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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초·북극곰 멸종하고, 폭염에 살기 어려운 곳 늘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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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24호 태풍 '짜미'의 모습.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를 통과할 때의 모습이다. [사진 AP=연합뉴스]

미국 항공우주국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24호 태풍 '짜미'의 모습. 지난달 28일 일본 오키나와를 통과할 때의 모습이다. [사진 AP=연합뉴스]

극심한 폭염과 걷잡을 수 없는 산불, 드세진 태풍과 양동이로 들이붓는 폭우, 그리고 세찬 한파와 엄청난 폭설….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모습이다. 기상이변 소식은 하루가 멀다고 전해진다.

[IPCC 총회] 기온 치솟은 '찜통 지구'의 모습은…

기후학자들은 개별적인 기상이변을 기후변화, 즉 지구온난화와 연결하는 데 아직도 주저하지만 갈수록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은 우려했던 기후변화가 눈앞에 닥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는 기상 관측 사상 세 번째로 더운 해였다. 엘니뇨가 발생했던 해(1998년과 2016년)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기온을 보인 것이기도 하다.
지구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는 지난해 405ppm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년째 주춤했던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어난 것도 원인이다.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는 1960년대에 비해 4배가 됐다.

4.5도 상승하면 중요지역 생물 절반 멸종 

독일의 석탄발전소와 풍력발전기. 2017년 현재 전 세계 재생에너지 비율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AP=연합뉴스]

독일의 석탄발전소와 풍력발전기. 2017년 현재 전 세계 재생에너지 비율은 3.6%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AP=연합뉴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은 1도 상승했고, 10년마다 0.17도씩 올라간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출했지만, 이를 이행한다고 해도 지구 기온이 3도는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극단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기온이 3~4도 높아질 수도 있다.

기온이 그렇게 치솟는다면 지구는 어떤 상황이 될까.

지난 3월 세계자연기금(WWF)은 학술지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전 세계 33개 '우선 지역(Priority Places)'에서 생물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선 지역'은 아마존이나 마다가스카르, 보르네오 등 희귀 생물이 서식하는 지역이다.
WWF는 지구 평균기온이 4.5도 상승하면 아마존 열대 우림의 69%가 멸종하는 것을 비롯하여 우선 지역 생물의 절반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플로리다공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지난 5월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금 추세라면 2100년 바닷물 수온이 2.8도 상승, 산호초와 북극곰이 멸종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도 전 세계 해양에서는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산호초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지난해 호주 정부의 조사 결과, 대산호초의 91%가 백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호주 대산호초를 포함해 전 세계 산호초의 70%가 이미 피해를 보았다.

중국 북부 평원 사람 살 수 없는 곳 돼 

미국 해양대기국(NOAA)가 공개한 2010년 7월 태국 연안 산호초의 백화현상. [중앙포토]

미국 해양대기국(NOAA)가 공개한 2010년 7월 태국 연안 산호초의 백화현상. [중앙포토]

지구온난화로 태풍·허리케인이 갈수록 드세지면서 피해도 늘고 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세력이 더 강한 태풍이 발생하게 된다.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서만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이 세력을 잃지 않고 더 북쪽까지 진출하고, 가을에도 피해를 낳는다. 10월 초인데도 일본은 제24호 태풍 '짜미'로 큰 피해를  보았다.
기온이 상승하면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게 된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는 수증기를 7% 더 포함할 수 있어 태풍은 강한 바람과 함께 물 폭탄도 쏟는다.

폭염도 갈수록 심각해진다. 특히 중국 북부 평원의 경우 2070년이면 여름철 폭염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바뀔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70년과 2100년 사이 이 지역의 습구온도(wet-bulb temperature)가 35도까지 치솟는 일이 ㅋ,게 늘어날 전망이다. 습구온도는 얇은 천을 물에 적셔 기온을 측정하는 것으로, 상대습도나 불쾌지수를 알기 위해 쓴다.
습구온도가 35도에 이르면 너무 뜨겁고 습도도 높아 사람의 몸은 땀으로 체온을 식힐 수가 없어 그늘에서도 6시간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지역 큰 피해 

지난 8월 초 스위스 알프스 론 빙하 인근에서 등반객이 사진을 쵤영하고 있다. 폭염이 북유럽에서까지 기승을 부리자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거품을 씌워놓았다. [AFP=연합뉴스]

지난 8월 초 스위스 알프스 론 빙하 인근에서 등반객이 사진을 쵤영하고 있다. 폭염이 북유럽에서까지 기승을 부리자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 위해 거품을 씌워놓았다. [AFP=연합뉴스]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한다. 수온 상승에 따른 바닷물의 열팽창도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된다.
지난 2013년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는 보고서를 통해 2100년경 해수면이 60~9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부에서는 2~3m도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해수면과 비슷한 높이에 사는 인구가 1억6800만 명이나 된다. 신혼여행지로 인기 있는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 1m 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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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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