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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천국 타이완, 세상의 모든 맛이 여기에 있다

중앙일보

입력

맛난 걸 직접 대면한 적이 언제였던가 

근사한 식당을 찾아다니는 미식여행은 '먹방'에 지친 현대인의 로망이다. 타이완 가오슝의 한 호텔 레스토랑. [사진 박상주]

근사한 식당을 찾아다니는 미식여행은 '먹방'에 지친 현대인의 로망이다. 타이완 가오슝의 한 호텔 레스토랑. [사진 박상주]

이제 음식을 눈으로 즐기는 시대다. ‘먹방’ 때문이다. 어느 채널에나 온통 먹는 장면이다. 본 사람은 응원하듯 ‘별풍선’을 쏴댄다. 음식을 앞에 놓고 촬영하고, 친구에게 널리 알리는 건 21세기 식사 절차다. 늘 먹고 싶은 걸 찾아다니는 '푸드 노마드' 그러나 진정 바라는 음식을 대면하진 못한다.

'먹방'에 빠진 푸드노마드, 한 곳 한 번에 중화요리 섭렵하는 방법 #매년 8월 미식의 달, 미식여행의 '끝판왕'

윤기 잘잘 흐르는 동파육! 데일 듯 매운 마라상궈! 이름만 들어본, 그래서 더 먹고 싶은 수많은 음식의 존함! 노동에 지치고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이들은 결국 ‘푸드’ 대신 ‘피드’를 택하고 만다. 슬프지만, 일단 먹고 보자. 음식을 혀로 즐길 여유는 사치니까. 그저 빈 속에 헛헛한 기운만 달래며 언젠가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로할 음식과 직접 마주하길 고대할 따름이다.

정말 음식을 통해 위안을 얻고 싶은 이들은 ‘미식 여행’을 떠난다. 패키지 여행사에 들어오는 문의 중엔 식단이 그렇게 많단다. 공식 일정이야 관광지로 기록하지만, 묻는 내용은 아침,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 메뉴다. 어떤 식당인지, 쉐프가 누군지, 그 음식이 그 나라에서 어떤 위치인지 꼼꼼히 물어본단다. 맛난 음식을 바라는 절실한 마음이다.

윤기가 흐르는 오리고기는 눈으로만 즐겨도 즐겁다. 타이완 타이베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金蓬萊餐廳. [사진 박상주]

윤기가 흐르는 오리고기는 눈으로만 즐겨도 즐겁다. 타이완 타이베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金蓬萊餐廳. [사진 박상주]

다양한 메뉴, 한곳에 모아야 좋은 미식 여행지 

좋은 미식 여행지 요건은 간단하다. 우선, 음식이 다양하고 풍성해야 한다. 맛난 음식도 한 두 번이다. 새로운 메뉴가 없다면 물려서 지치고 만다. 그런 면에서 중화요리는 으뜸이다. 오죽하면 중국인이 평생 이루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중국 요리를 모두 먹어보는 것이라 했을까. 그만큼 다양하고 넓은 중국에는 색다른 음식과 뜻밖의 맛이 있다.

아무리 메뉴가 다양해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지친다. 어차피 먹으러 온 여행, 많이 걷고 멀리 가봐야 무엇하겠나. 한 지역에서 다양한 요리를 접하길 바라게 마련이다. 중국 본토를 다닌다면 어찌 그 많은 음식을 접할 수 있으랴.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가 한 곳에 모인 곳이 있으면 딱 좋겠다 싶다. 그런 곳이 타이완이다.

요리는 그 발생지에 따라 나뉜다. 중국 8대 요리라는 광둥(粤菜), 쓰촨(川菜), 산둥(鲁菜), 장쑤 성(淮扬菜), 저장(浙菜), 푸젠(闽菜), 수난(湘菜), 안후이(徽菜) 요리 모두 그 고향 음식 풍으로 구분된다. 타이완은 1945년 이후 중국 각지 사람이 일시에 유입된 나라다. 그와 함께 중국 각지 요리가 단번에 경상도만 한 섬에 모인 셈이다. 이런 독특한 이력 덕에 타이완은 세계 최고 미식 여행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야식이 만날 수 있는 타이완 타이베이 스린야시장(士林夜市). [사진 박상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야식이 만날 수 있는 타이완 타이베이 스린야시장(士林夜市). [사진 박상주]

어딜 가나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길거리 좌판에도 다양한 음식이 즐비하다. 대만 야시장 먹을거리는 이미 주요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올해 3월 타이베이 미셸린 가이드가 정식으로 발표돼 모두 20곳 식당이 미셸린 스타를 획득했다.

식재료도 다양하다. 섬나라 특성상 해산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아열대 기후와 천혜 환경으로 당도 높은 과일이 많다. 중국 본토 요리는 물론 타이완 원주민 요리 문화도 잘 보존돼 있다. 거기에 네덜란드와 일본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 아픈 역사로 타이완 음식은 더욱 다양하다.

스린야시장은 새벽까지 맛을 찾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저렴하다고 얕볼 수 없는 맛이 있다. [사진 박상주]

스린야시장은 새벽까지 맛을 찾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저렴하다고 얕볼 수 없는 맛이 있다. [사진 박상주]

27회 맞은 대만 미식전, 세계 맛 선생 18만명 왕림 

그런 타이완 음식 문화를 더 집약해 만날 기회가 있다. 올해 27회를 맞는 ‘대만 미식전’이다. 지난 8월 8일부터 13일까지 열린 ‘2018 대만 미식전’에는 타이완 요리는 물론 일본, 베트남, 할랄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6일간 열린 미식전에는 약 18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된다.

‘푸둥 푸둥(두근두근) 타이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타이완 정부는 미식 여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만 미식전이 그 중심에 있다. 정부는 미식전이 열린 8월을 ‘미식의 달’로 지정하고 한 곳에서 세계 요리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이완 정부는 미식관광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타이완의 관광 특징을 미식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사진 박상주]

타이완 정부는 미식관광에 집중 지원하고 있다. 타이완의 관광 특징을 미식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사진 박상주]

미식전에선 전시장 밖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도 방문객이 음식을 접할 수 있도록 정찬 식사 코스를 할인해 제공한다. 대만 관광협회는 국제 마케팅업체, 대만 여행업체와 협력해 해외 여행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 타이난, 가오슝 등 지역 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미식 코스로 타이완 지역 관광을 연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미식객, 100만명 돌파

대만 미식전은 정부 주요 사업이다. 8월 10일 타이완 정부 주요 인사가 미식전에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천젠런(陳建仁) 부총통을 비롯 경제부, 문화부, 대만 관광국, 원주민 협의회, 농업위원회 등 주요 인사가 대만 미식 여행의 ‘맛과 멋’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18만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룬 2018 대만 미식전. [사진 박상주]

18만명이 방문해 성황을 이룬 2018 대만 미식전. [사진 박상주]

외국 관광객 유치에도 주력하고 있는데, 한국이 그 타깃 중 하나다. 타이완 교통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식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 2016년과 비교해 20%나 많다”며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맛있고 재밌는(好玩) 타이베이’라는 주제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 중 한국 미식가와 타이베이 맛집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미식전의 또 다른 볼거리. 푸드카빙. [사진 박상주]

대만 미식전의 또 다른 볼거리. 푸드카빙. [사진 박상주]

2018 대만 미식전은 전통 음식부터 이국적인 음식까지 크게 5가지 테마 620개 부스로 채워졌다. '부엌발견(Discovery Kitchen)’이라는 테마에서는 요리 경연과 푸드카빙(food carving, 요리조각) 전시가 이뤄져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미식전 관계자는 “타이완 지리적 여건에 따라 섬에는 과일과 채소 조각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농산물이 풍부하다”며 “우리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청과물은 더는 식재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재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타이완 과일은 당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특히 망고가 유명하다. 미식전에선 과일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소개하고, 요리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천하의 음식을 가진 타이완, 그 타이완 음식을 집대성한 대만미식전의 푸드코트. [사진 박상주]

천하의 음식을 가진 타이완, 그 타이완 음식을 집대성한 대만미식전의 푸드코트. [사진 박상주]

신 남향정책으로 할랄 코너까지

'마스터의 수업(Masters’ Lectures)'이라는 코너는 요리를 배우는 시간이다. 유명 외국 요리사, 대만의 세계 대회 우승자가 희망자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쳐 준다. 페이스북으로 신청을 받아 유명한 셰프로 부터 직접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코너다. 50분씩 하루에 다섯 번 운영하는데, 이 코너를 통해 요리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도 있다.

타이베이 쉐라톤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해삼요리. 해삼의 10가지 맛이 난다. [사진 박상주]

타이베이 쉐라톤 호텔에서 맛볼 수 있는 해삼요리. 해삼의 10가지 맛이 난다. [사진 박상주]

타이완 음식 중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것이 우육면이다. 미식전에선 우육면과 유사한 루로우판(滷肉飯)이 큰 관심을 받았다. 루로우판은 밥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소스와 함께 먹는 타이완식 돼지고기 덮밥이다. 루로우판은 우육면보다 더 서민적인 음식으로 한국 돈으로 2000~3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타이난의 별미 볶음밥. 중화요리는 타이완에 와서 색다른 맛으로 재창조된다. [사진 박상주]

타이난의 별미 볶음밥. 중화요리는 타이완에 와서 색다른 맛으로 재창조된다. [사진 박상주]

할랄 코너는 대만 미식전에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무슬림은 전 세계적으로 17억명으로 관광산업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타이완 역시 ‘신남항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발 벗고 나선 상태다. 실제 타이완 시내에서 ‘무슬림 프렌들리 업소(할랄 음식점)’ 마크를 붙인 식당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타이완 정부는 무슬림이 많은 동남아 지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안내문에 태국어,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등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타이난에서 만난 양갈비는 기억에 남기는 맛을 낸다. 좋은 재료를 야릇한 향이 나는 양념으로 구웠다. [사진 박상주]

타이난에서 만난 양갈비는 기억에 남기는 맛을 낸다. 좋은 재료를 야릇한 향이 나는 양념으로 구웠다. [사진 박상주]

짧은 기간에 중화요리를 섭렵하려는 미식가에게 타이완만한 여행지는 없다. 다만 하루에 5끼를 넘게 먹기 어렵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년 대만 미식전도 한 여름 8월이다. 눈으로만 즐기던 상상 속 그 음식을 한 곳 한 번에 만나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내년 달력을 꺼내보라.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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