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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침엽수림 사라지고 아열대 지역 황해도까지 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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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고 있는 지리산 구상나무 숲 [중앙포토]

말라죽고 있는 지리산 구상나무 숲 [중앙포토]

지구온난화에 백두대간 침엽수림이 사라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과 한국임학회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2009년 73.22㎢에 이르렀던 백두대간 설악산 권역의 침엽수림 면적이 2016년 66.09㎢로 9.7%나 줄었다.
덕유산 아(亞)고산대 상록침엽수림은 2002~2011년 10.1%가 줄었고, 지리산 아고산대 침엽수림도 2003~2011년 사이 3.4% 감소했다.
최근 녹색연합 조사에 따르면 지리산 반야봉(해발 1732m) 정상의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70% 이상이 고사했다.

녹색연합이 지난달 16일 공개한 지리산 반야봉 정상의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떼죽음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이 지난달 16일 공개한 지리산 반야봉 정상의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떼죽음 모습. [녹색연합 제공]

숨 가쁘게 진행되는 지구온난화에서 한반도만 비껴갈 수 없다. 오히려 다른 지역보다 온난화 속도는 더 가파르다.

[IPCC 총회] 지구 평균보다 빠른 한반도 기후변화 속도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발간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와 기상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신기후체제 대비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30년의 한반도 기온은 20세기 초보다 1.4도, 지난 30년 동안에만 1.2도나 상승했다. 최근 30년 동안에는 10년마다 0.4도씩 상승한 셈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1도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훨씬 빠른 속도인 셈이다.

열대야 일수는 10년마다 0.9일씩 늘어났다.
반면 서리 일수는 10년마다 3.2일씩, 결빙일수는 10년마다 0.9일 줄었다.
이에 따라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8일 줄었다.
봄이 시작되는 시기는 13일, 여름 시작은 10일 앞당겨졌으나 가을 시작일은 9일, 겨울 시작은 5일 늦어졌다.

지난 8월 폭우로 인해 침수된 제주시 도령로 일대 [연합뉴스]

지난 8월 폭우로 인해 침수된 제주시 도령로 일대 [연합뉴스]

연평균 강수량도 100년 전보다 124㎜나 증가했다. 10년마다 16.3㎜씩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80㎜ 이상 퍼붓는 강한 강수는 증가했지만 약한 강수는 줄어들었다. 올 때 한꺼번에 쏟아진다는 얘기다.

미래에도 기온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온실가스의 획기적인 감축에 성공한다는 시나리오(RCP 2.6)를 적용하면 2022~2040년에는 현재 기후 값(1981~2010년 평균)보다 1.5도 상승하고, 2041~2070년에는 현재보다 1.8도 상승하지만, 그 이후에는 더는 기온이 상승하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일부만 실현되는 시나리오(RCP 6.0)에서는 2071~2100년에는 지금보다 3도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RCP 6.0 시나리오에서 21세기 후반 지구 평균기온은 2.7도 상승, 동아시아 평균기온은 2.5도 상승으로 예측된 것과 비교하면, 한반도 기온 상승 폭이 더 클 전망이다.

RCP 6.0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현재 한반도 남해안에 걸쳐 있는 아열대 기후구 경계가 21세기 후반에는 강원도 동해안 일부 지역과 황해남도 서해안까지 북상하고, 내륙으로도 충남 일부 지역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폭염일수도 RCP 6.0을 적용할 경우 현재 연간 7.3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17.2일로 늘어나 열사병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열대야 일수는 현재 연간 2.8일에서 21세기 후반 13.3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오르는 등 서울지역 111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지난 8월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냉방을 한 집의 창에는 푸른색이 돌고, 열이 발생한 실외기는 밝은 노란색으로 나타나 있다. [연합뉴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9.6도까지 오르는 등 서울지역 111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지난 8월 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냉방을 한 집의 창에는 푸른색이 돌고, 열이 발생한 실외기는 밝은 노란색으로 나타나 있다. [연합뉴스]

포항공대 민승기 교수는 지난달 19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전략 도출을 위한 토론회'에서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해도 동아시아 지역 절반 이상에서 극한 열 스트레스가 발생하겠지만, 1.5도로 억제하면 기온이 2도 상승할 때보다는 열 스트레스 지수를 0.6~0.7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열 스트레스 지수는 습구온도계로 측정한다.

민 교수는 또 "기온이 1도씩 상승할 때마다 대기 중 수증기가 7%씩 늘어나기 때문에 온난화를 억제할수록 극한 강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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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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