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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와인을 마셔야 하는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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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호 20면

독일의 와인 사랑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 못잖다. 소비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의 와인 대국이다.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주의 너른 포도밭에서 와인을 즐기는 이들. [사진 독일관광청]

독일의 와인 사랑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 못잖다. 소비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의 와인 대국이다.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주의 너른 포도밭에서 와인을 즐기는 이들. [사진 독일관광청]

 한국인에게 독일은 맥주의 나라다. 지역마다 대표하는 맥주가 있고, 세계 최대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의 고장도 독일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독일은 와인의 나라다. 생산량 기준으론 세계 10위, 소비량으로는 세계 4위의 와인 대국이다. 생산이 소비를 따르지 못해 전 세계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수입하기도 한다(2016). 독일와인협회 에른스트 뷔셔 홍보 총괄은 “와인 소비량이 줄고 있는 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독일은 와인 소비가 꾸준해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독일에는 현재 3000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가 몰려 있는 두 지역, 라인란트팔츠(Rheinland-Pfalz)주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ürttemberg)주를 찾아가 독일 와인의 매력에 흠뻑 취했다.

독일 와이너리 여행 #와인 생산량 10위, 소비량은 4위 #화이트 와인 품종 리슬링의 고향 #와인가도 따라서 와이너리 3000개 #하이델베르크성 오크통도 볼거리

 리슬링의 고장

독일 와인 가도 풍경. [사진 독일관광청]

독일 와인 가도 풍경. [사진 독일관광청]

 독일 남서부 라인란트팔츠주는 유명한 포도 산지다. 숲이 우거진 덕에 강풍 피해가 덜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포도가 자라기 적합한 환경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이탈리아 와인 산지인 토스카나(Tuscany)에 빗대 ‘독일의 토스카나’로 통한다.
 라인란트팔츠를 관통하는 길이 ‘도이체 바인슈트라세(Deutsche Weinstrasse)’다. 직역하면 ‘독일 와인 거리’라는 뜻으로 흔히 ‘독일 와인 가도(街道)’로 불린다. 독일 포도 산지를 지나는 와인 가도 중간께 루카쇼프(Lucashof)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포도를 재배할 때 비료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길러낸 유기농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루카쇼프 와인 중에 독일 고유 포도 품종 리슬링(Riesling)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추천할 만하다. 향이 강하지만 질감은 가볍다. 와인 1병에 15유로(1만9500원).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5~6종의 와인을 잔당 2유로(2600원)에 시음할 수 있다.
 와이너리에 작은 호텔이 있어 하룻밤 머물며 포도밭의 호젓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와이너리는 독일 민주주의의 요람 함바흐(Hambach)성도 가깝다. 시민권 강화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832년 이곳에서 열렸다.

 샴페인 부럽지 않은 젝트 

독일 와인 가도 포도밭. 화이트 와인 품종 리슬링은 독일 토착 품종이다. [사진 독일관광청]

독일 와인 가도 포도밭. 화이트 와인 품종 리슬링은 독일 토착 품종이다. [사진 독일관광청]

 와인의 땅 라인란트팔츠주는 종교 개혁의 성지이기도 하다. 1541년 4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는 30대의 젊은 수도사 마르틴 루터(1483~1546)를 라인란트팔츠의 소도시 보름스(Worms)로 불러 기성 교회에 반발한 그를 회유하려 했다. 하지만 루터는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다”는 말로 신념을 지켰다. 황제는 ‘보름스 칙령’을 내려 루터를 탄압했다. 루터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법외자(法外者)’로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보름스는 황제가 아닌 루터를 기린다. 시내 곳곳에 루터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보름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이면 닿는 곳에 독일 와인의 교황이라 불리는 ‘젝트하우스 라움란트(Sekthaus Raumland)’ 와이너리가 있다. 뛰어난 품질의 젝트(Sekt·독일산 스파클링 와인)를 생산해 각종 대회를 휩쓴 와인 명가다. 한 해 생산량은 10만 병. 와이너리 소유주인 볼커 라움란트는 “2010년산 블랑드 블랑 브뤼(Blanc de Blanc Brut)와 트라이엄비라트(Triumvirat)는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서 각각 92점, 93점의 점수를 받았다”고 자랑했다.

독일 와인의 교황이라 불리는 ‘젝트하우스 라움란트(Sekthaus Raumland)’ 와이너리의 소유주인 볼커 라움란트가 자신이 젝트(Sektㆍ독일산 스파클링 와인)를 소개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독일 와인의 교황이라 불리는 ‘젝트하우스 라움란트(Sekthaus Raumland)’ 와이너리의 소유주인 볼커 라움란트가 자신이 젝트(Sektㆍ독일산 스파클링 와인)를 소개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실제 맛을 보니 프랑스 고급 샴페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았다. 향이 풍부하고 여운이 오래갔다. 젝트 1병은 30유로(3만8000원) 정도다. 1인당 25유로(3만2500원)를 내면 8종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와인으로 시간여행 

하이델베르크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시내 중심엔 네카어(Neckar) 강이 흐른다. [사진 독일관광청]

하이델베르크성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 시내 중심엔 네카어(Neckar) 강이 흐른다. [사진 독일관광청]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는 독일 최고(最古)의 하이델베르크대학을 품은 학문과 낭만의 도시다. 칸트(1724~1804)·괴테(1749~1832) 등 독일이 자랑하는 위대한 철학자의 흔적이 도시에 살아 숨 쉰다. 이들은 시내를 관통하는 네카어(Neckar) 강변을 산책하며 사색에 잠겼다. 이 길은 지금도 ‘철학자의 길’로 불린다. 시내가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덕에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가 또 있다. 와인이다. 하이델베르크의 로르바흐(Rohrbach) 지역에선 766년부터 와인을 빚었다. 시내를 굽어보는 하이델베르크성(城) 안에 대형 오크통(Großes Fass)이 있다. 1751년 만든 오크통인데, 무려 22만ℓ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 성 안에 있는 대형 오크통(Großes Fass). 1751년에 만든 오크통은 22만ℓ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다. 이수기 기자

하이델베르크 성 안에 있는 대형 오크통(Großes Fass). 1751년에 만든 오크통은 22만ℓ의 와인을 보관할 수 있다. 이수기 기자

 1749년부터 와인을 빚은 와이너리 한스 빈터(Hans Winter)는 현재도 과거 방식대로 아치형 지하실에서 와인을 숙성시킨다. 여기에 병충해 진단 시스템 등 IT기술을 접목해 품질을 높였다. 리슬링을 비롯한 한스 빈터의 화이트 와인은 테이블 와인으로 가볍게 즐길 만하다. 와인 1병을 5~7유로(6500원~9100원)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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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인란트팔츠·바덴뷔르템베르크(독일)=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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