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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무슨 영화 볼까? 어떤 책 읽을까? … 일상 속속들이 취향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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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진화하는 큐레이션 

‘오늘 뭐 먹지?’ ‘오늘 뭐 입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넘쳐나는 정보 앞에서 ‘결정장애’가 생길 정도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당신에게 적당한 것은 바로 이거야!’하고 추천해주기를 바란다.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현대인의 일상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유용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빅데이터·인공지능과 결합 #큐레이션 영역 다양화 추세 #유통·패션·뷰티 서비스 활발

# 직장인 권영선(30)씨는 요즘 패션 큐레이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자주 이용한다. 평소 옷 스타일링에 자신이 없었는데 앱을 통해 체형과 취향에 맞는 옷을 추천받은 뒤 2~3일 안에 배송받을 수 있어서다. 권씨는 “결혼식 하객이나 중요한 미팅, 데이트 등 용도에 맞는 옷 스타일을 큐레이션해줘 퍼스널 쇼퍼가 생긴 것 같다”며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신진 디자이너의 옷이나 독특한 디자인의 옷을 구입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생활 길잡이 역할 톡톡히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큐레이션 서비스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관심 정보만 모아서 보여주는 뉴스 큐레이션부터 스마트폰으로 음악 듣기, 주말에 볼 영화나 도서부터 온라인 쇼핑 아이템 추천까지 개인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로 만족을 극대화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점점 진화하고 있다. 최근 큐레이션 서비스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연관 검색어 제공, 웹페이지 추천 수준을 넘어 빅데이터·데이터마이닝·인공지능(AI)과 같이 발전된 IT 요소들과 결합해 더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분야가 온라인 동영상(OTT· Over The Top) 서비스다. 비디오와 DVD 배달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개인 맞춤형 영화 추천 시스템 ‘시네매치’ 알고리즘을 통해 시청자의 시청 이력과 별점 등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한다. 국내에선 ‘왓챠’나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등 동영상 플랫폼 업체가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인다. 음악감상 분야에서도 멜론·지니·벅스·엠넷 등은 데이터를 분석해 음악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활성화에 나섰다.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큐레이션은 그 영역이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엔 ‘북큐레이션’이 가장 인기를 끄는 분야다. 대형 서점보다 보유하고 있는 도서가 적은 동네책방은 서점 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책방’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최인아 책방’은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의 최인아 대표와 정치헌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대표가 직접 고른 책과 지인에게서 추천받은 책 1600권 등 총 6000여 권의 책을 보유했다. 김소영 전 MBC 아나운서가 직접 운영하며 책마다 메모를 적어놓은 합정동의 ‘당인리책발전소’와 한남동의 복합문화 공간 ‘사운즈한남’에 오픈한 ‘스틸북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북큐레이션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플라이북’은 한 달에 한 번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도서와 함께 좋은 음악과 영화 리스트, 독서 때 마시기 좋은 차 등을 배송해준다. ‘밀리의 서재’는 책 추천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독서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전자책(e-book) 읽기, 포스트 작성 및 스크랩, 공유 등이 가능하다.

유통업계에서도 큐레이션 바람이 거세다. 유기농 식자재, 신선식품, 국내 소비자가 쉽게 접하기 힘든 해외 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마켓컬리’, 산지에서 재배한 프리미엄 신선식품을 고객의 구매 행동이나 라이프스타일 등을 바탕으로 제안하는 ‘식탁이 있는 삶’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멤버스는 지난 8월 ‘마이셀럽스’와 협업해 음성 기반 포털 서비스 ‘말해’ 앱 내에 AI 큐레이션 서비스를 오픈했다. 맛집·숙박·영화·방송·요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정보를 음성 검색 서비스를 통해 추천해준다. 예를 들어 ‘밥하기 귀찮은데 간단히 먹을 거 없을까?’라고 물으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간편식을 추천해주고,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면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롯데마트 온라인몰 링크로 이동하는 식이다.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기 인증샷.

패션·뷰티 업계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패션 큐레이션 앱 ‘서제스티’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기입한 취향 정보를 활용해 일대일 맞춤형 상품과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패션 취향뿐 아니라 장소·목적 등에 딱 맞는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해준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으로 50개 브랜드, 1000여 개 상품이 등록돼 있다. 서제스티를 운영하는 틸투원의 강상우 대표는 “의류 매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점원이 옷을 추천해주는 것처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앱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의류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퍼스널컬러 컨설팅 회사인 컬러즈는 뷰티·패션 빅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플랫폼 ‘큐포라’를 선보였다. 개인이 사진을 촬영하면 스스로에게 맞는 고유색, 헤어 컬러, 눈동자 색과 피부 톤 등을 조합해 색을 진단하고 퍼스널컬러 유형을 제공한다.

유통업계도 큐레이션 열풍

소비자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선별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6만여 개에 달하는 시공 사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인테리어 플랫폼 ‘인스테리어’에서는 빅테이터 검색 엔진을 통해 면적·예산·스타일·컬러 등 세분화된 필터 항목을 체크하면 개인 취향에 맞는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공업체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공 사례마다 공사금액이 투명하게 공개돼 예산을 책정하거나 견적을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황인철 인스테리어 대표는 “막연하게 그냥 예쁜 집이 좋다며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표현조차 어려워하는 소비자를 많이 봤다”며 “빅데이터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도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검색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생산 주체도 다양해지면서 큐레이션 서비스는 나날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지불한 가격만큼 만족할 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받았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업체 역시 제대로 된 분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허지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천에 의해 검증된 ‘큐레이션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신뢰성과 공감의 요소를 제품에 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더 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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