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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과학] 끌까 켜둘까···알면 절약되는 에어컨 전기요금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종로구의 한 상점가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규정상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많은 실외기가 바닥 등에 불법 설치돼 보행자를 향해 40도가 넘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중앙포토]

서울 종로구의 한 상점가에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다. 규정상 2m 이상 높이에 설치돼야 하지만 많은 실외기가 바닥 등에 불법 설치돼 보행자를 향해 40도가 넘는 뜨거운 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중앙포토]

9월 전기요금 명세서 받으셨나요. 폭탄을 맞으셨나요. ‘전기요금 폭탄’이란 말을 매일 쏟아내던 언론사도 가을에 접어드니 조용합니다. 대부분 가정집에선 에어컨 플러그를 뽑아놓으셨겠죠.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처럼 에어컨이 바쁘게 일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전기요금 폭탄이란 용어가 신문과 TV를 이렇게나 장식했던 적도 올해가 유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도 패턴은 비슷합니다. 열대야가 시작될 무렵 요금폭탄 얘기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추석 무렵에는 명절 얘기만 남습니다.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맙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과학으로 풀어본 에어컨 전기요금 절약법입니다. 외출할 경우에는 에어컨을 켜놓고 가면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조언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에어컨을 껐다 켰다 하면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한다는 뻔한 답뿐입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습니다. 개념은 간단합니다. 우선 비열과 밀도를 이해해야 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우는 간단한 개념입니다. 비열은 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높이거나 내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말합니다.

물 1g의 온도를 1도 높이는데 1 칼로리(cal)가 필요합니다. 물은 다른 물질과 비교해 비열이 높은 편입니다. 다른 물질의 비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철(0.11), 유리(0.2), 공기(0.24)입니다. 여름 해수욕장에서 바닷물보다 모래가 더 뜨거운 건 비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태양 빛을 받아도 비열이 낮은 모래가 훨씬 더 뜨거워지는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아파트 등 가정집 대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의 비열은 어떨까요. 0.27로 공기(0.24)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에어컨으로 공기와 콘크리트의 온도를 1도 낮추는데 비슷한 전기에너지가 소모된다는 뜻입니다.

각종 물질의 비열. [자료 두산백과]

각종 물질의 비열. [자료 두산백과]

하지만 공기와 콘크리트는 밀도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기 밀도는 온도와 기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225㎏/㎥ 수준입니다. 공기 1㎥를 모으면 무게가 1.3㎏ 수준입니다. 이와 비교해 콘크리트 밀도는 2400㎏/㎥입니다. 콘크리트 1㎥의 무게는 2.4t입니다. 웬만한 승용차보다 무겁지요. 콘크리트 밀도는 공기와 비교해 1959배에 이릅니다.

자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같은 부피라고 가정했을 때 콘크리트와 공기 중 에어컨으로 온도를 1도 낮추는 데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한 물질은 무엇일까요? 답은 콘크리트입니다. 비열은 물질 1g의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뜻하는 것이니 두 물질이 같은 부피라고 가정하면 비열과 밀도를 곱해 비교하면 됩니다. 공기보다 콘크리트가 더욱 단단하게 뭉쳐있는 물질이니 온도를 낮추거나 높일 때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셈입니다.

에어컨으로 단순히 집안 공기의 온도만 낮춘다고 가정하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낮 동안 콘크리트 곳곳에 축열 된 온도를 낮추기 위해선 에어컨을 쉴새 없이 돌려야 합니다. 뜨거워진 콘크리트가 집안 공기를 데우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2~3시간 수준으로 짧은 외출을 할 경우에는 에어컨을 켜놓는 게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법입니다.

이런 결론은 실험으로도 증명됩니다. LG전자는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는 18평형 인버터 에어컨으로 전력 소모량을 측정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실내온도 33도인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희망온도를 26도로 설정했습니다. 에어컨을 켠 뒤 첫 1시간의 전력 소모는 0.8kWh이었지만 희망온도에 도달한 다음에는 전력 소모가 0.4kWh로 줄었습니다. 에어컨을 처음 켰을 때 전력 소모가 큰 건 건물에 축열된 열에너지를 낮추는 데 많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희망온도에 도달했다는 건 집 안 공기와 이를 덥히는 콘크리트의 온도도 내려갔다는 걸 뜻합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켰다 껐다를 반복하면 전력을 더 소모하게 된다"며 "일정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절전에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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