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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의 지식교류 프로그램 운영… UBC 박경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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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이 지식 공유입니다.”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공공정책 및 국제학 대학의 한국학연구소 소장(교수)은 북한과의 지식 교류는 “건설적인 대북 개입의 강력한 수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체제 기반구축과 북한 경영자 교육’ 컨퍼런스에서다. 이날 컨퍼런스는 향후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북한 경영자 교육의 방향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연세대 경영대학 주최로 마련됐다.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공공정책 및 국제학 대학의 한국학 연구소 소장(교수)이 20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북한 경영자 교육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제공]

박경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공공정책 및 국제학 대학의 한국학 연구소 소장(교수)이 20일 오후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북한 경영자 교육 컨퍼런스’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제공]

이날 ’소프트파워와 북한과의 지식교류’로 주제발표를 한 박 교수는 “장기간에 걸친 지식 교류 사업은 북한의 사회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강조했다. “지식공유는 두 파트너 간 비정치적 관계, 신뢰 구축 등에 유용한 도구”라며 “국제사회가 북한과 가장 성공적인 협력 관계를 쌓을 수 있는 분야”라고도 덧붙였다.

김일성대 교수 등 6개월 초청해 캐나다 대학서 연수 #“주민 복지 향상 이끌고, 北과 협력 강화할 수 있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박 교수는 미국 조지아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10년간 교수로 재직하다, 1993년 UBC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11년부터 8년째 ‘캐나다-북한 지식교류 협력 프로그램(KPP)’을 이끌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KPP는 해마다 30~40대 북한 교수 6명을 UBC로 초청해 6개월간 기숙사를 제공하고 경제·경영 분야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술교환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안식년처럼 연수기회를 주는 셈인데 교수들은 오타와, 토론토 등으로 현장학습도 나가 학계, 금융계, 경영계, 법조계 전문가와 토론할 기회도 갖는다. 지난해까지 김일성종합대, 인민경제대, 평양외대, 김책공대, 평양상업대 등 평양 명문대 소속 교수 40명이 이 과정을 거쳐 갔고, 올해는 지난해 산림과학대를 신설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교수진 3명이 포함됐다.

북한으로 돌아간 교수들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 학과장 같은 역할의 강좌장을 맡거나 연구소, 중앙은행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 KPP 1기 교수진들은 특히 당시 북한이 새로 수립하는 경제체제와 정책 등에 전원 투입돼 중책을 수행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KPP가 향후 북한 경영자 교육에 방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KPP를 진행하는 지난 7년간 북한은 핵실험을 네 번 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1년도 끊이지 않고 이어왔다”면서도 “정치적 변수가 있는 만큼 향후 경영자 교육 등에 있어서도 구조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북한 교수진들의 높은 학구열에 대한 일화도 박 교수는 소개했다. 교육 기간 많은 서적과 논문들을 수집하는데 하도 다운로드 건수가 많다 보니 종종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린다는 것이다. 평양의 랜드마크로 조성된 미래과학자 거리나 여명거리의 50~60평대 신축 아파트에 교수들과 연구원들을 우선 입주시키는 점 등을 예로 들면서 북한 사회의 인재 중시 분위기도 박 교수는 전했다.

‘중국 개혁개방 시기의 경영자 교육’을 주제로 발표한 곽주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행기 경제를 겪은 중국만큼 경영자 교육에 대해 적극적이고 대규모로 실행한 나라가 없다. 선례로 좋은 참고가 될 만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직 북한은 중국에 정치적 중요성은 있지만 전력투구할 대상은 아니라고 보인다. 중국은 인커밍(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수요가 많고, 북한과 언어나 문화적 거리감 등이 존재한다. 한국이 북한과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경제협력이나 기타 경제관계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홍석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북한 경영자 교육과 한국 경영대학의 역할’을 발표하면서 경영자 교육을 하기 이전에 “구사회주의 국가들의 교육에 대해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경제관료, 공장·기업 지배인, 소상인 등 누구를 교육할 것이냐를 정한 뒤 이에 따른 북한 파트너를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오 교수는 “미국식 경영학응 일방적으로 이식하는 건 실현불가능하다”며 “북한의 기업조직과 사회주의적 전통을 내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축사를 맡은 엄영호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북한이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업 관리자 혹은 경영자들에 대한 경영 교육이 뒷받침됐을 때 북한의 개혁개방 성과는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경영학 교육과 학술연구를 담당하는 대학이 민족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는 경영학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일연구원의 김연철 원장은 “교류협력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얼마든지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측면이 있지만, 제재라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산림,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필요한 기술적 영역에 대한 요구사항도 있다.  이 부분과 관련 양자, 다자간 다양한 학술교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가 향후 정부 간 대화 뿐 아니라 민간, 학술교류 거점으로서 역할 할 것”이라며 “연락사무소를 통해 직접 경영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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