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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여성과학자 노벨상 받을까…돌아온 ‘노벨상의 계절’

중앙일보

입력

최고 영예로 불리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2일(물리학상)·3일(화학상)·5일(평화상)·8일(경제학상) 각 부문 수상자를 연이어 발표한다.

1일부터 8일까지 연이어 수상작 발표 #남·북·미 정상 평화상 후보 거론 #물리학상엔 탄소기반물질 또는 양자컴퓨팅 유력 #문학상은 미투 파문으로 올해 수상작 없어

1일 첫 수상자는 이르면 이날 오전(우리나라 기준 오후 6시30분)쯤 발표된다. 노벨위원회의 원칙에 따라 후보는 철저히 비공개된 가운데, 남·북·미 정상들과 여성 과학자가 노벨상의 영예를 안게 될지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美 대통령, 노벨 평화상 수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하는 상은 노벨평화상이다.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올해만 정상회담이 세 번이나 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6·12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영국의 합법 도박업체 래드브록스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노벨평화상 후보 1위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위에 선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상 수상자로 거론된 이유는 또 있다. 지난 5월 루크 메서를 비롯한 미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편지를 노벨위원회에 보낸 것이다.

지난달 18일엔 해리 카자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방위연구국장이 “한반도의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칼럼을 폭스뉴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4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노벨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희호 여사가 “노벨평화상을 타시라”는 내용의 축전을 전달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6월 12일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하지만 지난 2월 이미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이 마감된 점을 감안하면, ‘4월 이후’ 잇따라 열린 남·북·미 정상들의 회담은 노벨상 추천에서 고려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 이중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이주민에 대한 강경정책을 유지해왔기에 평화상 수상자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노벨위원회 위원인 토르비에른 야글란 유럽평의회 사무총장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밀입국 가족 분리정책과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를 두고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은 그가 더 이상 미국과 세계의 도덕적 지도자가 아니라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 여성과학자는 3%…올해는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등 세 가지 분야에 수여되는 노벨 과학상 부문에선 여성 수상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달 28일 “이번에 여성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면 50여년 만에 첫 여성 수상자가 된다”고 전했다. 실제 물리학상 부문에선 지난 1963년 원자핵 이론 형성에 기여한 마리아 괴퍼트메이어가 상은 받은 이후 54년째 여성 수상자가 없었다.

 물리학 뿐 아니라 생리의학, 화학분야를 합쳐도 과학분야에선 노벨상을 받은 여성과학자는 전체 노벨 과학상 수상자의 3%밖에 되지 않는다. 네이처지는 “이런 노벨상의 성비 불균형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상을 수여하는 노벨위원회의 명예에도 비판이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벨상 메달.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중앙포토]

노벨상 메달. 노벨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중앙포토]

그러나 이같은 비판 여론이 실제 여성과학자의 수상 여부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하는 학술정보회사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옛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수상자 명단엔 여성과학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 기관은 물리학상 수상후보로 탄소기반 물질을 연구해 대용량 전기저장장치 ‘수퍼커패시터’의 상업화를 이끈 유리 고고치 미국 드렉셀대 교수, 로드니 루오프 한국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파뜨리스시몽 프랑스 툴루즈 폴사바티에대 교수를 꼽았다. 또 스핀홀 효과를 발견해 양자컴퓨팅에 기여한 양자물리학자 데이비드 어스찰럼 미국 시카고대 교수, 아서 고사드 미국 샌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이 거론했다.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미투’ 파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스웨덴 한림원이 논란에 휩싸이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사진)은 지난 4월 사퇴했다. [EPA=연합뉴스]

‘미투’ 파문에 대한 미온적 대처로 스웨덴 한림원이 논란에 휩싸이자 사라 다니우스 사무총장(사진)은 지난 4월 사퇴했다. [EPA=연합뉴스]

올해 노벨 문학상의 경우는 수상작 없이 ‘공석’으로 남게 된다. 문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 11월 ‘미투’ 파문에 휘말리면서 한림원 종신 위원 18명 중 6명이 사퇴, 2명은 활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내년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두 편 선정될 계획이다.

오는 8일까지 수상자가 모두 발표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노벨상 설립자인 알프레트 노벨의 기일(12월 10일)에 맞춰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 스웨덴 스톡홀름(기타 분야)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겐 메달·증서·상금 900만 크로네(11억 2400만원)가 수여된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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