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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마크]이언주 "문재인 정부는 반시장적...차라리 가만히 있는게 낫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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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에서 이언주(46) 의원만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은 드물다.

보수층에선 ‘사이다’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시장주의’, ‘아집의 정권’ 등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언주 TV’는 출범 한 달 만에 구독자 9000명을 넘어섰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신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용태ㆍ김종석ㆍ추경호 의원 등과 함께 만든 ‘시장경제 살리기 연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진단 및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진단 및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을 밀착마크 한 20일의 첫 일정도 시장경제 살리기 연대에서 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토론회’였다.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는 낭만주의자들만 모인 것 같다”라며 “이번 정책도 자금이 부족한 실수요자, 젊은 층의 자산증식을 막아 사다리를 올라갈 수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경제가 너무 잘못됐다. 정부가 안 좋은 상황을 가속하고 있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들이 힘들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책들이 죄다 반시장주의적이기 때문이다.”
반시장주의라고 하는 이유는 뭔가.
“시장과 시장원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임금은 노동에 대한 공급과 수요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최저임금 정책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수준을 뛰어넘어 더 주라'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된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경영해본 적도, 피고용인으로 제대로 일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러니 경제 흐름에 대한 체감도 없다.”
경제 문제 말고,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어떻게 봤나.
“분위기는 대단한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별다른 게 없지 않았나. 북한은 대포(핵무기)와 권총(재래식 무기)을 들고 있고, 우린 권총만 들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의 대포는 안 없애고, 사이 좋게 권총을 없애자고 한 거 아닌가.”
이언주 의원이 유튜브에서 운영 중인 이언주 TV. 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방송 소재로 삼는다.

이언주 의원이 유튜브에서 운영 중인 이언주 TV. 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방송 소재로 삼는다.

이 의원은 최근 유튜브에 꽂혀있다. 이 의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언주 TV’는 본격적으로 운영한 지 한 달 만에 구독자가 9200명을 넘어섰다. 대선주자였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유튜브 채널(7140명)보다 구독자가 많다. 소득주도 성장 등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요 방송 소재다.

보수 색채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중도ㆍ보수 색채가 강한 편이었다. 제가 주장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 권위주의 우파도 아니고 운동권 좌파도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한 보수세력을 국민이 바라는 거 아닌가. 그게 안철수 현상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걸 실현할 만한 역량이 부족했다.”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함께 유세하면서 흘린 눈물은 어떤 의미였나.
“개인을 추종하는 정치는 하지 않는다. 안철수를 위한 눈물이 아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안타까움의 눈물이었다. 안철수한테 기회가 있었지만, 시대적 사명에 대한 뚜렷한 인식도 없고 정치철학도 부족했다. 이기는 길이 보이는데 앉아서 지는 길로 갔다.”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소속 바른미래당 이언주, 자유한국당 강효상·정유섭·윤상직 의원이 8월 10일 서울 세종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소상공인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의원은 최근 시장경제살리기 연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뉴스1]

시장경제살리기연대 소속 바른미래당 이언주, 자유한국당 강효상·정유섭·윤상직 의원이 8월 10일 서울 세종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소상공인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의원은 최근 시장경제살리기 연대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뉴스1]

이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는 가지 않았다. 대신 중소기업벤처부로부터 블록체인과 관련된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의원은 “암호 화폐 거래소 등 관련 업체를 벤처기업에서 제외하려 해 업계에서 난리가 났다.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담당 실장을 불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상황은 어떤가.  
“너무 허탈하다. 바른미래당을 만들 때 많은 사람이 새로운 보수 세력, 중도보수라고 이야기했다. 유승민계 의원들과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애초에 통합에 찬성하지 않았던 분들이 뒤늦게 참여하면서 자리 나눠 먹기처럼 변질이 됐다. 안철수가 의원 숫자에 대한 집착이 심했던 것 같다.”(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은 중재 파로 남아있다, 통합 막판 합류했다. 이후 김 의원은 원내대표로, 박 의원은 당 대표가 됐다.)
유튜브 방송을 보니 ‘박지원 없는 국민의당’이라고 당을 정의 내렸다.
“사실 그렇지 않나. 국민의당에서 박지원 의원 때문에 역할을 못 하신 분들이 박지원이 없어지면서 전면에 나선 거 아닌가.”
당내에서는 이언주 의원이 곧 한국당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민이 바란 것이 3당, 4당 실험은 아니었다. 제대로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는 세력,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당은 아직 그런 쪽으로 변화되지 않았다. 보수세력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대에 맞춰 새롭게 탄생할 수 있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 의원은 사람들의 입길에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학교 급식 조리사들을  ‘밥하는 아줌마’로 표현했다가 사과했고, 최저임금이 인상될 때는 “사장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발언으로 홍역을 치렀다. ‘본인의 부고 기사 빼고는 다 좋다’는 정치인이지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각종 발언으로 구설에 많이 올랐다.  
“‘사장이 살아야 나도 산다’는 발언이 문제 될 때, 다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좋게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저는 이건 나라가 망하는 길이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임금을 올리면 경제구조가 파괴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나. 급식문제도 무분별한 정규직화가 고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이언주 의원이 20일 의원실에서 유튜브에 올린 추석인사를 녹화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20일 의원실에서 유튜브에 올린 추석인사를 녹화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 올릴 추석 인사를 찍은 후 본회의에 들어갔다. 본회의 후에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유튜브 방송을 더 찍을 계획이라고 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어떤 것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것이고 젊은이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역할을 할 생각이다. 밖에서 대중들과 직접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바른미래당에는 안 계실 것 같다.
“그런 건 계속 물어보지 말라. 안타깝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통합의 상과는 많이 벌어졌다.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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