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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라이킷!] ④ 우주산업의 메카, 시애틀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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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잠 못 이루는 밤'이라 생각하는 분들은 죄송하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스타벅스의 도시라고 답했다면? 많이 알고 있지만 80%쯤만 맞췄다. 나머지 20%는 바로 '우주'다.

 미국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시애틀=정원엽 기자

미국 시애틀의 상징인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시애틀=정원엽 기자

시애틀 인근 켄트에는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저스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시애틀에 지사를 두고 우주 인터넷망 구축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하는 통신위성 업체 스페이스플라이트, 미 항공우주국(NASA)의 로켓 엔진을 제작하는 에어로젯로켓다인,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스트라토런치도 이곳에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 모하비 사막이 우주선 발사 명소라면, 시애틀 일대는 우주항공 산업의 두뇌들이 모이는 '기술 허브'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2016년 '우주 스타트업의 실리콘밸리? 시애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애틀은 어떻게 민간 우주산업의 메카가 될 수 있었을까?

항공박물관 찰스 시모니 우주 갤러리에 전시된 캡슐. 찰스 시모니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민간 우주여행자로 7명의 민간 우주 여행객 중 유일하게 2번(2007년, 2009년) 우주여행을 다녀온 인물이다. 시애틀=정원엽 기자

항공박물관 찰스 시모니 우주 갤러리에 전시된 캡슐. 찰스 시모니는 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의 민간 우주여행자로 7명의 민간 우주 여행객 중 유일하게 2번(2007년, 2009년) 우주여행을 다녀온 인물이다. 시애틀=정원엽 기자

원래 시애틀은 '보잉'의 도시였다. 보잉은 나무로 비행기를 만들던 시절인 1900년대 초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 북서부 끝에 위치해 목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보잉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시애틀을 먹여 살렸다. 한때 시애틀 전체 인구(35만)의 1/3이 보잉에서 일 했을 정도다. 현재 본사는 시카고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시애틀 인근(에버렛)에 공장이 남아있다.

워싱턴주 상공부 크리스 그린 부국장은 "보잉에서 시작된 항공산업의 역사가 시애틀 우주 산업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상업 항공기의 90%가 이 지역에서 만들고 있는데, 그 축적된 기술이 우주산업 분야로 잘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린 부국장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하는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은 인터넷·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최고 인재"라며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우주산업 기업들이 이곳을 찾는 건 핵심 인력을 얻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애틀 지역에는 1만여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있다. 이곳에서 10만여명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일한다. 이들은 평균 연봉은 12만 6000달러(약 1억 40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인력들이다.

연구인력도 풍부하다. 그린 국장은 "시애틀에서는 거의 모든 분야의 기술 연구가 이뤄지고 학계와의 교류도 풍부하다"며 "다양한 첨단 분야의 동료들과 협업할 수 있고, 필요한 인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최고 장점"이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시애틀 일대에선 우주 관련 스타트업붐도 일고 있다. 현재 주목받는 스타트업만 약 40여개. 분야도 로켓엔진 테스팅,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우주선 설계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영역에 걸쳐 있다. 그중 한 곳인 '플래니터리리소시스'는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것처럼 소행성의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실제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과 구글 공동창립자 래리 페이지 등이 공동 펀딩했다.

워싱턴 주 정부는 이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린 부국장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를 이야기를 꺼냈다. "몇 년 전 한국인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소연 박사)을 우리가 개최하는 우주항공 이벤트에 초청했다"며 "우주 산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 그녀의 우주 경험을 경청했고, 이 박사도 우주 벤처의 자문을 맡았다"고 했다.

주 정부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 다양한 기업인과 연구자가 어울릴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워싱턴주는 몇 해 전 주지사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우주연합체(WA Space Coalition)'를 창설했다.

2018년 6월 시애틀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2018 컨퍼런스 안내 페이지

2018년 6월 시애틀에서 열린 뉴스페이스 2018 컨퍼런스 안내 페이지

그린 부국장은 "우리가 처음 한 일은 우주연합체에 블루오리진이나 스페이스X 같은 '빅 플레이어'들이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우주 산업 진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주연합에서 출발해 우주 분야에서 손꼽히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콘퍼런스를 시애틀에 유치할 수 있었고, 덕분에 미국 내 우주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뉴스페이스 콘퍼런스는 민간 우주산업을 추진하는 기업인 모임이다. 국가 주도의 기존 우주개발 방식을 뜻하는 올드스페이스(Old Space)의 반대 의미다. 기술자를 찾는 기업가, 기업을 유치하려는 정부, 산업 동향을 파악하려는 시장기관, 투자 파트너를 찾는 벤처기업 등이 참여해, 새로운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정부 등도 이 콘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시애틀의 다음 목표는 뭘까? 그린 부국장은 "우주 산업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 개발이 지속해서 뒷받침돼야 한다"며 "다음 세대의 기술과 상상력이 계속 뻗어갈 수 있도록, 최고의 우주 연구 개발 지역으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답했다. 그는 "우주산업은 개별 산업이 아니라 다른 여러 분야의 산업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증권 회사 메릴린치는 2045년 우주산업 규모를 2조 7000억 달러(약 3000조원)로 추산했다. 관련 분야는 우주여행, 우주탐사, 거주지 개척 등 다양하다. 의약품 개발과 우주통신망 구축 등 파생산업 규모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광활한 우주 개발, 우주산업 분야에 한국이 낄 자리도 있을까. 그린 부국장은 한국의 첨단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높이 샀다. 기술적인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다는 거다. 다만 우주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 '인내'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우주 관련 연구들은 10년 후에도 아직 '연구'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당장) 구체적인 성과와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나아갈 방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우주라이킷!] 시리즈 안내
① 우린 지금 우주로 간다
② 그가 우주여행 가이드북을 쓴 이유는
③ 우주호텔 예약하실 분?
④ 우주산업의 메카, 시애틀을 가다
[인터렉티브] 은하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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