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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총액-유효 기간-연 증가율' 패키지 협상

중앙일보

입력

6월 열린 한미 방위비협상 제4차 회의에서 협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장원삼 한국 측 방위비협상대사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협상 대사. [사진공동취재단]

6월 열린 한미 방위비협상 제4차 회의에서 협의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장원삼 한국 측 방위비협상대사와 미국 측 티모시 베츠 협상 대사. [사진공동취재단]

한·미가 2019년부터 적용될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타결을 위해 한국이 부담할 액수와 유효 기간, 연 증가율 등을 한데 묶어 이견을 좁히는 패키지 협상에 돌입했다.

일부 내주고 나머지 요구 관철 '주고받기' 이뤄질 듯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나 “(협상의 주요 쟁점이)총액과 유효 기간, 연 증가율, 제도 개선 방안인데 이 중 제도 개선 분야에서는 협의가 (잘)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세 가지를 묶어서 서로 수용 가능한 방안이 뭐가 있을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 쟁점들을 한 데 묶어 주고받기식으로 양측의 요구를 절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항목에서 한국이 양보를 하면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한국 측 요구를 관철하는 식으로 협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그렇다. 세 가지 항목에 있어서 서로 입장이 다르니 조율을 하면서 서로 수용 가능한 선에서 어떻게 하면 타결이 가능할지 모색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양 측은 지난달 19~20일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대학에서 열린 7차 회의에서도 가장 뜨거운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총액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으로, 올해 한국 측 부담 액수는 약 9602억원이다.

미 측은 협상 초기부터 엄청난 증액을 요구하며 새로운 항목까지 제안해 왔다. 원래 방위비는 ▶주한미군에서 근로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분야로 나뉘는데, 미 측은 이에 더해 ‘작전 지원 비용’이라는 항목을 신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 비용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기존 항목만으로는 대폭 증액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새로운 항목을 고안해낸 것이다. 이에 한국은 “방위비는 원래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견해차가 큰 항목이 여럿 있지만, 미 협상단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총액”이라면서 “총액만 어느 정도 올려서 맞출 수 있다면 다른 항목에 대해서는 여지를 둘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협상단이 이처럼 총액에 집중하는 것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지목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유엔총회 참석 뒤 연 기자회견에서도 한·미 연합훈련 비용 문제를 꺼냈다. 그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한·미 연합훈련을 유예한 것과 관련, “우리는 납세자들을 위해 엄청난 비용을 아끼고 있다. 나는 훈련을 장기간 중단하고 싶다”며 “솔직히 나는 한국에 ‘당신들이 (훈련)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우리가 그들을 위해 비용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방위비 문제를 거론했다.

미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을 토대로 한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 총액 인상을 압박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연합훈련은 상호호혜적인 것으로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연합훈련의 경우에는 참가하는 국가가 자기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양 측은 이달 중순 서울에서 8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기존 협정의 만료 기간은 올해 12월 31일로, 이때까지 새 협정이 발효되지 않으면 ‘무협정’ 공백 기간이 발생해 한국인 군무원 임금 지급 등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방위비 특별 협정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받아야 하기 때문에 국회 심의 기간을 고려하면 이 달 중에는 한·미 간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시기에 쫓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한 때문에 내용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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