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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초음속 전폭기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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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첨단 군사장비들이 잇따라 사고를 내면서 군사강국을 자처해온 러시아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지고 있다.

16일 러시아의 Tu-160(사진) 초음속 전략폭격기가 모스크바 남동쪽 사라토프에서 추락해 승무원 4명이 모두 사망했다.

폭격기는 4개의 엔진 중 하나를 교체한 후 시험비행을 하던 중이었으며 전문가들은 엔진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군 당국자들은 그동안 숱한 추락사고가 났던 일반 전투기나 헬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러시아 최고의 항공기 Tu-160이 추락했다는 데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Tu-160은 핵탄두를 포함한 12기의 폭탄을 싣고 최고 고도 1만6천m로 날아 1만4천km나 떨어진 곳을 폭격할 수 있는 최첨단 항공기로 값이 4억달러(약 4천8백억원)나 한다.

'러시아 항공기술의 기적''조국의 무기''세계 최고의 전폭기' 등의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우수한 항공기로 통해왔다.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비슷한 성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워낙 비싸 러시아에 15기밖에 없다.

러시아 군 당국은 첨단 군사력의 상징이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이번 추락을 2000년 8월에 발생한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사고와 비교한다.

러시아에서는 지난달 말 해체공장으로 가던 핵잠수함 K-159호가 바렌츠해에서 침몰, 9명이 사망했으며 앞서 사할린주 지사 등 20여명을 태운 Mi-8 헬기가 캄차카 반도 인근에서 추락해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러시아 군 관계자들은 "군사비가 턱없이 모자라 장비의 정비.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데다 훈련시간이 부족한 것이 대형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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