

미스 함무라비의 한 장면. 민사소송은 분쟁이 있는 당사자가 권리를 주장하는 증거를 제시하면 판사가 판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소송절차가 복잡해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경우도 있다. [사진 JTBC]

민사소송은 분쟁이 있는 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을 밝히고, 자기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판사가 판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다시 말해 소송의 당사자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 그런데 소송절차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때로는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소송에서 지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적어도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기억해 두면 좋은 몇 가지를 소개한다.

지급명령 받으면 2주 안에 이의신청해야

모든 법률분쟁을 정식 소송절차대로 진행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간단한 사건의 경우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급명령’ 제도이다. 일명 ‘독촉절차’라고도 하는 지급명령은 쉽게 말해  상대방이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해 주는 절차다.

지급명령 서류를 받으면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한다. 또한 법원에서 소장을 받게 되면 답변서는 30일 이내로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변론 판결' 제도에 따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중앙포토]

지급명령 서류를 받으면 2주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한다. 또한 법원에서 소장을 받게 되면 답변서는 30일 이내로 제출해야 한다.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무변론 판결' 제도에 따라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중앙포토]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음대로 그 사람의 재산을 가져오거나 처분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이때 상대방이 자신에게 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려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을 하면 법원에서는 특별한 흠결이 없는 이상 지급명령을 하게 되고, 이를 상대방에게 송달한다. 이후 상대방이 2주 동안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확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은 반드시 ‘2주’ 안에 이의신청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2주 이내에 이의신청서를 발송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법원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 실제 법원에서 지급명령 서류를 받고도 자신과 상관없는 줄로만 생각하다가 뒤늦게 그 의미를 알게 돼 꼼짝없이 당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답변서 제출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

민사소송의 특성상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판사가 마음대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러므로 소장을 받은 경우라면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소송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답변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조차 막막할 수 있다. 때로는 너무 바빠서 조목조목 반박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한 번에 모든 것을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한테 돈을 빌린 적도 없는데 돈을 갚으라는 내용의 소장을 받았다면 그냥 ‘원고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식의 답변 요지만 기재해도 무방하다. 또는 조금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부연설명이 필요한 경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별도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여 답변서를 제출한 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을 적은 별도의 서면을 제출해도 된다.

기한 내 답변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피고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해 판결할 수 있는 ‘무변론 판결’제도가 있다. 따라서 불의의 일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장을 받은 뒤 일단 간략하게라도 답변서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소장은 2주 안에 제출해야

항소장은 원칙적으로 2주 안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2주 만에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땐 항소장을 먼저 제출하고 항소 이유는 다음에 내도 된다. [중앙포토]

항소장은 원칙적으로 2주 안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2주 만에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땐 항소장을 먼저 제출하고 항소 이유는 다음에 내도 된다. [중앙포토]

우리 소송절차는 3심 제도로 이루어져 있다. 1심에서 패소하면 항소해 2심을 받게 된다. 그런데 항소에도 기한이 있다. 민사소송에서 항소는 판결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안에 해야 한다(형사사건에서는 7일 이내). 항소할 때는 항소이유도 함께 적어 내야 한다. 항소장 안에 항소이유를 같이 기재해도 되지만 2주 만에 1심 판결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때에는 일단 항소장을 먼저 제출하고 항소이유는 다음에 내도 된다. 이렇게 항소장만 제출된 경우 통상 2심 법원에서 언제까지 항소이유가 기재된 준비서면을 제출하라는 ‘석명준비명령’을 하게 된다.

강제조정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법원이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조정하는 경우가 있다. 판결이라는 것은 한쪽 당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명판결이라도 나쁜 조정만 못 하다’는 표현도 있다. 조정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양 당사자가 합의하는 ‘임의조정’과 임의조정에 대비되는 ‘강제조정’이 그것이다. 이는 민사조정법에 규정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일컫는 것인데, 실무상 ‘강제조정’이라고 표현한다. 어쨌든 어감 때문인지 강제조정이라고 하면 무조건 조정안에 동의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강제조정은 조정에 동의할 것을 강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판사가 (당사자의 동의가 없음에도) 직권으로 조정안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래서 강제조정 결정이 있더라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은 2주 안에 해야 한다.

즉 2주 동안 양 당사자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강제조정 결정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게 된다. 만일 한쪽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강제조정 결정은 효력을 잃고 다시 변론절차로 돌아가서 결국에는 판결 선고로 이어지게 된다.

전자소송 활용을

민사전자소송이 전면 시행된 이후 서울 신정동 남부지방법원에서 최초로 전자소송이 열렸다. 증거자료를 스크린에 보여주는 실물화상기가 변호인 석에 설치되어 있다.[중앙포토]

민사전자소송이 전면 시행된 이후 서울 신정동 남부지방법원에서 최초로 전자소송이 열렸다. 증거자료를 스크린에 보여주는 실물화상기가 변호인 석에 설치되어 있다.[중앙포토]

우리나라는 IT 강국답게 소송에서도 전자소송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우편으로 모든 것을 송달하였는데, 2012년부터 전자소송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전자소송에는 소송에 필요한 서류 양식이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서면과 각종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를 보다 쉽게 받아 볼 수 있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러나 형사사건은 아직 전자소송이 도입되지 않았다.

간혹 전자소송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소송 절차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머지않아 영상재판도 가능해질 수는 있겠지만 아직은 각종 서류제출과 송달을 인터넷으로 하는 것일 뿐 변론기일이 지정되면 법원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소송하다 보면 각종 생소한 단어가 등장해 소송 당사자를 괴롭힌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법원에서 어떤 서류를 보낼 때 소송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설명을 담은 안내문을 함께 보내준다. 그러므로 법원에서 어떤 서류를 받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본 뒤 대응하면 된다.

만일 안내문을 읽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상담을 받은 뒤 대응방법을 찾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큐렉스 법률사무소 정세형 변호사 jungse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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