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개월 고심 끝에 배달의민족 투자... 투자자 한 킴 감동시킨 김봉진의 이메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폴인인사이트’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지식 플랫폼 폴인(fol:in)에서 연재 중인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 VC 한 킴이 발굴한 한국의 유니콘> 중 '6회 실행력…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1)'의 전문을 줄여 공개합니다.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의 더 많은 내용은 폴인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투자까지 6개월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내놓은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를 처음 본 건 2012년 고벤처포럼에서였다. 여러 명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나와 5~10분 정도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고백하자면, 인상적이긴 했지만(그때도 지금처럼 민머리에 까만 셔츠, 청바지 차림이었다) 배달의민족이 이렇게까지 큰 회사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배달 음식은 필수재가 아니니까.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2010년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시작한 배달의민족은 2017년 자본금 52억1900만 원짜리 회사가 됐다. 투자업계에선 배달의민족 기업가치를 1조 원까지 평가하기도 한다.

여기까지일까?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162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매출(848억 원)의 2배가량 성장했다. “스타트업에서 2배 성장은 흔한 일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초기 스타트업 얘기다. 초기엔 매출이 적어 숫자가 조금만 상승해도 몇배 성장이 가능하지만, 이미 매출 수백억 원대에 진입한 회사에서 2배 성장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닝서프라이즈’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배달의민족을 ‘유니콘 스타트업’이라 부르는 데 이견을 낼 이는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2012년 알토스벤처스가 배달의민족에 처음 투자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6개월. 한 킴 대표는 “솔직히 우리도 배달의 민족이 이렇게까지 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6개월이면 오래 걸린 건가요?
2011년 초에 만나서 여름 즈음부터 열심히 보기 시작해서 그해 말에 내부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렸으니 6개월 걸린 건데, 그 정도면 정말 오래 걸린 거예요. 길어도 3~4개월이거든요.
보통은 얼마나 걸리나요?
투자한 회사의 절반은 첫 만남에서 잘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와요.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지만 만났을 때 투자할 것 같은지 아닌지 대충 알죠.
장고 끝에 ‘엄청나게 클 것 같진 않다’는 결론을 내린 건데 그럼에도 투자를 하셨군요?
어느 정도 선까지는 성장할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을 뛰어넘었어요. 그때 투자 안 했으면 바보 될 뻔했지 뭐에요. (웃음)
만나고 나서 투자 결심까지 오래 걸리셨다고 했는데….
첫 만남 때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알토스벤처스가 종종 자문을 구하는 분 중에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황승진 교수님이라고 계세요. 물류(logistics) 쪽 권위자에요.(※황승진 교수는 정보기술 분야 권위자로, 특히 부품 제공자에서 생산자·유통자·고객에 이르는 물류의 흐름을 하나로 보고 이 과정에서 정보가 원활히 흐르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 경영 기업의 하나인 공급망관리 전문가다.) 황 교수님께 배달의민족 얘기를 하면서 자문을 구했더니 흥미로워하시면서 체크해야 할 것들을 짚어주시더라고요. 관련 분야 투자할 때는 황 교수님 의견을 많이 듣거든요.
황 교수님은 긍정적으로 피드백하신 것 같은데 왜 6개월이나 걸렸나요?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고 늘 강조하셨는데, 김봉진 대표에 대한 확신을 갖는 데 시간이 그만큼 걸린 건가요?
창업가 보는 데엔 3개월 정도 걸렸어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나요?
내부 설득에 나머지 3개월이 걸렸어요. 정확하게는 한국 투자에 관여하는 미국 파트너를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미국 파트너들은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과연 얼마나 클까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거든요. 한국에서 배달 음식 시장 규모가 크다는 걸 이해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린 거죠.
미국과 한국의 음식 시장이 많이 다른가요?
음식 시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내가 가서 먹는 외식 시장, 배달 시장 그리고 테이크아웃 시장이요. 미국은 외식 시장과 테이크아웃 시장이 커요. 미국 파트너들은 ‘미국도 배달 시장이 크지 않은데 한국에서 얼마나 크겠냐’는 의구심을 가졌어요. 한국에서 그걸 증명하는 데 오래 걸린 셈입니다. 사실 그때는 저도 한국 시장에 대해 잘 모를 때라서요.

꾸준한 실행력, 그게 김봉진이다

지금은 배달의민족을 모르는 사람도 없고 김봉진 대표도 유명인이지만 그때는 아니었잖아요. 그때의 김봉진 대표가 궁금해요. 어땠나요?
우리가 궁금한 게 있으면 데이터를 요청해요. 그러면 데이터를 보내주죠. 근데 똑같은 걸 한 달 뒤에 또 보내줍니다. 그렇게 3~4개월을 꾸준히요. 그러면 그사이 데이터 변화가 보이잖아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요. 그때는 확신이 들죠. 그 과정에서 신뢰도 생기고요. 그런 사람이에요, 김봉진 대표는. 
꾸준함인가요?
꾸준한 실행력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아요.
김봉진 대표의 그런 면모를 잘 볼 수 있는 예가 또 있을까요?
투자를 받으면 그 회사는 투자자한테 매달 리포트를 보내줘요. 배달의민족은 김봉진 대표가 직접 써요. 이번 달엔 뭘 했고, 달성한 목표는 뭐고 못한 건 뭔지, 다음달에는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지요. 그런데 김봉진 대표가 특이한 건 지난달 썼던 내용을 없애지 않고 그 위에 붙여서 써요. 메일을 열면 그 메일에 석 달 전, 여섯 달 전 회사의 모습이 담겨 있는 거죠. 그걸 김봉진 대표는 정해진 날짜에 꼭 보내요. 바쁘면 늦게 보낼 수도 있고, 한 달 빼먹을 수도 있는데 그런 법이 없죠. 이 리포트를 보면서 한국 시장을 정말 많이 이해하게 됐어요.

꾸준한 실행력을 김봉진 대표는 훈련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홍성태 전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 오픈캐스트에 디자인과 관련된 사이트나 콘텐츠를 매일 8개씩 올리기로 스스로 다짐했어요. 그걸 하루도 빼놓지 않고 2년 동안 했어요. 정확히 755일 동안 했는데, 그러면서 제 삶이 진짜 바뀌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중략) 그때부터 뭘 하든지 일단 한다고 하면, 결과가 나오건 나오지 않건 닳도록 계속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배민다움> p27~28

실행력의 예로 들어주신 게 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데이터를 찾고 메일을 보내는 건데요, 다른 예는 없을까요?
사실 배달의민족은 기술력이 대단한 팀은 아니었어요. 처음 배달의민족 서비스는 이런 구조였어요. 앱 들어가서 주문을 하고 싶은 식당을 찾아요. 그리고 버튼을 누르면 전화가 갑니다. 식당 주인이 받으면 ‘배달의민족 콜입니다’라는 멘트가 먼저 들리고 소비자 목소리가 들리는 식이었어요. 이게 되려면 식당들이 많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소비자들이 들어와서 여기서 전화를 하니까. 어떻게 했냐면, 타깃 지역을 정해요. 배달 음식을 많이 먹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지역으로. 그리고 매일 그 동네로 출근해서 전단을 수거해서 들어와서 스캐너를 이용해서 식당 정보를 등록하는 거예요. 투자받으려고 투자자를 만나러 가서도 그 동네 전단은 다 챙겨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엄청난 집중력과 속도로 그 일을 해치우는 걸 보면서 ‘와, 정말 빠르게 일 잘하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배달의민족의 실행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김봉진 대표가 무엇보다 실행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창업이라는 게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건 결국 실행력이거든요.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시작할 때 앱이라는 게 포털과의 싸움이라면 네이버와 싸워서 이길 순 없으니 네이버가 할 수 없는 걸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네이버가 기술력과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바꾼다면, 배달의민족은 발품을 팔기로 했다는 거다. 실행력은 배달의민족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동네를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전단을 모은 것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었다.

배민라이더스 민트색 오토바이를 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중앙포토

배민라이더스 민트색 오토바이를 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중앙포토

말씀을 듣다 보니 문득 실행력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무조건 하는 게 실행은 아닐 거 같은데요, 배달의민족도 전단을 모을 때 스마트폰 사용을 많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타깃으로 발품을 팔았잖아요.
실행력이란 문제를 푸는 능력이에요. 문제를 정의하는 게 1번이겠죠. 그렇게 문제가 확실해지면 그 다음엔 풀어야 하는데요, 이건 머리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가설을 세워서 시도해보고 그 가설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죠. 해보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또 해봐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실행이란 상당히 논리적인 겁니다.

한 킴 대표는 김봉진 대표와 배달의민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실행력’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썼다. 김봉진 대표 역시 배민라이더스와 배민프레시라는 신규 서비스에 관해 설명하면서 “창업한 회사가 정말 오래갈 수 있는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사업이 성공하느냐에 달렸는데,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계속 뭔가를 시도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이 기업가치 1조 원 규모의 회사가 된 비결은 김봉진 대표의 꾸준한 도전과 실행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한 김 대표는 김봉진 대표가 탁월함을 만들어내는 실행력이라는 힘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실패도 실행의 과정이다

한 킴 대표는 배달의민족, 그리고 김봉진 대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마케팅을 잘하는 팀이 아니라 실행력이 좋은 팀”이라고 누누이 말했다. 그는 “인상적인 마케팅으로 유명하지만, 배달의민족 팀이 성공을 만들어낸 건 실행력 덕분이라는 걸 꼭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실행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동반한다. 대부분의 실행은 실패하고 그중 일부가 성공할 뿐이다. 실패담이 역설적으로 그 팀의 실행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배달의민족이 해온 실패를 짚어보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를 꼽으라면 2014년 론칭한 ‘라인와우’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과 손을 잡고 배달이 되지 않는 레스토랑의 음식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1년 만에 결국 철수했죠.
김봉진 대표가 매달 투자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잖아요. 거기서 상세히 설명했던 기억이 나네요. 특유의 솔직함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뭘 배웠는지 썼어요. 오래 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진 않는데, 두 회사가 조인트벤처를 만드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일본의 배달 시장은 한국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고 했어요.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편의점 도시락도 굉장히 품질이 좋잖아요. 일본에도 배달 시장이 있긴 하지만, 경쟁 상황이 달랐고 대체재도 있었던 만큼 한국만큼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던 겁니다. 결국 일본 시장에선 시간을 들여 수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당시 배달의민족은 그걸 기다릴 만큼의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었어요.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찾아보니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서비스 중 실패한 것들이 있었어요. 기업 전용 배달음식 결제 서비스 ‘배민 법인결제’도 그 중 하나였고, 출시 3개월 만에 문을 닫은 ‘배민쿡’도 있고요. 특히 배민쿡의 경우 레시피와 함께 식재료를 포장해주는 서비스로, 소위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 콘텐츠가 뜨면서 주목받았는데 성과가 좋지 않았죠. 당시 “무리한 확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던 것 같아요.
배민쿡은 미국의 ‘블루 에이프런’이라는 서비스에서 출발한 겁니다. 집에서 바로 요리할 수 있게 모든 식재료를 다듬고 정리해서 레시피와 함께 배달해주는 서비스에요. 2012년 시작해서 지난해 상장했죠. 김봉진 대표는 계속해서 제2의, 제3의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를 찾으려고 애를 써요. 그래야 회사가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개의 서비스로 100년씩 가는 기업은 없어요. 아마존도 출발은 온라인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걸 다 유통하는 이커머스 회사가 됐잖아요. 그런 서비스를 찾기 위해 해외 시장도 들여다보고, 공부도 많이 해요. 배민쿡은 그래서 나온 시도였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인 서비스라는 교훈을 얻긴 했지만요.
김봉진 대표가 “실패하더라도 계속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 타석에 계속 올라가서 스윙해야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알토스벤처스가 강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창업가들에게 늘 말해요. 타석에 올라가서 일단 스윙을 하라고요. 사실 스타트업이 한 분야에서 잘해서 매출 100억 원 같은 마일스톤(milestone·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특기할만한 사건이나 이정표)을 달성한 것만으로 혁신이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타성에 젖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기회를 찾아가는 창업가를 좋아해요. 그래야 회사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김봉진 대표는 처음부터 유니콘 스타트업을 꿈꾸는 야심가는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처음부터 그런 큰 꿈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창업가는 드물어요. 대부분 도전하지만, '과연 될까''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죠. 창업가 중에는 회사가 성공을 만들어내고 성장할 때 창업가가 회사가 크는 속도에 맞춰서 성장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어요. 김봉진 대표는 회사의 성장에 맞춰 성장한 경우죠.

‘6화. 실행력...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1)’에서는 세 개의 챕터가 소개됐습니다.
1), 투자까지 6개월
2)꾸준한 실행력, 그게 김봉진이다
3)실패도 실행력의 과정이다

나머지 네 개 챕터는 ‘7화. 실행력...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2)’에서 이어집니다.
4)감을 가진 창업가 김봉진의 결단
5)마케팅 덕분? 마케팅'도' 잘해야 성공한다
6)글로벌 투자자는 왜 배민에 투자했나
7)Editor's Note

<탁월한 창업가는 무엇이 다른가> 목차

1회 (Intro) 왜 한 킴인가
2회. 사심 없는 정직함… 블루홀 장병규 의장
3회. 몰입과 노력… 쿠팡 김범석 대표
4회. 실행력…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5회. (부록)“배민에 1조의 꿈을 심은 사람”… 김봉진 대표가 본 한 킴
6회. 미션…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
7회. (부록)“투자자를 넘어 파트너로”… 이승건 대표가 본 한 킴
8회.빈 틈 없는 성실함… 직방 안성우 대표
9회.절박함…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10회.여우형보다 고슴도치형… 잡플래닛 황희승 대표
11회.주목해야 할 창업가…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 마이쿤 최혁재 대표, 봉봉 김종화 대표
12회.(Outro) 한 킴이 주목하는 창업가들 그리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