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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칼부림 난 주차시비···이재명이 내놓은 해법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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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전 9시 10분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의 한 주택가. 자신의 SUV 차량 앞으로 온 A씨(40)에게 B씨(56)가 흉기를 휘둘렀다. 어깨에 상처를 입은 A씨는 자신의 집으로 달아났고 곧 경찰이 출동했다. 안산 상록경찰서는 B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가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인 A씨를 흉기로 찌른 이유는 '주차'문제였다. 다세대 가구가 옹기종기 모인 곳이라 항상 주차공간이 부족한데 A씨가 B씨의 집 앞에 차를 주차한 것이다.

안산서 주차시비 벌이던 50대 흉기 휘둘러 40대 부상 #다세대 주택 몰린 곳은 주차공간 부족으로 다툼 많아 #경기도, 2022년까지 자투리 공간에 주차장 마련 #공유 주차장, 공영주차장도 확대하기로

이날 0시에도 B씨는 귀가하는 A씨가 빠르게 차를 몰고 지나가고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우자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A씨가 이를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가자 화가 난 B씨는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 A씨에게 "얘기를 하자"고 했다. 하지만 A씨는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B씨는 "평소에도 A씨와 주차 등으로 갈등이 많았다. 이날 술을 마시고 말다툼을 하면서 너무 화가 나서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주택가의 노후 주택을 헐어서 만든 자투리 주차장 [사진 경기도]

경기 성남시 주택가의 노후 주택을 헐어서 만든 자투리 주차장 [사진 경기도]

주차문제로 인한 시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경기도에 등록된 차량은 모두 538만 6022대다.
하지만 도내 주차공간은 노상(도로에 위치한 주차장) 10만 8416면, 노외(도로가 아닌 곳) 21만 3239면, 부설 495만7925면 등 98% 수준이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주거지와 근무지, 방문지를 합친 최소 필요 주차장 확보율은 130%인 만큼 현재보다 32% 정도 주차면 수를 늘려야 한다.

주차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다세대 주택이나 원룸이 몰린 주택가다. 주차공간은 부족한 데 차량 수는 많다 보니 남의 집 앞이나 틈새, 차를 세우면 안 되는 소화전 등 소방시설 주변에 얌체 주차하는 일이 잦다.
차가 이동할 수 없을 정도로 이중주차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이웃 간 말다툼을 벌이거나 주먹다짐, 때로는 흉기를 휘두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가에 사는 최모(38)씨는 "안 그래도 좁은 골목에 이중주차를 해 차량 이동이 막혔는데 차주가 전화를 받지 않아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며 "한참 뒤에 나타난 차주가 사과도 없이 '이 정도 공간도 못 지나가냐'며 핀잔을 줘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런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투리 주차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구도심의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교회·학교 등 민간 시설 주차장을 무료 개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2022년까지 4년간 총 552억원을 투입해 총 6366면 규모의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택가 뒷골목 노후주택을 매입해 소규모 주차장을 조성하면 주차수요는 줄이고 주차면 수를 늘리는 이중효과가 있다"며 "택지를 사 지하주차장을 만드는 데는 천문학적인 예산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자투리 주차장은 적은 예산으로 즉시 주차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썼다.

경기 성남시의 한 자투리 주차장. 노후주택을 헐어서 주차장을 만들었다. [사진 경기도]

경기 성남시의 한 자투리 주차장. 노후주택을 헐어서 주차장을 만들었다. [사진 경기도]

이에 따라 경기도는 이달 중으로 자투리 주차장 조성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경기도 주차장 설치 지원조례'를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 조례에는 노후주택을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는 내용이 없어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조례안에는 자투리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시·군이 주택을 매입하면 도가 주차장 설치비를 전액 부담하는 내용이 담긴다. 경기도는 내년 공모를 통해 시범사업 형태로 30개소의 자투리 주차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내년 본예산에 관련 사업비로 10억2000만원을 반영한다.

경기도는 노후주택 부지 240곳에 864면의 주차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학교나 교회 등을 이용하는 공유주차장 65곳을 이용해 주차공간 1300면도 확보할 예정이다. 민간소유의 공유주차장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개방할 경우 CCTV나 주차경계선 등의 시설을 무료로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도는 내년에 5개소를 대상으로 공유주차장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주차장 1곳당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공영주차장도 44곳(4202명)을 추가로 만든다. 도심과 상가밀집지역의 공영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연간 1개 시군 1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총 사업비의 30%, 최대 10억원을 도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사전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도에 11개 시군 11개소의 공영주차장 조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노후주택 등을 이용해 주차장을 마련하면 구시가지 재개발 사업 시 필요한 공공택지를 저축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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