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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같은 영업방법도 특허 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현호의 특허로 은퇴준비(13)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테헤란로 일대는 주말 늦은 시간에 택시 잡기가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늦은 시간이라도 택시가 없지는 않지만 강남역으로 가 장거리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 기사들이 차를 세우지 않는다. 이 시간에는 카카오 택시도 무용지물이다. 그럴 때면 미국 출장을 가서 처음으로 편리하게 사용해봤던 우버 택시가 생각난다.

해외 대다수 국가에서 운송 분야의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손꼽히는 우버 택시 서비스. [중앙포토]

해외 대다수 국가에서 운송 분야의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손꼽히는 우버 택시 서비스. [중앙포토]

비록 국내에서는 택시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때문에 정착을 못 했지만 해외 대다수 국가에서 우버 서비스는 운송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손꼽히며 성공스토리를 썼다. 우버가 안착한 해외 국가의 택시 사업자들 대부분은 피해가 불가피했다. 신기술이 등장하면 수혜자와 피해자가 필연적으로 함께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우버 서비스의 최대 피해자는 당연히 택시 사업자였다. 우리 정부는 우버를 막고 택시 사업자들을 보호했다.

미국 출장 중에 우버 택시를 처음 타고 도착한 샌프란시스코 역사 앞에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에서 사업자의 권익보다는 신기술이 가져올 국민의 편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을 다시 보게 됐다.

19세기 초 등장한 방직기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든 노동자들이 촉발한 기계 파괴 운동과 19세기 말 영국이 자동차산업으로부터 마차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은 모두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사람들은 신기술을 열망하지만 또한 동시에 이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지게 될 직업은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하는 신문 기사가 자주 나온다. 나의 직업인 ‘변리사’가 인공지능으로부터 어느 정도 위협을 받고 있는지를 확인하곤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발달은 현재의 우버 서비스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머지않아 등장시킬 것이고, 이렇게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 중 일부는 우리의 생활을 근본부터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도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이는 영업 방법을 말한다. 영업 방법은 상거래, 교육, 교통, 금융 등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되어 온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전통적인 형태는 오프라인에서의 인간의 행동으로 실행되는 것이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온라인상의 비즈니스 모델이 왕성하게 출현 되고 있다.

구글 서울캠퍼스 쇼케이스에 참가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구글 서울캠퍼스 쇼케이스에 참가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오프라인에서의 인간의 행위만으로 이루어진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특허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전체 실행 과정 중에서 일부라도 온라인상에서 실행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는 특허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물건을 구매하는 구매자와 해당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 간의 상거래 방법을 오프라인에서가 아니라, 서버 등과 같은 온라인상에서의 컴퓨터 구현 기술을 통해 구현한 경우에는 특허로서 보호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 발명을 특허 제도에서는 약칭하여 BM 발명 또는 전자상거래 관련 발명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는 전자상거래 말고도 다양한 분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관련 발명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 초창기 시절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전자 상거래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BM 발명에 대한 특허 심사 절차에서는 BM 발명의 기술적 특징을 2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서비스 시나리오(영업 방법)상의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 방법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하는 컴퓨터 구현 기술상의 특징이다.

우버 서비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BM 발명의 기술적, 상업적 가치는 영업 방법, 즉 서비스 시나리오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특허 심사 기준에 의하면 영업 방법상의 특징보다는 컴퓨터 구현 기술상의 특징에 중점을 두고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컴퓨터 구현 기술은 영업 방법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며, 참신하면서도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경우에도 막상 이를 구현하는 컴퓨터 구현 기술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특허 심사 과정에서는 서비스 시나리오의 창작성보다는 컴퓨터 구현 기술 구성의 곤란성을 위주로 진보성을 판단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에서의 복잡한 연산 및 처리의 과정으로 특허청구범위를 한정하는 경우라야 실무상 특허 심사를 통과하기가 쉬워진다.

이러니 제아무리 독창적인 서비스 시나리오는 갖는 BM 발명이라고 하더라도 현재의 특허 심사 관행 하에서는 복잡한 컴퓨터 구현 기술 구성으로 청구범위를 한정해야만 특허를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BM 발명의 기술적, 상업적 가치는 영업 방법, 즉 서비스 시나리오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특허 심사 기준에 의하면 영업 방법상의 특징보다는 컴퓨터 구현 기술상의 특징에 중점을 두고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pxhere]

BM 발명의 기술적, 상업적 가치는 영업 방법, 즉 서비스 시나리오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특허 심사 기준에 의하면 영업 방법상의 특징보다는 컴퓨터 구현 기술상의 특징에 중점을 두고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pxhere]

그러나 결국 이렇게 특허를 받게 되면 BM 특허권자는 향후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는 침해자를 제재하기가 어렵게 된다. 특허받은 BM 발명의 서버 내부에서의 연산 및 처리의 과정이 침해자의 서버에서 동일하게 실행되고 있다는 것을 특허권자가 외부에서 확인하고 이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BM 발명은 다른 기술 분야보다 특허 등록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BM 발명에 대한 특허 심사가 다른 기술 분야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특허 심사관에게 실질적인 독립적 심사 권한이 부여되고 있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BM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는 경우에 특허권자가 특허등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본 경쟁사들의 특허청으로의 막무가내식의 항의성 민원이 빈번한 편이며 이렇게 민원이 제기되면 담당 공무원인 특허청 심사관은 내부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래에 특허 부여에 대한 항의성 민원이 있더라도 담당 심사관의 특허 결정 처분에 내부적으로 누구도 문제로 삼을 수 없을 정도의 엄격한 기준으로의 심사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에 따라 BM 발명의 특허권자는 심사 과정에서 특허청구범위에서의 과도한 기술적 한정을 요구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허청구범위에서의 필요 이상의 기술적 한정을 통해 특허 등록을 받게 되면 제3자는 특허를 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되어 특허권자의 권리 행사가 매우 어려워진다.

향후 특허 심사 과정에 있어서 BM 발명의 기술적 가치는 컴퓨터 구현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 시나리오 표현되는 영업 방법 그 자체라는 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BM 발명에 대한 특허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보호에 소극적인 국가에서 관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현호 국제특허 맥 대표 변리사 itmsnm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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