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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민주당까지 "낙하산 반대", 이재명 기관장 인사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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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단행한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를 놓고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낙하산·보은' 논란이 빚어지면서 해당 기관 노조 등이 반발하고 나선 데다 여당인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까지 반대 성명을 냈다.
이 지사는 지난달 공석인 산하 공공 기관장을 잇따라 선임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신임 사장에 이우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상임고문, 경기관광공사 신임 사장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선임됐다.
이우종 사장은 이 지사의 선거캠프와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유동규 사장은 성남시의 산하 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했다. 지난달 10일 경기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한주 가천대 부총장도 이 지사의 인수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0일 전당에서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공명한 인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지사, 경기도의회, 기관 이사회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자 참여가 불발되자 이날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0일 전당에서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공명한 인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도지사, 경기도의회, 기관 이사회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 노동자 참여가 불발되자 이날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들 공공기관장들이 해당 분야에 경력이 없다는 데 있다. 경기문화의전당은 공연·전시 등 문화사업을 담당하는 데 이 신임 사장은 문화예술 분야와 공공기관 경력이 전무하다.
경기관광공사의 수장이 된 유 신임 사장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내긴 했지만, 관광 분야와는 연관이 없다.
경기도의 문화 정책 등을 관할하는 경기문화재단의 대표이사직은 미궁에 빠졌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해 경기도에 전달했지만, 경기도가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지사 측 내정자가 최종 후보에 포함되지 못하자 재추천 요구가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일 "절차와 심사 기준에 따라 최종 후보를 결정했는데 왜 재공모해야 하느냐"며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경기도가 추천한 인사 3명, 경기도의회가 추천한 인사 2명, 경기문화재단이 추천한 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이로써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공모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됐다.

경기 산하 기관장 임명에 노조 등 반발 잇따라 #관련 경력 없어 '낙하산·코드·보은 인사'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도 "인사 강행 유감" #"검증된 공공기관장 임명절차 제도화해야"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0일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공명한 인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0일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두고 공명한 인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인사권은 단체장의 고유 권한인 만큼 주로 단체장의 측근들이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대거 선임됐다. 이로 인해 '코드·낙하산·보은 인사'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양 노조는 지난 8월 "낙하산 인사가 아닌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진 선임을 위해 임원추천위원회에 노조가 참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기문화의전당 노조는 지난달 10일에도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린 회의장 앞에서 '공정한 인사'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관련 경력이 없는 사장이 선임되고, 경기도의 거절로 대표이사를 재공모해야 할 상황이 되자 노조는 다시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노조는 이 지사에게 '문화예술 분야 경력이 전무한 사람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기준과 사유가 뭐냐"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다.
경기문화재단 노조도 이 지사에 "대표이사 후보자를 재추천하도록 한 이유를 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전경. [중앙포토]

경기도의회 전경. [중앙포토]

이 지사 소속 당인 도의회 민주당까지 산하 기관장 인사에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의회 민주당은 1일 성명서를 내고 "기관장 등 주요 기관과 행정조직에 대한 인사권 행사는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기준과 잣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 초기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인사권 행사의 편향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8월 말 경기도에 경기연구원, 경기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도일자리재단 등 6개 공공기관 말고도 19개 기관의 기관장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경기도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각 후보가 적격성을 갖고 사전 검증절차를 통해 임용의 정당성이 입증된다면 누구도 이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울 테지만 경기도의 인사는 그 정당성을 살리지 못하고 '연정을 넘어선 협치'를 선보일 기회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선 7기 경기도가 협치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소통이 부재한 인사권 강행 결과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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