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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장 보고 무인마트까지 … ‘스마트 천국’ 상하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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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3호 17면

하선영의 IT월드

#1. 지난 14일 중국 상하이(上海) 시내 난징루에 위치한 루이싱(瑞幸) 커피는 이른 오전부터 직장인 손님들로 붐볐다. 중국 토종 커피 프랜차이즈인 루이싱 커피는 주문받는 직원이 따로 없다. 루이싱 커피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커피를 주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과 모바일 결제 전략을 활용해 인기를 끌며 중국 커피 업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루이싱 커피의 전체 손님 중 70%가 30대 미만이다.

커피숍 직원 없이 앱으로 주문 #현금 대신 알리페이로만 결제 #공유 자전거 이어 공유 헬스장 #접촉 최소화 ‘언택트’ 문화 확산

#2. 상하이시 우자오창(五角场)에 위치한 허마셴셩(盒马鲜生)은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신선 식품 전문 매장이다. 농수산물 등 다양한 신선 식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제품 옆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원산지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건을 결제할 때는 반드시 알리바바의 스마트 페이인 ‘알리페이’로만 해야 한다.

알리바바·텐센트 등의 새 기술 시험장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는 최근 1~2년 사이 현금과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캐시’ 도시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상하이가 베이징(北京)이나 선전(深圳)·광저우(广州) 등 다른 대형 도시들보다 정보기술(IT) 도입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알리바바·텐센트 등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 등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test bed,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 및 효과를 검증하는 시험대) 도시로 상하이를 선택한다. 상하이 시민들이 매일 찾는 커피 전문점, 헬스장, 공유 자전거, 무인 마트 등에는 최첨단 정보기술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는 2016년 1월 상하이에 신선식품 전문 매장인 허마셴셩 1호점을 오픈했다. 현재 중국 9개 도시에 60여개 매장이 있는 허마셴셩은 알리바바의 핀테크·물류·빅데이터·O2O(Online to Offline) 기술이 총집결된 곳이다.

기자가 처음에 허마셴셩에 들어갔을 때는 매장은 한국의 일반 대형마트와 비슷해 보였다. 과일과 채소 코너를 지나 육류·생선으로 이어지는 상품 진열 구성도 유사했다.

그러나 장 보는 손님들은 종종 스마트폰으로 상품 진열대 곳곳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찍었다. 상품에 대한 가격·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모바일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다. 매장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상품을 스캔만 하고 주문해 집으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신선 식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불신이 컸던 중국인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서비스다. 3㎞ 이내에 사는 사람들은 30분 이내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허마셴셩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들은 허마셴셩 매장 3㎞ 이내에 있는 집들을 가리켜 ‘허취팡(盒区房)’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허마셴셩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권역이란 뜻이다. 국내  ‘스세권(스타벅스가 가까운 곳)’, ‘맥세권(맥도날드 배달이 가능한 곳)’과 비슷한 말이다.

허마셴셩의 가장 큰 강점은 신선한 수산물이다.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해온 알리바바가 오프라인 매장만이 내세울 수 있는 신선도를 전면에 앞세운 것도 온·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의 경계를 허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해산물 코너를 지나니까 테이블 수십 개가 펼쳐진 식당가가 나왔다. 살아 움직이는 랍스터·생선 등을 사서 1만~2만 원 정도의 조리 비용을 내면 매장에서 직접 먹을 수 있다. 흡사 한국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서 횟집으로 들고 가는 것과 비슷했다. 단 조리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장 볼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수산시장과는 달랐다. 조리가 완료되면 허마셴셩 앱으로 알림이 오기 때문이다.

상하이는 무인 마트, 무인 헬스장 등이 점차 늘어나면서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서비스·상품을 고르는 과정이 자동화되고 스마트 페이가 보편화되니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도 자연스럽게 필요 없어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스웨덴 기업 휠리스와 중국 허페이(合肥)대가 공동개발한 무인 마트 ‘모비마트’는 상하이에서 지난해 처음 시범 매장을 열었다. 무인 편의점 젠(簡)24와 빈궈허즈(宾果盒子) 등도 상하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젠24는 자체 개발한 비전 인식 기술을 통해 매장 안에서 손님들의 움직임을 모두 포착한다. 원하는 제품만 골라서 매장을 빠져나오면 되니 별도의 계산 과정이 필요없다.

구글·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 속속 진출

오포·모바이크 등 세계적인 공유 자전거 기업을 배출한 중국에서는 이제 공유 헬스장까지 나왔다.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무인 헬스장은 중국 전체에 23곳, 이 중 10곳이 상하이 시내에 있다. 10위안(약 1600원)을 내면 지점과 관계없이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

상하이가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 도시가 된 데는 상하이 시민들의 높은 경제 수준이 한몫한다. 올해 상반기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상하이 주민의 상반기 1인당 가처분 소득과 소비 지출은 각각 3만2612위안(약 533만원), 2만1321위안(약 365만원)으로 중국 도시 중 가장 높았다. 상하이 인구(2418만명)는 베이징(2170만명)보다 많지만, 시내 면적은 상하이가 베이징보다 훨씬 좁다. 경제 수준은 높고 인구가 집중되어있는 데다 신기술까지 속속 들어오면서 최첨단 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속속 상하이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 10일 20억 달러(약 2조2400억원)를 들여 중국 상하이에 자동차 공장을 신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하이 공장은 2020년부터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구글도 상하이시와 협력해 무인 자동차 ‘웨이모’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상하이에서 진행하기로 지난 7월 합의했다. 중국 진출이 사실상 막혀있는 구글로서는 우회적으로 중국에 재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상하이=하선영 산업부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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