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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 0', '위 영', '뒤집어버려'는 누가 왜 만든 노래일까?

중앙일보

입력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웹드라마·음원 등 대중문화 콘텐트를 발표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가수 등 연예인들이 브랜드 관련 콘텐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제품·브랜드와 아무 상관 없는 순수 음원·영상물을 기업들이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음원 콘텐트다. 멜론·지니뮤직 등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에 가입해 유료로 음악을 듣는 소비자가 800만명이 넘는 데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음악을 듣는 문화를 기업들이 파고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 달부터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발표하는 음원을 발표하고 있다. 가수 태연과 멜로망스와 함께 부른 노래 'Page 0'을 시작으로 백현과 로꼬의 '영(Young)' 등이 잇따라 발매됐다. 지난 14일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과 세훈이 부른 '위 영'은 태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 17개국 아이튠즈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SK텔레콤의 음원 발매 프로젝트 '스테이션 영'은 최근 SK텔레콤이 런칭한 10·20세대 컬처 브랜드 '0(영)'과 관련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단순히 통신 관련 상품만 판매하지 않고 미래 고객인 10·20세대들을 응원하고 힘이 되겠다는 감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발매한 노래 가사들도 "누군가 정해둔 길 재미없어, 특별한 오답이 더 빛나", "내가 느낀 모든 것들도 나만의 이야기가 될 거야" 등 희망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브랜드를 직접 노출시키지 않아 소비자들이 으레 광고나 상업적 콘텐트에 가지는 거부감도 생기지 않는다.

남상일 SK텔레콤 IMC 그룹장은 "당장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 고객들에게 호감을 얻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고민하고 열광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문화 브랜드를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1020세대들을 겨냥해 만든 브랜드 '0' 관련 프로모션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문화 프로젝트 ‘스테이션 영'을 비롯해 에코백, 티셔츠 등 각종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 1020세대들을 겨냥해 만든 브랜드 '0' 관련 프로모션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문화 프로젝트 ‘스테이션 영'을 비롯해 에코백, 티셔츠 등 각종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사진 SK텔레콤]

음원 마케팅은 식품 관련 기업들도 선호하는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5월 인기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해 박재범, 사이먼 도미닉 등이 부른 '뒤집어버려'라는 곡을 선보였다. 이 곡은 당시 러시아 월드컵 응원가로 쓰이기도 했다.

3월 걸그룹 마마무가 발표한 음원 '매일 봐요(MAEIL BIO)'에는 매일유업의 요거트 제품 '매일 바이오'를 연상시키는 제목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목을 제외하고는 노래 분위기, 가사 내용 모두 매일유업 제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삼성전자는 블록버스터급 웹드라마를 만들어 '유튜브 세대'인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 매체 뉴스룸과 유튜브에는 '고래먼지'라는 웹드라마 티저 예고가 공개됐다.

가수 양동근, 오혁, 김소혜와 중년배우 신구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2053년을 배경으로 하는 4부작 SF 웹드라마다. 주인공 소녀와 기상캐스터 등이 인공지능(AI)과 함께 난제를 해결해가는 여정을 담았다.

드라마를 제작한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제작 발표회도 열었다. 앞으로 매주 2편씩 2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2013년부터 웹드라마를 제작해온 삼성에게 '고래먼지'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이전 작품들이 취업, 채용, 직장 생활 등 기업과 다소 밀접한 소재들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드라마로서의 흥미와 작품성에 더 중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현대건설도 6월 '설레는 직딩청춘, 현대건썰'이란 제목의 웹드라마를 공개하며 기업 문화를 알렸다. 2016년부터 웹드라마를 제작해 온 롯데면세점이 6월 공개한 웹드라마 '퀸카메이커'는 누적 조회 수 1억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의 웨이보·웨이신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됐다. 상표 노출 등 TV 방송 광고였으면 까다로웠을 규제가 온라인 콘텐트에는 훨씬 덜한 데다, 젊은 소비자층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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