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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사 합의, 북한에 한·미훈련 중단 요구 명분 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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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월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채택되면서 한·미 군사동맹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호 불가침, 적대 행위 금지 등 평화 보장 내용이 이번 합의의 골자인 만큼 당장 한·미 군사훈련의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JSA 비무장도 유엔사 동의 불분명 #국방부 “상당히 많은 대화 나눴다”

우선 잠정 중단된 양국의 연합군사훈련이 향후 재개될 때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전적으로 비핵화를 전제한 조치였지만 북한이 이번 합의로 비핵화보다 군사적 긴장완화를 앞세워 한·미 군사훈련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현 정부는 남북 관계를 통해 미·북 관계를 추동해 나가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긴장완화가 우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에 명시된 내용이 한·미 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부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점도 문제다. 비무장화가 약속된 공동경비구역(JSA)는 물론 공동이용수역으로 설정된 한강 하구 지역과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군사분계선 상공은 유엔사 관할 지역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유엔사와 상당히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며 “JSA 비무장화만 하더라도 유엔사와 52번 정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유엔사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유엔사 측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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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가 적극적으로 응해줄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의 활동 영역 축소가 북한의 종전선언 압박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진형 전 합참 전략기획부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유엔사가 남북 합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북한은 유엔사가 평화체제의 ‘걸림돌’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미 군사동맹에 집착해 모처럼 맞은 남북 화해 분위기가 깨져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핵화와 평화협정에서 한·미 동맹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평화의 수단인 한·미 군사동맹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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