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커다란 액자 앞에 발길을 멈췄다.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주재를 위해 여민관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여민관 복도에 걸린 백범 김구 선생의 친필 액자와 초상 작품이었다. 친필 액자는 백범 선생의 유가족이 기증한 것이다.
친필 액자 속에는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해석하면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라는 뜻이다.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공을 세운 서산대사의 글귀로 전해진다.
원래 이 액자가 걸린 곳에는 호랑이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청와대 작품 교체 시기가 되자 문 대통령이 백범 선생의 글씨를 걸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범 선생의 친필 액자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방미 기간(9월 23~27일) 설치된 것으로 문 대통령도 이날 처음 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곁에 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등에 “저 글씨는 마곡사에 걸려있던 것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마곡사는 남방화소(南方畵所)로 불릴 정도로 많은 승려 화가를 배출한 곳이다. 또 백범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인 장교를 살해해 옥살이를 하다 탈옥한 뒤 출가했던 절로도 유명하다.
백범 선생의 글씨 옆에는 이동재 작가의 ‘아이콘_김구’(2014)라는 작품이 걸렸다.
아크릴로 채색된 캔버스 위에 쌀을 한 톨씩 붙여서 백범 선생의 초상을 만든 작품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정상회담 후속 조치 추진계획과 유엔 총회 참석 결과 및 향후 조치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