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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마른하늘에 날벼락?···예측 불가능 '청천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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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에 설치된 좌석벨트 표시등.[중앙포토]

여객기에 설치된 좌석벨트 표시등.[중앙포토]

 “손님 여러분, 방금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졌습니다. 그러나 기류변화로 비행기가 갑자기 흔들릴 수 있으니 자리에 계시거나 주무실 때는 항상 좌석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행이나 출장을 위해 항공기를 이용할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기내방송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때론 귀담아듣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하지만 절대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으로 이를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갑작스런 난기류에 승객 부상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발해 태국 방콕으로 향하던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보잉777 여객기가 갑자기 강한 난기류(Air Turbulence)를 만나 20여명이 부상한 사고가 있었는데요.

기내식을 먹는 시간에 난기류를 만나 기내 통로가 엉망이 됐다. [중앙포토]

기내식을 먹는 시간에 난기류를 만나 기내 통로가 엉망이 됐다. [중앙포토]

 당시 관련 보도에 따르면 여객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기 전 갑자기 난기류에 빠지면서 좌석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이 의자에서 복도로 튕겨 나가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난기류는 사전에 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장과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좌석벨트를 착용토록 안내할 시간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승객들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입니다.

 2012년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떠나 인천공항으로 오던 대한항공 여객기도 유사한 사고를 당했는데요. 이륙한 지 1시간 정도 지날 무렵 비행기가 갑자기 5~6초간 수직 낙하를 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승무원과 승객 6명이 다쳤는데요. 역시 예기치 못했던 난기류 때문이었습니다. 이 밖에도 난기류에 휘말려 승객들이 다친 사고가 심심찮게 보고되는데요.

 상당수 난기류는 예상 가능  

 난기류는 불규칙한 대기운동을 뜻하는 것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난기류의 강도를 경미함(Light), 중간 세기(Moderate), 심함(Severe)의 3단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심함 단계가 되면 기체가 크게 흔들리고 비행 고도에도 변화가 생긴다고 하는데요. 순간적이지만 통제 불능에 빠질 정도입니다.

난기류는 일반적으로 사전 기상예보와 항공기 기상레이더를 통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중앙포토]

난기류는 일반적으로 사전 기상예보와 항공기 기상레이더를 통해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중앙포토]

 일부에선 3단계 외에 더 극심한 상황(Extreme)의 4단계를 설정하기도 하는데요. 극히 드물지만, 이 정도가 되면 상당 시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합니다

 난기류는 일반적으로는 사전 기상예보로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고, 또 비행기에 설치된 기상레이더를 통해서도 일정 부분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각 항공사에서도 비행 전에 조종사들에게 항로 부근 기상정보를 빠짐없이 전달합니다.

조종사들에게는 비행 전에 항로 주변 기상정보가 세세하게 전달된다.

조종사들에게는 비행 전에 항로 주변 기상정보가 세세하게 전달된다.

 통상 날씨가 나쁘고 소나기구름 등이 발달했을 때 난기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은 사전에 예측이 가능해 상당 부분 피해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예측이 불가능한 '청천난류'

 하지만 맑게 갠 하늘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난기류가 있습니다. 바로 '청천난류'(靑天亂流ㆍClear Air Turbulence)인데요. 이름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아에로플로트항공이나 대한항공 여객기가 만난 게 청천난류였습니다.

 청천난류는 구름이나 천둥 등 일반 기상 현상과 무관하고, 화창한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예측이 사실상 불가능한데요. 어느 정도 예측된 난기류의 경우도 그 세기에 따라 상당한 충격이 가해지는 데 느닷없이 발생한 난기류가 주는 영향은 더 위력적이라고 합니다.

 대형 항공기가 주로 비행하는 고도인 9000m~1만 2000m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는 청천난류는 우선 강한 기류가 산맥을 넘을 때 그 산맥 주변 바람의 아래쪽에 강한 회오리바람이 생기면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지형적으로 추풍령 상공 부근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하네요.

난기류를 만나 부상당한 승객이 공항 도착 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난기류를 만나 부상당한 승객이 공항 도착 뒤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또 한가지 이유는 위도 30~50도 주변 상공의 제트기류 주변에서 생성되는 강한 하강기류 때문이라고 합니다. 청천난류를 만나게 되면 심한 경우 기체가 갑자기 50~100m 아래로 뚝 떨어지게 되는데요. 이때 기내에 서 있거나 좌석벨트를 하지 않고 앉아있는 승객은 몸이 갑자기 붕 뜨면서 여기저기 부딪혀 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난기류를 만났을 때 좌석 벨트를 매지 않고 있는 건 안전장치도 하지 않은 채 위험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좌석벨트 착용이 최선의 예방   

 최근엔 더 긴장해야 할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영국의 한 연구팀이 기후예측 모델을 이용해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050~2080년에 전 세계에서 청천난류가 어느 정도나 변할 것인지를 산출했는데요.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가급적 좌석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게 좋다. [중앙포토]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가급적 좌석벨트를 착용하고 있는 게 좋다. [중앙포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모든 계절에서 청천난류가 늘어났으며,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50~2080년 겨울철에는 예전보다 훨씬 자주, 심한 난기류를 만나게 될 것으로 예측된 겁니다.

 물론 청천난류 등 웬만한 난기류를 만나더라도 비행기가 추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승객이 부상할 위험은 늘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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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천난류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피해를 예방할 수는 있습니다. 좌석벨트 표시등이 꺼져있더라도 가급적 좌석벨트를 매고 있는 겁니다. 도로에서나 하늘에서 좌석벨트는 그야말로 '생명 띠'이니까 말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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