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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고영한·박병대·차한성 … 전직 대법 수뇌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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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 수사관들이 30일 오후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서울 성균관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 지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검찰 수사관들이 30일 오후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서울 성균관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오르고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 소송 지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1]

‘재판거래 및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전직 사법부 최고위층 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행정처장 지낸 전 대법관 3명 포함 #재판거래 의혹 윗선 첫 강제 수사 #영장 발부한 검찰 출신 부장판사 #지난달 인사 때 영장전담 임명

검찰은 30일 양 전 대법원장이 소유한 차량과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주거지,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차한성(61·7기)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3명의 전직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1년 10월~2017년 5월 대법관이 겸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양승태

양승태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전직 대법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검찰이 관련 수사를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유해용(52·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선에서만 머물렀던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간 모양새다.

그동안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번번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서 실시되지 못했다. 법원은 전직 대법관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될 때마다 “대법관이 공모했다는 소명이 부족하다” “대한민국 대법관이 일개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에 따라 재판한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경우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고 차량에 대해서만 발부됐다. 차한성·박병대 전 대법관의 집에 대한 압수영장도 기각됐다.

법원이 검찰에 전한 양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 사유는 “주거 안정 가치가 중요하고, 증거 자료가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였다. 검찰 관계자는 “차량 영장은 주거지나 사무실을 청구하면서 의례적으로 같이 청구하는 경우였는데 차량만 내주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법원의 기각 사유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통해 박 전 대법관이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2014년 10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서실장 공관에서 만나 이른바 강제징용 소송을 논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고 전 대법관은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소송, 현직 판사가 연루된 부산 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입수한 임종헌(59·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이규진(56·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8월 제출한 업무수첩,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일지 등을 통해 윗선 혐의를 밝힐 조각을 맞추고 있다. 2015년 2월~2017년 2월 부산고법원장을 맡았던 윤인태 변호사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과 관련해 고영한 전 대법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사건의 최종 책임자가 양 전 대법원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근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에 배정된 공보 예산 수억원을 불법으로 모아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검찰 출신인 명재권(51·연수원 27기) 부장판사가 했다. 검찰 수사팀장인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명 부장판사는 지난달 3일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전담을 맡았다. 명 부장판사는 12년간 검사로 근무한 뒤 2009년 경력 법관으로 임용됐다.

김민상·정진호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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