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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4명 중 1명 “죽고 싶다” “고독사 우려”…“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여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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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뉴스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뉴스1]

한국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노인도 4명 중 1명 꼴이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노인도 4명 중 1명에 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5∼11월 전국 청장년층(18세 이상 65세 미만) 500명과 노인층(65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노인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담은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노인의 날(10월2일)을 맞아 1일 공개했다.

노인 응답자 1000명 중 26.0%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경제상태가 나쁘다고 답한 노인(43.2%)과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노인(39.1%)일수록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사를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노인의 비율도 전체의 23.6%에 달했으며, 70대 전반(26.9%)과 80대 이상(26.8%)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존엄한 죽음’에 대해 노인 응답자 83.1%는 ‘존엄사를 찬성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87.8%는 ‘호스피스 서비스가 활성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노인의 주된 경제적 노후 준비 수단은 공적연금(34.4%)과 저축(32.4%)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노인(44.7%)은 여성 노인(27.1%)보다 공적연금 가입률은 높았지만, 은행 저축 비율은 29.8%로, 여성(34.2%)보다 낮았다.

노인이 청·장년보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응답자의 35.5%가 노후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지만 청·장년은 14.2%만 준비를 못 했다고 답했다. 청·장년은 공적연금, 은행저축,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노인인권을 “노인이 존엄을 지키며, 노후의 생활을 인간답게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권리”로 정의했다.

한편 이날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노인이 완전한 권리 주체로 인식되고, 존엄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인이 되는 것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여정”이라면서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낮은 출산율, 청장년 세대의 경제적 어려움과 세대 간 소통의 문제가 맞물려 노인 세대가 미래 세대의 부담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함께 노인혐오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 위원장은 “인권위는 학대·자살·빈곤뿐만 아니라 최근 새롭게 제기되는 노인 간 돌봄, 황혼 육아, 세대 갈등 등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인인권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노인 인권 문제 해소를 위한 제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처음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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