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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군대'까지 만든 한국… 돈은 중국이 쓸어담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군인·단속원·농부 역할도 하지만…드론, 중국에 치이고 규제에 막히고

28일 창설된 육군 '드론봇 전투단' 장병들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창설된 육군 '드론봇 전투단' 장병들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육군은 28일 ‘드론봇(Dronbot, 드론·로봇의 합성어) 전투단’을 창설했다. 이 부대는 드론(무장 드론)과 정찰·다목적 로봇 등으로 구성됐다. 병력 감축 상황에서 무인기를 활용해 전투 효율성을 높이고, 아군의 인명을 최소화 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 4월 서해안고속도로 고속도로 서해대교~서산나들목 구간에서 드론으로 교통 단속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월 서해안고속도로 고속도로 서해대교~서산나들목 구간에서 드론으로 교통 단속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드론은 올 추석 연휴(22~26일) 동안 ‘교통 단속’을 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드론이 연휴 동안 전국 고속도로에서 적발한 교통법규 위반은 총 657건에 이른다. 단속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었다.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 中 70% 차지 #韓, 기술 부족에 비가시권 비행 금지도 #"자동항법제어 연구에 정부 지원해야"

전국 국립공원에서도 드론을 띄워 탐방객들의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 폭염·가뭄에 고사하는 수목들을 파악해 관리하기도 한다. 농경지에서 농약 살포를 하거나 예능·다큐멘터리 등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드론을 활용하는 분야는 이처럼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드론 산업’은 중국에 치이고, 규제에 막힌 상태다.

국내 드론 산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중국’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개인용) 드론 시장에서 중국 회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보유한 업무용 드론(62대)은 모두 중국 회사 제품이었다.

지난 1월 한국드론산업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부부처·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등 77곳이 보유한 78종 드론 중에 중국산이 44종(56.4%)에 이르렀다. 중국의 드론 산업이 현 위치에 오른 이유는 발빠른 ‘상업용’ 드론 연구와 이 연구가 가능한 인프라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드론기업 DJI의 왕타오. [사진 중앙포토]

중국 드론기업 DJI의 왕타오. [사진 중앙포토]

홍성경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자율무인이동체사업단장)는 “세계 최대 드론기업 DJI의 창업자 왕타오가 ‘자동항법제어장치(autopilot)’를 집중 연구해 ‘저가·소형화·저전력’을 이뤄냈다. 이 기술로 세계의 상업용 드론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해당 국가의 연구자·산업계가 지닌 통찰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첨단무인기연구센터장)는 “예전 청계천 일대는 ‘못 만드는 게 없다’고 할 정도였지만 현재는 모두 붕괴됐다. 반면 중국 선전은 시제품 제작, 기계 설계 등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며 “그런 환경이 뒷받침 돼 있기 때문에 중국의 드론 기술이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에 올라 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현재 규제와 기술 부족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국내 항공안전법은 야간 비행과 ‘비가시권 비행’(드론이 시야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조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일부 부품과 운용 소프트웨어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시장 규모가 704억원인 국내 드론산업을 2026년까지 4조4000억원으로 키우고, 사업용 드론을 5만3000대 상용화, 기술 경쟁력 세계 5위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홍 교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껍데기(프레임)만 만들면 발전할 수 없다. 정부는 센서·소프트웨어 등이 집약된 자동항법제어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드론의 안전성 검증 시설, 드론 고속도로 조성 등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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