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승태 시절 법원 비자금 사건 김명수 대법원장으로도 불똥 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공보관실 예산 명목의 연간 3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2016년도 예산(현금)이 춘천지방법원 등 각급 법원에 지급됐다는 정황이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춘천지방법원장은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15년 신설된 법원 공보관실 ‘과·실 운영비’를 수사하다가 운영비가 2016∼2017년에도 각급 법원에 지급됐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김 대법원장이 2016년 2월~2017년 8월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지난달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공보관실 과·실 운영비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3억5000만원이 편성돼 집행됐다. 이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2억7200만원은 전국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에 매년 배정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5년 3월 전남 여수 엠블호텔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각급 법원장들에게 1000만~2000만원씩 2억72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예산은 지난해까지 현금으로 지급됐다가 올해부터 카드 사용형식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5년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에 배당된 공보관실 과·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인출해 인편으로 전달받은 뒤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해 뒀다가 나눠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공보관이 아닌 법원행정처 고위 간부나 법원장이 임의로 증빙 없이 쌈짓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법원 비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6년도 예산을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현 대법원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2016년부터는 공보관실 운영비가 법원장의 개인활동비처럼 쓰였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결국 2015~2017년 이 예산이 공보관실 운영비가 제대로 쓰였는지, 아니면 법원장들의 개인 활동비로 지출됐는지, 또 이 과정에서 증빙을 첨부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015년 예산의 비자금 의혹도 애초부터 무리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각급 법원별로 받았다는 1000만~2000만원을 1년 동안 쓰면 한 달에 100만원 안팎 돈”이라며 “비자금을 강조하던 검찰이 김 대법원장이 관련될 수 있는 2016년 예산 부분에 선을 긋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재판거래나 사법행정권 남용과는 거리가 떨어진 수사로 법원과 대립각만 섰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현재까지 김명수 대법원장을 상대로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수사개시 통보를 한 적이 전혀 없다”며 “수사 기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리적 방법으로 진실을 규명하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