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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담한 평화 추진, 생큐 김정은” 연내 종전선언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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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 로켓맨은 스스로와 정권을 향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2017년 9월 19일 72차 유엔총회 연설)

“북한과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교체하는 대화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용기와 그가 한 조치들에 감사하고 싶다.”(2018년 9월 25일 73차 총회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 뉴욕 제73차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조치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 뉴욕 제73차 유엔총회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용기와 조치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두 번째로 맞은 유엔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격찬했다. 1년 전 연설과 180도 달라졌다. 완전한 파괴가 평화의 추구로, 로켓맨이 김정은 위원장이란 공식 명칭으로 바뀐 것만이 아니다. “수백만 명을 아사(餓死)하고, 투옥·고문·살인과 같은 셀 수 없는 억압행위를 저지른 부패 정권”이란 비판이 싹 사라졌다. 그 자리를 대신 “생큐 김정은”이란 인사말이 차지했다.

1년 전 “완전 파괴”서 180도 달라져 #"김 위원장과 북한에 좋은 일 할 것" #“비핵화·상응조치 빅딜 시사” 해석 #문 대통령이 전달한 ‘영변 +α’ 카드 #미국이 제거 바라는 ICBM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고, 한반도 비핵화 추진이 양국 공통의 이익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담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고무적인 조치들을 목격했다”며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일부 군사시설 해체, 인질 석방과 미군 유해 송환을 열거했다.

"할 일이 많이 남았고 비핵화 때까지 제재는 유지할 것"이라며 말미에 구색을 맞췄지만 칭찬 일색인 연설 내용에 북한의 반응도 정반대였다. 지난해엔 자성남 당시 주유엔대사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연단 앞쪽으로 걸어나가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번엔 김성 신임 대사는 끝까지 진지하게 연설을 경청했다.

김성 신임 북한 유엔주재 대사(왼쪽)가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백악관]

김성 신임 북한 유엔주재 대사(왼쪽)가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백악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담한 평화’를 거론했다. 이를 놓고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착수하면 이에 걸맞은 ‘상응조치’에 과감하게 나서는 ‘빅딜’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9월 19일 72차 유엔총회 연설 도중 자성남 당시 북한 주유엔대사가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9월 19일 72차 유엔총회 연설 도중 자성남 당시 북한 주유엔대사가 회의장을 퇴장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기자들에게도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만들어 냈고 언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far greater)”며 새로운 진전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북한에 뭔가 좋은 일을 할 것"이란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전은 하루 전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달한 ‘영변 해체 및 +α’가 담긴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 덕분이란 해석이 나온다. 즉석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α’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3일 공개한 “특정 시설과 특정 무기체계 논의”와 관련됐을 수 있다. 미국이 최우선 순위로 없애기를 바라는 특정 무기체계는 화성-14·15형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김 위원장의 숨은 한 수는 ICBM과 관련된 카드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비핵화 시간표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로 맞춰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일정이 미국이 원했던 현안이었다. 여기엔 물론 핵시설 및 핵물질 리스트 제출 등도 포함돼 있다. CNN방송은 “대북 협상팀은 여전히 북한의 핵무기·시설 리스트에 대한 신고를 최우선 요구하고 있으며, 정상회담 이전 핵 사찰과 영변 해체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조 시린시오네 플라우펀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북한이 진지한 조치로 응답하면서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핵 보유 현황 신고→사찰단 수용→생산 중단→폐기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전’에는 문 대통령의 “비핵화 속도를 앞당기려면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득도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김 위원장이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번에야말로 북한의 진정성을 믿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단 백악관과 미국 행정부 내에는 북한의 진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북한이 구체적 합의를 하기까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최대한 늦추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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