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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첫 도입한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오늘만 2건 녹화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안성병원)이 1일부터 전국 병원 중 처음으로 수술실 폐쇄회로 TV(CCTV)를 운영한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다른 경기도의료원 5개 병원 수술실에도 CCTV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인데 의료계는 "의료진과 환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날부터 안성병원에서 수술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CCTV 촬영 동의 여부를 묻는다고 밝혔다.
수술동의서를 받으면서 "CCTV 녹화를 원하느냐"고 물어 원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개인 정보동의서를 받는 방식이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사진 경기도]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사진 경기도]

현재 안성병원 5개 수술실에는 이미 5대의 CCTV가 설치됐다. 영상녹화는 가능하지만, 음성녹음은 되지 않는다.
경기도 관계자는 "안성병원은 올해 3월 신축하면서 수술실별로 CCTV를 설치했지만, 의료법 등 관련 법령에 운영근거가 미흡해 사용하진 않았다"며 "영상 보관은 30일까지 가능한데 CCTV 녹화 목적이 의료분쟁을 위한 것인 만큼 보관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 운영 #개인정보 보호위해 환자가 동의하면 녹화 #1일 전체 수술 6~7건 중 2건이 동의 #의료계 "의료진, 사생활 침해 우려" 반발 #경기도 "의료 사고 등 줄어들 것" 확대 시행 방침도

이날 안성병원에서 이뤄지는 수술은 모두 6~7건인데 'CCTV 녹화'에 동의한 것은 다리골절 등 모두 2건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술실 CCTV 녹화 사실을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도 하지만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수술은 환자나 보호자가 녹화를 원치 않았다"면서도 "맹장 수술 등 갑작스러운 수술도 있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경기도의료원 산하 수원·의정부·파주·이천·포천병원 등 5개 병원에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예정이다. CCTV 설치를 위해 경기도의료원 각 병원과 병원 노조의 동의도 받은 상태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살에 설치된 CCTV 화면 [사진 경기도]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살에 설치된 CCTV 화면 [사진 경기도]

먼저 이천병원엔 내년 3월까지 4대의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수원(3대)·의정부(3대)·파주(3대)·포천(4대)병원의 경우 CCTV 구매와 설치 예산으로 4400만원을 책정해 2019년도 본예산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환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수술실은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 있고 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는 환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촬영할 계획이며 정보보호 관리책임자를 선임해 환자의 개인정보를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의료인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환자의 인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CCTV 설치는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환자를 위한 적극적인 의료행위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수술을 받는 환자와 간호사 등 의료관계자의 사생활 등도 침해해,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 관계를 무너트리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사진 경기도]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 [사진 경기도]

이에 이 지사는 재차 자신의 SNS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대한의사협회장과 경기도의사회장, 경기도의료원장 등에게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오는 12일 이 지사 집무실에서 열리는 토론회는 이 지사의 SNS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녹화된 수술실 CCTV 영상은 의료분쟁 등으로 환자나 보호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만 공개된다"면서 "12일에 열릴 토론회를 통해 의사협회 등의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보완해 확대·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경기도가 형식과 절차를 갖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토론회 일정을 통보해 현재로썬 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병원은 주취자 폭력이나 인권침해, 의료사고 우려로 응급실에 CCTV를 설치했지만, 수술실의 경우는 의료계의 반대로 각 병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환자의 동의를 받으면 CCTV 촬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의료계 반발로 폐기된 바 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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