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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자율주행차 시대, 운전면허는 누구에게 줘야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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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 Z작전의 키트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완전자율주행차로 대화도 가능하다. [블로그캡처]

전격 Z작전의 키트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완전자율주행차로 대화도 가능하다. [블로그캡처]

 30여년 전 국내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제목은 '전격 Z작전'이었는데요. 인공지능(AI)을 갖춘 완전자율자동차 '키트'가 주인공 마이클을 도와 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속 키트는 주인공이 목적지만 말하면 알아서 각종 정보를 취합해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고, 주행 중 나타나는 위험요소도 미리미리 파악해 대비합니다. 게다가 주인공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이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요즘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율주행차의 궁극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1990년에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미국 영화 '토탈 리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요. 무대는 2080년대로, 주인공(아널드 슈워제네거)이 택시를 탑니다. 그런데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묻는 기사는 인간이 아닌 로봇입니다. 이 로봇에게 목적지를 말하면 최적의 경로를 찾아서 운행을 시작합니다.

영화 토탈리콜에 등장하는 로봇 택시운전기사. [블로그캡처]

영화 토탈리콜에 등장하는 로봇 택시운전기사. [블로그캡처]

전격 Z작전의 키트, 완전자율주행차   

 '키트'나 '로봇 택시기사'를 미국자동차공학회(SAE)의 자율주행 분류로 따지면 최고 등급인 '레벨 5'라고 할 수 있습니다. SAE는 자율주행단계를 레벨 0~레벨 5까지 6단계로 구분하는데요.

 레벨 0은 자동화 기능 없이 운전자가 알아서 운전하는 단계입니다. 레벨 1은 사람이 운전 대부분을 하되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시스템(AEB) 등 한 가지의 자동화 장치가 이를 보조해주는 수준입니다.

 레벨 2는 두 가지 이상의 자동화 장치가 운전자를 지원해주는 단계인데요. 현재 대부분의 제조사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차량은 레벨 1~2에 해당합니다.
SAE는 레벨 0~레벨 2까지는 운전의 중심을 '인간'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레벨 3부터는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인간이 아닌 자율주행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겁니다. 레벨 3은 고속도로 등 특정 환경에서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주행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레벨 3부터 자율시스템이 운전의 중심 

 레벨 4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입니다. 평소에는 운전 대부분을 자율주행시스템이 담당하고, 유사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인데요. 가장 높은 레벨 5는 모든 환경에서 시스템이 스스로 운전하고, 사람이 전혀 관여할 필요가 없는 정도입니다. 레벨 5는 아예 차량에 통상 달려있는 핸들(스티어링 휠)이 없다고 하네요.

 현재 적지 않은 자율주행차 제작사들이 레벨 3~4를 시험 중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0~2025년에는 레벨 3의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이후 레벨 4와 레벨 5차량들이 속속 등장할 것 같은데요.

최근 판교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연합뉴스]

최근 판교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 [연합뉴스]

 그런데 자율주행차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과 제도의 개선입니다.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다닐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인데요.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 보험 제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등 많은 숙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운전면허'일 겁니다. 운전면허를 사람에게 줘야 할지, 아니면 자율주행차에 줘야 할지가 논란이 되는 건데요. 레벨 2까지는 사람에게 운전면허를 줘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레벨 3부터는 조금 얘기가 다릅니다. 물론 핸들이 있고, 특정 조건이 아닌 경우 사람이 운전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는 사람에게 줘야 합니다. 문제는 종전 방식 그대로 필기시험과 기능시험을 거쳐 운전면허를 줘야 하는가 인데요.

완전자율 때 운전면허는 차? 사람? 

 특정 상황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3의 경우 운전자는 자율주행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관련 시스템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과거식의 교통안전법규를 묻는 필기시험이나 레벨 0 수준의 차량으로 운전 능력을 가늠하는 방식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능력인 겁니다.

 레벨 4~5로 올라가면 더 복잡합니다. 대부분의 운전을 자율주행차량이 스스로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사람이 아닌 차량에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해당 차량이 일정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는지를 확인해 일종의 '운행인증' 또는 '운행허가'를 내주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국에서는 이미 시험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에 테스트용 면허를 발급하는 등 자율차 면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고 하는데요.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등 주요 주에선 시험 주행하는 자율주행차에 대해 테스트를 거쳐 주행 면허를 발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실상 '운전자'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사람입니다. 레벨 4~5의 차를 타는 사람은 운전면허가 없어도 될까요? 사실 이들 차량은 평소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레벨 5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사람과 자율차 각각 면허 필요 전망  

 그래서 "완전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운전면허 안 따도 되냐?"는 질문들이 곳곳에서 오가기도 합니다. 아직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사람도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레발 4~5의 자율주행단계가 되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중앙포토]

레발 4~5의 자율주행단계가 되면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게 된다. [중앙포토]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이 도로교통공단인데요. 현재 자동차 운전면허 발급 업무가 도로교통공단 소관입니다.

 이곳에서 최근에 나온 자료를 보면 '완전자율주행자동차에서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해방은 가능할지 몰라도 자동차를 이용 혹은 운행하기 위해 분명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사항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사용 혹은 운행면허 등으로의 면허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완전자율주행차라도 유사시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도 운전면허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때 따는 면허는 지금과는 전혀 다를 겁니다.

사람이 따는 운전면허 한층 복잡할 듯

 시험 방식이나 내용이 완전히 바뀔 공산이 크다는 건데요. 운전능력도 능력이지만 자율주행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비상 대처법 등 어찌 보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고 높은 수준을 요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운전면허는 시험 방식이나 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중앙포토]

자율주행차 시대의 운전면허는 시험 방식이나 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 [중앙포토]

 그리고 상당 기간 동안 일반 차량과 자율주행차가 함께 도로를 주행하게 될 상황에서 운전면허는 어떻게 구분해 발급할 것인가도 숙제입니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아직은 논의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도로교통공단에서는 전문가들로 관련 위원회를 꾸려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 말쯤에는 기본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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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다가오고 있는 완전자율주행차 시대, 준비할 것이 꽤나 많아 보입니다. 차근차근, 하지만 늦지 않게 다양한 측면에 대한 검토와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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