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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는 모든 직원에게 인턴 1명씩 쓰게한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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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20)

구글은 지원하기조차 호락호락하지 않은 회사다. 회사 문화와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몇 달간 비워두더라도 제일 적합한 인재를 구하려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AP=연합뉴스]

구글은 지원하기조차 호락호락하지 않은 회사다. 회사 문화와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몇 달간 비워두더라도 제일 적합한 인재를 구하려는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AP=연합뉴스]

몇 년 전 구글이 광고판에 내는 문제 즉, 암호 같은 것을 풀어야만 지원할 기회를 얻는 특이한 채용방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구글은 지원하기조차 호락호락하지 않은 회사였다. 구글은 회사 문화와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몇 달간 비워두더라도 제일 적합한 인재를 구하려는 시간과 노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구직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은 흔하다. 그럼 구인은 쉬워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구직 못지않게 채용담당자들의 입장도 난처하다고 한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독특한 발상으로 그 회사에 맞을 만한 사람을 찾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 회사들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내부추천제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회사에 오픈포지션이 생겼을 때 현재 일하고 있는 내부 직원이 함께 일을 해 보았거나, 최소한 잘 아는 외부의 누군가를 그 포지션에 추천한다. 채용까지 연결되면 추천한 그 내부직원에게 포상해서 내부추천제도를 활성화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부작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만 운영된다면 고용주와 고용인 양방에게 이득이 되는 인재선발 제도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서, 추천뿐만 아니라 실제로 내부직원들에게 고용 권한을 주는 회사가 있다. 네시삼십삼분이라는 이름의 모바일게임업체다. 모든 직원이 인턴 한명씩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다. 인턴십 3개월이 지난 후 회사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평가한다. 회사직원들에게 인턴채용 권한을 위임하고 책임도 지도록 하는 제도이다.

직원은 자기가 데려온 인턴의 평가가 곧 자신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검증을 해서 데려온다. 또 그 직원이 자연스럽게 본인이 데려온 인턴의 멘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입 인턴의 사내 적응도 수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잘 정착된다면 동종업계에서 신입직원 채용 시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꽤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 모바일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은 모든 직원이 인턴 한명씩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다. 인턴십 3개월이 지나면 회사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평가한다. [중앙포토]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 모바일게임업체 네시삼십삼분은 모든 직원이 인턴 한명씩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다. 인턴십 3개월이 지나면 회사 차원에서 정규직 전환 여부를 평가한다. [중앙포토]

반면에 실험적인 채용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있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인성과 평판을 매우 중시하는 회사가 있다. 경력직이라면 이전 직장의 레퍼런스 조회로 평판을 알아볼 수 있겠지만, 신입사원의 성향을 어떤 식으로 파악한단 말인가? 채용단계에서는 교수나 동기로부터 평판도 받지만, 채용 한참 이전부터 채용담당자가 공들이는 작업이 들어간다.

6개월 정도 장기간에 걸쳐 주 1회 정도 정기적으로 타깃팅한 대학교를 방문한다. 마치 암행어사인 양 채용이 최종 목적인 것을 밝히지 않고, 취업 관련 멘토링이나 모임을 추진해서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그러한 교류를 통해서 평상시의 인성을 파악해두었다가 취업시즌에 그 포지션에 잘 맞을 성향을 가진 학생에게 입사제안을 하는 것이다.

인재풀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기업이 왜 이렇게까지 수고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채용담당자에게 물어보았다. 이유인즉슨, 대기업의 신입직원 10명 중 3명이 1년 이내에 퇴사하는데, 그 이유를 분석해보니 대다수가 조직적응력 부족 때문이었다고 한다.

시험부터 몇 단계에 걸친 면접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거쳐서 채용하고 교육한 신입직원이 퇴사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큰 손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장기간의 관찰을 통해 그의 실제 인성을 파악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매우 바람직하고 또 선진화된 채용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공들인 시간에 비해서 만약 스카우트 성공률이 낮다면?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는 실험적인 제도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는 채용과정도 무척 까다롭지만 채용 후에도 기업 철학에 맞는 인재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를 가진 외국계 스포츠 브랜드 회사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회사는 경력뿐만 아니라, 신입사원들도 채용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면접을 꼭 거쳐야 할 만큼 인재채용에 신중하고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게다가 특이한 점은 채용프로세스에서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원자의 체력테스트가 들어가 있다.

심지어 체력테스트는 면접 시 한 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팀장급으로의 승진 시에 다시 진행한다. 입사 후에도 지속해서 건강을 잘 관리하고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만약 신규입사자가 흡연자라면 입사와 동시에 금연서약서를 받는다는 점도 특이하다.

그리고 서약서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는 경고와 함께 지속적인 관리도 들어간다고 한다. 건강과 직결되는 스포츠 브랜드인 만큼 이러한 채용 및 사후프로세스가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이렇게 주니어인 신입사원도 기업이 공들여서 뽑는데, 중역 채용은 말할 것도 없다. 대기업 임원을 뽑을 때 최종면접에 합격한 후보자들은 일단 능력은 검증이 되었으니, 품성과 에티켓을 보기 위한 최종관문이 있다. 일례로 코스요리와 같이 장시간 저녁 식사를 하거나, 등산이나 골프와 같은 외부 활동을 통해 승부욕이나 근성을 본다는 이야기는 아마도 들어봤을 것이다.

더 특이한 케이스도 있다. 한 그룹사의 경우 2주간 오너 회장과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채용의 최종 관문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임원에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라, 매우 측근에서 회장을 보필할 포지션에만 해당한다. 회장과의 궁합이 잘 맞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짧지 않은 여행 동안 정말 많은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기발한 발상의 면접형태가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인재채용 필살기, 정말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nancy@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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