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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이전프로젝트]이해찬 약속에도 "국회 이전, 관심 없어"

중앙일보

입력

“무엇보다 심사숙고해야 할 것은 국회의 업무. 효율성만을 근거로 한 국회 이전에는 회의적 생각이 든다.”(국회 관계자 B 씨)
“국회 이전을 정파적·정략적 이유로 거론하는 경향이 있다. 지속해서 추동력을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

국회 내부자에게서 들어보니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세종시 국회 이전과 관련한 논의가 다시 올라오는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김해영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최근 세종시를 찾아 국회 이전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국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A 씨와 B 씨는 “‘국회 이전’이라는 의제가 이번 정기 국회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논의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국회의 세종시 이전 자체가 충청도민의 표심을 노린 공약이었으며, 현재 국회 이전은 관심 밖의 문제라고 말했다. B 씨는 국회 이전이 여당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이지만 당장에 급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핵심 안건이 되지 못하고, 논의가 된다고 하더라도 안건의 통과는 힘들 것으로 봤다. 반면 야당은 지난 대선 이후 행정수도와 관련한 의지가 없어 국회 이전이 더욱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또 A 씨와 B 씨는 국회 이전 혹은 분원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국회 관계자들이 겪을 혼선의 문제를 지적했다. A 씨는 국회를 분원 하는 과정에서 국회 시설의 건설 비용이 모두 세금에서 충당될 것이므로 세종시를 제외한 지역의 국민이 동의하기는 힘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B 씨는 국회가 분원 되었을 경우 국회 관계자들이 업무 처리 시 발생할 혼선이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고, 그 결과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그는 “국회 이전 자체가 효율성을 추구하고 국가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행정 업무와 인적 교류, 면 대 면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리상의 효율성만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방 분권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국회 이전에 의미가 있다는 점에 대한 논의는 많이 진행되어왔다. 하지만 의의만으로 실질적 부분까지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정치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경향이 있는 국회 이전 사안이라는 점을 국민 또한 인식하고 있기에 냉소적 태도를 보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부가 서울을 벗어난다는 것과 진정한 지방 분권이 이뤄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사안"이라며 "물리적 분리가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 분리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우라 히로키 경희대 교수는 “국회 이전에 대한 선거 공약과 지속적 논의는 좋다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공론화에 기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에 대한 의지와 정책 아이디어, 구체적 약속들이 같이 진행된다면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실질적 정책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더 큰 낭비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교수는 “남아공의 경우 정치체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부는 케이프타운, 행정부는 요하네스버그, 사법부는 불룸폰테인에 분산 설치되어 있다. 반면 현재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회 분원이 이루어진다면 정치체제의 행정부 중심적 성격이 더 강해질 것이고 입법부의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우라 교수는 “국회 이전이 성공한다면 정치적 상황이 많이 바뀔 수 있다. 국회 이전에 이어 청와대, 금융권, 교육기관에 대한 이전 논의가 이어질 것이고 그 영향으로 광화문 집회 방식 등의 정치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국회가 이전된 세종시는 어떻게 ‘세종시다움’을 발휘할 수 있을지, 자리가 빈 서울은 어떻게 채워질 수 있을지 등 각 도시만의 색깔, 개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에서도 수도 도쿄의 집중화를 막기 위해 입법·사법·행정부를 모두 도쿄에서 5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비록 무산되었지만, 이후 일본 지방 분권 재편성 논의가 이루어지며 국토 균형 발전 노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토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은 단기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과 국민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대통령 임기 중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충분한 연구와 여야 간 합의를 이루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연진·이건영·임재연(경희대 정치외교학과 3) 국회이전프로젝트 대학생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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