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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사 "중국 10년이면 따라잡아" 박원순 '평양수첩' 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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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방북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방북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비화를 공개했다. 유럽을 방문 중인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방북 당시 들고 다니며 메모한, 이른바 '평양 수첩'을 펼쳐 보였다.

박 시장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강한 인상은 '북한은 생각보다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박 시장은 "고려호텔에 도착해 TV를 켜니 KBS, MBC, SBS, YTN 등이 다 나왔다"며 '북한 인사들이 남측 이슈를 다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첫날 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자신에게 '3선을 축하한다'며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인사한 일화도 전했다.

4차 산업혁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 박 시장은 "(예술·체육 분야 청소년 인재양성 기관인) 만경대 학생소년궁전과 교원대학에 갔더니 인공지능(AI)으로 교육하고 있었다"며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면 북한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북한 지도층의 자신감도 엿볼 수 있었다. 박 시장이 북한의 한 고위급 인사에게 "평화체제를 잘 만들면 20년 정도면 경제적으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 인사는 "박 시장님, 우리는 10년이면 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박 시장은 "북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해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포기를 하지 못하고)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계속해서 받으면 오히려 생존하기가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정상회담 일정을 지휘하는 모습도 인상 깊게 봤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남북정상회담 둘째 날) 옥류관 오찬 때 김여정 부부장이 옆자리에 앉았는데, 밥도 나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며 "화장실에 가려고 잠시 일어난 줄 알았는데, 돌아오지 않고 그다음 일정을 지휘하더라"고 말했다. 또 백두산 방문 때 삼지연 공항에서는 먼저 도착해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릴 것을 제안했다. 박 시장은 "만찬장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인사할 때 서울-평양 회담을 주선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위원회를 꾸리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프레스센터 대형모니터에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인사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올림픽을 한 번 치르면 도시와 국가의 운명이 바뀌는 것 같다. 한 차례 도약하는 계기가 된다"며 "이번에는 (88올림픽 때처럼) 도시기반시설을 새롭게 하기보다는 문화적인 품격을 한 차원 바꾸는 게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김능오 평양시당위원장을 만나 향후 서울-평양의 교류의 기반을 다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9·19 평양공동선언에 포함된 산림 분야 협력이 남북 시도지사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도 평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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