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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소원 이뤘다” 김정은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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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미리 준비한 제주산 생수 일부를 천지에 부은 뒤 그 병에 물을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백두산 천지에서 미리 준비한 제주산 생수 일부를 천지에 부은 뒤 그 병에 물을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백두산 정상에서 두 손을 맞잡았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나란히 잡은 손을 들어 올리자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남북 정상 백두산 장군봉 등반 #김정은 삼지연 미리 도착해 영접 #“중국 쪽에선 천지 못 가죠” 설명 #삼지연초대소 오찬 뒤 다리 산책 #도보다리 재연하듯 단 둘이 대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백두산에 올라 장군봉과 천지를 둘러본 뒤 삼지연초대소에서의 오찬을 마지막으로 2박3일간의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방문을 위해 이날 오전 7시27분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오전 8시20분 삼지연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 폭이 좁아 문 대통령은 보잉 747급의 공군 1호기가 아닌 보잉 737급의 공군 2호기로 이동했다.

삼지연 공항에는 김 위원장 내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김 위원장 내외 모두 두터운 검은색 코트 차림이었다. 문 대통령은 남색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를 걸쳤고, 김정숙 여사는 흰색과 남색이 섞인 코트에 파란색 목도리를 둘렀다. 청와대는 “백두산 기온이 최저 2도, 최고 20도로 오늘 예고돼 있었다”고 말했다. 백두산 등반에 동행한 한국 수행원들은 전날 서울에서 긴급 공수된 K2코리아 로고가 새겨진 바람막이 재킷을 입었다. K2코리아는 한때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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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내외는 오전 8시30분 삼지연공항에서 각각 다른 차량으로 장군봉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33분 장군봉에 도착한 양 정상 내외는 맑은 날씨 속에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장소로 이동하며 담소를 나눴다. 백두산을 처음 방문하는 문 대통령을 위해 김 위원장 내외가 주로 설명을 했다.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있는 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백두산 장군봉에서 천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있는 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부부.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가고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며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다”고 말했다. 이설주도 “7~8월이 제일 좋다. 만병초가 만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설주는 “(천지에)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레킹이 소원이라고 밝힌 문 대통령은 감회가 새로운 듯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는데,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다”며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져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장군봉에서 천지로 내려가기 전 김 위원장이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는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이 “여긴 아무래도 위원장과 함께 손을 들어야겠다”고 말했고 두 정상은 손을 들어 올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직후 김 위원장이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라며 “제가 찍어 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깜짝 제안을 해 수행원들이 웃으며 고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두 정상은 천지까지는 간이역인 향도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했다. 두 정상 내외가 탑승한 지 10분 만에 4인용 케이블카는 천지에 도착했다. 두 정상 내외는 천지 물가 쪽으로 다가가 함께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 내외는 삼지연초대소에서 김 위원장 내외와 마지막 오찬을 했다. 판문점 회담 때 ‘도보다리 회담’을 재연하듯 두 정상은 초대소 앞 다리 위를 산책하며 배석자 없이 단둘이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공군 2호기를 타고 삼지연공항을 출발해 오후 5시36분 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백두산=공동취재단,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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