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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80채 분양 받아 41억원 챙긴 일당, 3년간 안 잡힌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 [중앙포토]

가족관계증명서 등 공문서를 위조해 청약 가점을 올리는 수법으로 아파트 180여채를 당첨 받은 일당 4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청약 경쟁률 800대1이 넘는 아파트에 당첨돼 1채당 최대 1억 2000만원의 차익을 남기고 불법 전매하기도 했다. 2015년 7월부터 3년간 거둔 부당 수익은 41억원에 이른다. 이들의 범행이 3년간이나 이어져 왔던 이유는 뭘까.

위장전입·공문서 위조해도 확인 안하는 점 이용 #부산경찰청, 대리계약 1000여명 전수조사해 적발

이 사건은 부산경찰청이 지난 1월 국토교통부에 부산권 신규분양 아파트 당첨자 가운데 대리계약자로 서류를 제출한 1000여명의 명단을 받으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부산경찰청은 대리계약자가 신고한 주소를 일일이 찾아가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했다. 10여건의 위장 전입 사례를 발견한 부산경찰청은 대리계약자가 분양사무소에 제출한 공문서의 진위도 확인에 나섰다. 대리계약자 A씨(여·45), B씨(60)가 제출한 서류에서 위조 서류가 집중됐다. 부산경찰청은 공인중개사인 A·B씨, 서류 위조책 C씨(32), 떴다방 업자 D씨(30) 등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박용문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은 위장 전입하더라도 분양사무소가 이를 확인할 수 없고, 가족관계·혼인관계 증명서 등의 사실 여부를 관할 구청에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범죄에 악용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권 불법매매 개요도. [사진 부산경찰청]

아파트 분양권 불법매매 개요도. [사진 부산경찰청]

실제로 떴다방 업자 D씨는 2015년 5월부터 2018년 7월 31일까지 전국 인기 아파트에 당첨되기 위해 산부인과 등 의사 진단서 21건을 위조해 청약자가 임신한 것처럼 서류 조작했다. 공인중개사인 A·B씨는 같은 기간 청약통장 명의자에게 1건당 400만~1000만원의 수수료를 주고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매수했다. 확보한 청약통장 명의를 이용해 C씨에게 건당 20만원을 주고 청약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공문서를 위조해 분양회사에 제출했다.

일당은 서류조작으로 청약 가점을 높인 결과 2017년 7월 부산 수영구 민락동 소재 817:1의 경쟁률을 보인 아파트 3채에 당첨됐다. 또 2016년 7월에는 경기도 하남시 풍산동 소재 408:1의 경쟁률을 보인 아파트에도 3채가 당첨됐다.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의 분양권은 1채당 최고 1억2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받고 불법 전매했다. 이들이 3년간 180세대를 분양받고 140세대를 다시 불법 전매해 거둔 부당 이득은 총 41억2000만원에 이른다.

부산경찰청은 공문서 위조 등으로 아파트에 당첨되고 불법전매한 일당 4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일당에게 압수한 증거품들.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은 공문서 위조 등으로 아파트에 당첨되고 불법전매한 일당 4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일당에게 압수한 증거품들. [사진 부산경찰청]

박 팀장은 “아파트 당첨자가 제출한 공문서를 무작위로 추출해 관련 기관에 표본 감정을 받는 등 검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위장 전입을 막기 위해 전입 신고 시 해당 주소지 건물주에게 전입 사항을 문자로 통보하는 알림서비스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a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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