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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걸려 목도 안돌아가던 골퍼가 우승컵 안은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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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민국홍의 19번 홀 버디(13)

좋은 스코어를 내면서 정말 나이가 먹을 때까지(?) 오랫동안 골프를 치는 게 모든 시니어 골퍼들만의 희망 사항인 줄 알았다. 이들보다 더 간절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프로 골퍼이다. 프로골퍼들은 가급적 오랫동안 투어생활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원한다. 실력을 유지하고 노화라는 중력의 법칙도 거슬러 오랫동안 체력을 유지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제34회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올해 3승을 거머쥔 박상현 선수가 4라운드에서 2번홀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photo@yna.co.kr/2018-09-16 13:35:25/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34회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올해 3승을 거머쥔 박상현 선수가 4라운드에서 2번홀 퍼팅 라인을 살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photo@yna.co.kr/2018-09-16 13:35:25/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러나 아마추어든 프로든 이 같은 간절한 소망이 거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건강관리와 몸 관리를 꾸준히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최근 신한 동해오픈 우승으로 올해 3승을 거머쥔 박상현(36) 프로의 경우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그는 올해 들어 몸 관리에 신경을 써왔고 신한동해오픈 마지막 날인 16일에는 목에 담이 걸렸음에도 필사적인 몸풀기를 통해 컨디션을 최상으로 끓어 올려 최상의 샷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왼쪽 어깨에 담이 와서 스트레칭을 평소보다 많이 했다. 그런데도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스윙 밸런스와 리듬감이 좋지 않아 걱정했다. 투온을 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잘라 치면서 버디 기회를 잘 살렸다”고 말했다.

박상현 선수가 신체 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회장에 마련된 TPI 파견소에서 흉추를 푸는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 민국홍]

박상현 선수가 신체 검진을 받고 있는 모습(왼쪽)과 대회장에 마련된 TPI 파견소에서 흉추를 푸는 마사지를 받고 있는 모습(오른쪽). [사진 민국홍]

그런데 그가 밝히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가 아침 경기에 나가기 전 TPI 라운지에 들를 때만 해도 스윙 시 목이 왼쪽으로 돌아가지 않아 경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TPI(타이틀리스트 퍼포먼스 인스티튜트)의 한국지사는 선수들의 신체검진을 바탕으로 통증 관리 및 몸풀기를 도와주고 있는 기관인데 올해부터 KPGA(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와 협약을 맺고 매 대회마다 직원을 파견해 시합 전 선수들의 몸 관리를 돌보고 있다.

김정훈 TPI 한국지사장(삼육대 물리치료학과 교수)은 “박 프로의 흉추균형이 깨져있는 상황이었는데 30여 분간 스트레칭을 통해 통증을 없애고 척추가 돌아가도록 만든 다음 목 근육을 풀어주어 정상적인 스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플레이하라고 안심시켜주었다”고 강조했다. 이를 보면 박 프로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우승한 것으로 보인다.

TPI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평소 박 프로가 올 투어 초반 이후 매 시합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대회장에 마련된 TPI 라운지에 나와 몸을 점검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몸 관리에 열심이었다는 것이다. 그가 올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는 데는 이처럼 몸 관리에 철저히 신경 쓴 것도 한몫을 했다.

프로 선수들도 이럴진대 아마추어 골퍼, 특히 시니어 골퍼의 경우에는 평소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골프인생의 진로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사실 TPI는 골프용품 업체인 타이틀리스트가 골프공을 보다 많이 팔기 위해 만든 연구기관이다. 골퍼들이 골프에 재미를 붙이고 오랫동안 쳐야 골프공이 하나라도 더 팔릴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많은 골퍼의 경우 평생 앉아 컴퓨터로 일하면서 등이 굽어지는 등 몸이 망가졌는데도 운동을 너무 하지 않는다. 골프를 오래하고 잘하려면 등을 펴는 자세 등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해야한다. [사진 중앙멤버스]

많은 골퍼의 경우 평생 앉아 컴퓨터로 일하면서 등이 굽어지는 등 몸이 망가졌는데도 운동을 너무 하지 않는다. 골프를 오래하고 잘하려면 등을 펴는 자세 등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해야한다. [사진 중앙멤버스]

TP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골프를 잘 치는 사람에 비해 못 치는 사람들은 12가지 면에서 스윙에 차이가 나는데 대표적인 것을 2개 정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잘 치지 못하는 사람들은 백스윙이나 다운스윙 시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다(early extension). 이럴 경우 몸이 먼저 일어나다 보니 두 팔이 지나갈 공간이 적어지고 가파르게 허리를 내려누르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는 공을 왼쪽으로 당겨치거나 오른쪽으로 밀어치게 되면서 허리에 엄청난 무리를 준다는 것이다. 당겨치는 경우 팔꿈치에 엘보가 오기도 한다. 못 치는 사람이 늘 허리가 아프다고 타령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굽은 등(round shoulder) 스윙이다. 일면 C 자세라고도 한다.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내려와야 정상인데 양쪽 어깨가 같은 높이에 있거나 왼쪽 어깨가 높게 위치한다. 이러다 보니 몸통 회전이 안 되어 팔로 무리를 하다 보니 허리 등 몸에 무리가 간다. 스윙이 제대로 안 되니 성적도 안 나오는데 몸이 쑤시고 아프니 골프가 재미가 있을 리 없다. 결국 골프를 그만두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스윙이 안 되는 것은 많은 골퍼의 경우 평생 앉아 컴퓨터로 일하면서 등이 굽어지는 등 몸이 망가졌는데도 운동을 너무 하지 않는다”면서 “골프를 오래 하고 잘하려면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할 때 수분이 부족하면 근육이 힘을 못 쓰는 만큼 골프를 하기 전 최소 2일 전부터는 하루 2ℓ의 물을 마실 것을 권장했다. 나부터 골프를 잘하려면 등을 펴는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대로 걸을 때 배에 힘을 주고 턱을 자연스레 당긴 채 가슴을 펴고 걸어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민국홍 KPGA 경기위원 minklpg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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