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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사시 수석 합격 … ‘우리법연구회’서 활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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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호 03면

SPECIAL REPORT 

“의혹만 난무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면서 피고인(MB)을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을 실망시켰다.”

MB 1심 판결 정계선 판사 #서울지법 첫 여성 부패전담 재판장 #“피고인 재판 선별 출석은 법 위반”

정계선 판사. [연합뉴스]

정계선 판사. [연합뉴스]

이명박(MB)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정계선(49·사법연수원 27기·사진) 부장판사는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재판장을 맡은 인물이다. 정 부장판사가 속해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고위 공직자 비리·뇌물 사건을 주로 심리하는 곳이다. 법조계 내에선 차관급으로 분류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보임되는 ‘승진 코스’로 여겨져 서울대 출신, 남성 판사가 주로 맡아 왔다.

정 부장판사는 충주여고,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37회 사법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했다.

수석 합격자 신분이었던 정 부장판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조계가 너무 정치편향적”이라며 “검찰의 5·18 관련자 불기소와 미지근한 6공 비자금 문제 처리 등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시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12·12 쿠데타,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건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가 본격화되지 않았을 때다. 이때만 하더라도 검찰은 12·12 사건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자신이 즐겨 읽던 책으로 『전태일 평전』, 존경하는 인물로는 인권 변호사인 고(故) 조영래 변호사를 꼽았다. 당시 그는 “법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며 “법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서울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첫발을 디딘 정 부장판사는 서울행정법원과 청주지법 충주지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서울남부지법, 서울고법 등을 거쳤고 울산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특히 2014년 울산지법 근무 당시엔 8세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의 피고인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거쳐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도 활동했다. 2010년 우리법연구회가 공개한 회원(60명) 전체 명단에 따르면 정 부장판사가 회원으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민주화 직후 일어난 사법파동 당시 설립된 우리법연구회는 김명수(59·연수원 15기) 대법원장과 유남석(61·13기) 헌법재판소장이 창립 멤버로 이름을 올린 단체다. 정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초대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간사를 맡기도 했다. 법원 동료들은 정 부장판사에 대해 ‘후배들에게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소탈한 성격’으로 평가한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선별적으로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이 전 대통령에게 “피고인이 형사절차에 선별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게 가능하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1심 선고 재판에서는 “부여받은 권력을 국민을 위해 써야 한다는 기대와 대통령의 책무를 져버렸다”고 질책했다.

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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