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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지미 카터 살린 '면역 항암제' 원리 발견 미·일 과학자, 노벨 생리의학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의과대 교수가 선정됐다. [EPA=연합뉴스]

2018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혼조 다스쿠(本庶佑) 일본 교토대 의과대 교수가 선정됐다. [EPA=연합뉴스]

혼조 다스쿠(本庶佑ㆍ76) 교토대 교수와 제임스 앨리슨(70) 미국 텍사스대 엠디앤더슨 암센터 교수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면역 항암제 원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했다”며 “두 사람이 연구한 면역 항암제는 작동 방식은 다르지만, 암세포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1억3000만원)로, 두 사람이 나눠 갖는다.

혼조 교수는 1992년 면역 항암제의 핵심 물질 PD-1을 발견했다. 앨리슨 교수도 25년간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물질인 CTLA-4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에 기초한 면역 항암제는 3세대 항암제로 불리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

앨리슨ㆍ다스쿠, 2세대 표적항암에서 3세대 '면역항암' 시대 열어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왼쪽)과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앰디앤더슨 암세터 교수. [연합뉴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왼쪽)과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앰디앤더슨 암세터 교수. [연합뉴스]

항암 치료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전쟁에 비유된다. 항암제는 암세포는 물론이고 정상 세포까지도공격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게 항암제 개발의 역사다. 1세대 화학 항암제는 암세포뿐만이 아니라 정상 세포도 공격해 부작용이 많았다. 이와 비교해 2세대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 주변 조직까지 공격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항암제 장기 투여에 따른 암세포 내성은 극복하진 못했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세포 활성화를 통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한다. 앨리슨 교수는 2015년 버클리대와 인터뷰에서 “면역 항암요법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며 “암세포는 체내 면역체계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도록 하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이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세포가 몸 속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았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항암제를 공격한다. [중앙포토]

암세포가 몸 속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담았다. 면역 항암제는 면역세포의 활동을 촉진해 항암제를 공격한다. [중앙포토]

면역 항암제는 그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은 혼조 교수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암제를 개발해 2014년 항암 신약 옵디보를 내놨다. 다국적 제약사 MSD도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2014년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최근 뇌종양에서 완치했다고 밝힌 지미 카터(94) 전 미국 대통령도 키트루다를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는 2011년 CTLA-4를 응용한 면역항암제 여보이를 허가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생리의학상 두 수상자는 암세포에서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면역 관문 수용체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다”며 “이를 통해 환자의 항암 면역기능을 회복하게 해 효과적인 항암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교수는 “항암 백신 등 면역세포 활동을 촉진하는 면역 항암제가 미래 항암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 교토대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 교토대에 마련된 기자 회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제 일본 출신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5명으로 늘었다. 일본은 2015년과 2016년에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혼조 교수를 포함해 일본은 지금까지 23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일본 언론들은 1일 혼조 교수의 노벨상 수상을 속보로 전하며 ‘일본인의 26번째 노벨상 수상’을 자축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혼조 교수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중병에서 회복한 사람들이 ‘당신 덕분이다’라는 말을 해 줄 때 내 연구가 의미가 있다고 느껴져 기쁘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며 “(나의 수상이) 기초의학 연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더 기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은 2016년 생리의학상의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에 이어 26번째(미국 국적 일본인 2명 포함)다. 생리의학상 수상은 1987년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2012년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2015년 오무라 사토시(大村智), 2016 년의 오스미 교수에 이어 다섯 번째다.

강기헌ㆍ허정원·이영희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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