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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새긴 문신, 후회하며 지우는 10대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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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 박정민(가명)군이 서울대보라매병원에서 문신 제거 시술을 받는 모습. 문신할 때보다 지울 때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 [변선구 기자]

3 박정민(가명)군이 서울대보라매병원에서 문신 제거 시술을 받는 모습. 문신할 때보다 지울 때 비용과 시간이 더 많이 든다. [변선구 기자]

“타닥타닥”

스타들 많이 해 거부감 덜한 데다 #SNS로 정보 쉽게 얻을 수 있어 #성장기 문신은 감염 등 부작용 #없애려면 최소 10번 시술해야

20일 오후 서울시 동작구 서울대보라매병원 2층 피부과 레이저시술실에선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조소연 서울대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가 박정민(15·가명)군의 왼쪽 발목에 있는 별자리(처녀자리)와 십자가 모양의 검은색 문신을 제거하는 중이었다. 조 교수가 문신 있는 곳에 레이저를 갖다 대자 박군은 고통스러운 듯 눈을 질끈 감았다. 시술이 끝나자 문신은 이전보다 흐릿해져 있었다. 박군은 “전기 파리채로 지지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다”며 “문신을 새길 때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중3인 박군은 올해 1월 발목에 문신을 새겼다. 친한 형들이 어깨와 팔 등에 문신한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부모님 동의 없이도 문신을 새길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처음엔 몸에 새긴 문신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하지만 입대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뉴스를 보고 후회했고, 문신을 지우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3번 지우기 시술을 받은 덕분에 문신은 흐려져 있다. 하지만 문신의 흔적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앞으로 7번은 더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군은 “문신할 때는 5분이면 끝나는데, 지울 때는 1년도 넘게 걸리는 것 같다.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을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문신한다는 사람이 있으면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사이에서 문신이 유행하는 가운데, 박군처럼 몸에 새긴 문신을 제거하려는 10대도 적지 않다. 문제는 문신을 새기는 것보다 제거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문신을 지우고 싶어도 지우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점이다.

서울 금천구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강승수(18·가명)군도 그런 학생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게임에서 알게 된 누나에게 문신을 새겼지만, 자신의 꿈인 육군 특전부사관이 되려면 몸에 문신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하지만 비용이 없어 아직 문신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강군은 “할 때는 무료였는데 지울 때는 50만원도 넘게 든다고 한다. 등 전체에 색을 넣어 문신한 경우에는 제거 비용이 100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내 경우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 마련을 위해 배달대행 아르바이트까지 했는데, 아직 모으지 못했다. 호기심에 한 문신이 평생 낙인으로 남을까 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이런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찰청과 대한피부과학회는 2015년부터 청소년들의 문신 제거 시술을 지원하는 ‘사랑의 지우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총 712명이 신청했지만, 실제 시술 지원을 받은 학생은 242명으로 34% 정도밖에 안 된다. 서울 관악경찰서 이백형 경위(학교전담경찰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련 공고를 올릴 때마다 학생들의 문의가 폭발하는데, 그중에 소수만 선정해 시술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며 “문신 새긴 것을 후회하고 지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청소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학생 문신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담배·술 등은 학교에서 강한 제재를 하지만 문신을 금지하는 규칙을 마련한 곳은 거의 없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흡연이나 음주를 하다 걸린 학생에게는 교내봉사를 하는 등의 징계를 내리지만, 학생 문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 대부분 학교가 비슷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소연 서울대보라매병원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18세 미만은 문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곳이 많다”며 “성장기에 문신을 하면 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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