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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엔 가족들끼리 위스키 한잔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더 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4)

우리 가족은 2년 전부터 명절이나 제삿날에 위스키를 마신다. 처음엔 위스키가 입에 맞을까 걱정했으나 괜한 일이었다. 처음 마시는 사람이나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모두 위스키를 즐겼다. 술을 접한 경험, 주량, 평소 즐겨 마시는 술이 뭔지에 따라 좋아하는 위스키가 갈릴 뿐이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우리 가족들의 위스키 입맛을 따라가다 보면, 이번 추석 때 가족들과 마실 위스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많은 종류의 위스키 중 뭘 고를 것인가? [사진 김대영]

이 많은 종류의 위스키 중 뭘 고를 것인가? [사진 김대영]

어머니는 바닐라 풍미의 버번위스키 애호가  

50대 중반인 어머니는 평소 맥주와 소주를 즐겨 마신다. 주량은 소주 한병 반. 처음엔 아들 방에 위스키가 나날이 늘어가는 걸 보면서 위스키는 아들을 알코올 중독으로 만들지도 모르는 나쁜 술이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없애고자 아들은 끈질기게 위스키를 권했다.

그러나 높은 알코올 도수가 적응이 안 돼 번번이 실패. 그러다 미국에서 만든 버번위스키를 마시고 맘에 쏙 들어 했다. 부드러운 바닐라 풍미가 좋았단다. 버번위스키는 원료의 51% 이상을 옥수수로 사용하는데, 평소 옥수수를 좋아한 어머니로선 버번위스키가 입에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아들이 언제 새 위스키를 개시하는지 궁금해한다. 종종 위스키가 줄어드는데 범인이 아닐까 의심되기도.

버번 위스키들. 추천 버번은 짐빔, 와일드터키, 불렛, 우드포드리저브 등. [사진 김대영]

버번 위스키들. 추천 버번은 짐빔, 와일드터키, 불렛, 우드포드리저브 등. [사진 김대영]

술 약하지만 도수 높은 위스키 선호하는 아버지 

50대 후반인 아버지는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아들에게 위스키 협찬을 요구한다. 소주 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술이 약하다. 주량은 소주 반병이다. 그러나 어떤 술이든 가리지 않는 잡식성이다. 위스키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은 걸 좋아한다. 천천히 향과 맛을 음미하기보다 습관적으로 한 번에 잔을 비운다. 석 잔 정도 빠르게 마시고 잠들어버린다. 향과 맛이 풍부한 위스키보다는 강렬한 고도수 위스키면 OK.

고도수 싱글몰트 위스키, 아벨라워 아부나흐. 추천 고도수 위스키는 글렌피딕 15년 디스틸러리 에디션. 맥캘란 클래식컷, 카발란 솔리스트 등 [사진 김대영]

고도수 싱글몰트 위스키, 아벨라워 아부나흐. 추천 고도수 위스키는 글렌피딕 15년 디스틸러리 에디션. 맥캘란 클래식컷, 카발란 솔리스트 등 [사진 김대영]

애주가 고모는 피트향 위스키 

고모는 40대 후반으로 가족 중 최고의 주량을 자랑한다. 위스키를 접할 기회가 없어 소주만 편애하다 조카 덕에 위스키에 눈을 떴다. 특히 ‘피트향’ 나는 위스키를 좋아한다. 피트란 양치식물, 이끼류, 풀, 관목 등이 퇴적돼 만들어진 이탄을 말한다. 태우면 스모키한 요오드 향 같은 것이 난다.

용어사전피트(peat)

피트란 양치식물, 이끼류, 풀, 관목 등이 퇴적되어 만들어진 이탄을 말한다. 위스키 제조과정 중 이탄을 태워 맥아를 건조하면,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위스키에 밴다. 지푸라기 태운 냄새, 암모니아 냄새, 소독약 냄새 등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다.

위스키 제조과정 중 맥아를 건조할 때 피트를 사용한다.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향인데, 고모는 처음 마실 때부터 좋아했다. 단조롭던 소주 맛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족 모임 때 어떤 위스키를 마실지 가장 기대하고 있는 1인.

피트향이 나는 위스키, 보모어 12년. 추천 피트 위스키는 라가불린, 아드벡, 탈리스커, 라프로익 등 [사진 김대영]

피트향이 나는 위스키, 보모어 12년. 추천 피트 위스키는 라가불린, 아드벡, 탈리스커, 라프로익 등 [사진 김대영]

사회초년병 20대 사촌 동생은 블렌디드 위스키 

20대 중반인 사회초년병 사촌 동생은 위스키는 비싸서 마셔볼 엄두도 못 냈다. 친구들과 만나면 소맥을 즐겨 마셨다. 숙취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위스키를 마신 다음 날 숙취 없이 컨디션이 좋아 위스키에 푹 빠졌다. 위스키의 40도 이상 알코올은 아직 적응이 덜 돼 비교적 부드러운 블렌디드 위스키를 좋아한다. 알코올 향을 줄이려고 얼음을 한 조각 넣어 차갑게 마신다.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 추천 블렌디드 위스키는 발렌타인, 제임슨, 페이머스그라우스 등 [사진 김대영]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 추천 블렌디드 위스키는 발렌타인, 제임슨, 페이머스그라우스 등 [사진 김대영]

여기까지 우리 가족들의 위스키 취향을 살펴봤다. 가족들과 위스키를 마시면 술 자체를 대화 소재로 삼을 수 있어 좋다. 자녀의 취직이나 결혼, 정치 등 누군가 싫어하는 이야기를 피할 수 있다. 같은 위스키라도 서로 다르게 느끼는 맛과 향을 공유하면 그동안 몰랐던 가족의 취향을 알게 된다. 가족들이 위스키 맛을 알기 시작하면 가족 모임 참석률이 올라가는 효과는 덤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코마가타케 더블셀라즈. 올 추석엔 일본에서 사 온 이 위스키를 가족과 함께 마셔볼 셈이다. [사진 김대영]

싱글몰트 위스키 코마가타케 더블셀라즈. 올 추석엔 일본에서 사 온 이 위스키를 가족과 함께 마셔볼 셈이다. [사진 김대영]

추석 제사 음식에 어울리는 위스키는?

위스키는 보통 식후주로 많이 마시기 때문에 과일이나 견과류 등의 안주와 주로 곁들여 마신다. 하지만 맛있는 추석 음식에 어울리는 조합도 있다. 산적, 갈비 등 육류에는 버번위스키가 어울린다. 버번위스키의 바닐라 풍미가 고기의 맛을 끌어올린다. 조기찜 등 각종 생선에는 피트향 위스키. 피트향이 비린 맛을 잡아준다.

실제 피트 위스키를 많이 만드는 스코틀랜드 아일라 지역에선 생굴에 위스키를 곁들인다. 밤, 대추 등엔 고도수 위스키를 추천한다. 강렬한 위스키가 얼얼해진 혀를 진정시켜준다. 각종 전에는 싱글 몰트 위스키가 좋다. 풍부한 개성이 기름진 전에도 지지 않고 혀를 감싼다. 그리고 햇과일엔 블렌디드 위스키가 어울린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매체팀 대리 kim.d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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