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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의 ‘마이 웨이’…미국, 내년까지 금리 4번 더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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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26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거침없었다. 25~26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긴축을 향한 흔들림없는 태도를 드러냈다.

[하현옥의 금융 산책] #미 Fed 정책 금리 0.25%p 올려 #연내 1회, 내년 3회 추가 인상 #2021년에 긴축 사이클 마무리 #올해 성장률 전망 3.1%로 높여 #

 내년까지 네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미 역전된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Fed는 정책금리를 연 2.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3월과 6월에 이어 올들어 세 번째 인상이다.

 Fed가 ‘제로 금리(0~0.25%)’ 시기를 지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8번째다. 정책금리 하단이 2%를 넘은 것은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은 이날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관심은 앞으로 Fed의 금리 정책 방향이었다.

 FOMC의 통화정책 전망을 드러내는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까지 4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됐다. 연말까지 한 번 더 금리를 올리고, 내년에 3회를 인상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FOMC 위원 16명 중 12명이 연내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의 8명보다 4명이 더 늘어났다.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렸다.

 2020년의 1회 인상에 이어 2021년에는 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위원들은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3.25~3.5%까지 올라가게 된다.

한미금리차

한미금리차

 파월 의장은 “정상으로의 이러한 점진적인 전환이 현재의 강력한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경제를 위해 매우 좋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Fed는 경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임무에만 집중할 뿐 정치적 과정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FOMC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통화정책 기조가 여전히 ‘완화적’으로 남아있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이다.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한 Fed의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완화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고 정책 기조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완화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한 것이 오히려 긴축의 종료가 가까워지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마이클 애론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통화정책에서 ‘완화적’이란 말이 사라진 것은 통화정책이 점점 덜 완화적으로 변하고 중립금리 쪽으로 더 다가서게 될 것임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내년에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조기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제 성장을 위축시키거나 더 부양시키지도 않는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은 따르면 중립 기준금리 추정치를 2.875%에서 3.00%로 올렸다.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파월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듯 경제에 대한 전망은 더 밝아졌다. Fed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8%에서 3.1%로 상향조정했다. 내년도 성장률도 2.5%로 당초보다 0.1%포인트 높였다. 이후 성장률은 2020년 2.0%, 2021년 1.8%로 예상했다.

 현재 3.9%인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3.7%까지 떨어진 뒤 내년과 2020년까지 3.5%에 머물다 2021년에 다시 3.7%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3년 동안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경기 과열을 막으면서도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는 금리 인상의 연착륙”이라며 “파월 의장이 이끄는 Fed가 104년 역사상 처음으로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업적을 쌓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연준의 긴축 드라이브에 스텝이 꼬인 곳은 한국은행이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국은행 앞에 놓인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 한미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 등이 인상을 압박하지만 국내 상황은 여의치 않다.

 고용 쇼크와 소득 분배 악화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다음 달 발표하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2.9%)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당초보다 0.3% 포인트 내렸다.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커지는 자영업자 부담, 서울과 지방으로 양극화하는 부동산 시장 등을 감안하면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진다.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의 금리 인상 압박성 발언도 한은이 다음 달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ㆍ경제상황 점검회의를 한 데 27일에는 허진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한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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