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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삶을 즐겨라, 샴페인을 터뜨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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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년 전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영어로는 샴페인) 지방 오빌레의 작은 수도원에 와인을 만드는 수도사가 있었다. 그는 포도 재배 과정부터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며 보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덕분에 그의 와인은 귀족들의 식탁을 거쳐 루이 14세·15세의 잔까지 채웠다. 수도사의 이름은 피에르 페리뇽.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념하고 싶은 순간이면 찾는다는 프레스티지 샴페인 ‘돔(성직자 최고 등급인 ‘다미누스’를 줄여 부른 말) 페리뇽’의 유래다.
파리=백수진 기자 peck.soojin@jtbc.co.kr, 사진=돔 페리뇽

레니 크라비츠가 촬영한 돔 페리뇽 광고 캠페인 '최후의 만찬(La Cene)'의 한 장면. 왼쪽부터 돔 페리뇽을 들고 있는 서버를 시작으로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배우 조 크라비츠, 모델 겸 배우 애비 리, 배우 수잔 서랜든, 배우 하비 케이틀, 셰프,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 전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토시.

레니 크라비츠가 촬영한 돔 페리뇽 광고 캠페인 '최후의 만찬(La Cene)'의 한 장면. 왼쪽부터 돔 페리뇽을 들고 있는 서버를 시작으로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배우 조 크라비츠, 모델 겸 배우 애비 리, 배우 수잔 서랜든, 배우 하비 케이틀, 셰프, 안무가 벤자민 마일피드, 전 축구선수 나카타 히데토시.

파리에서 동북쪽으로 150km 가량 떨어진 오빌레에는 수도사 피에르 페리뇽이 와인을 만들던 베네딕틴 오빌레 수도원이 보존돼 있다. 돔 페리뇽 브랜드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포도를 재배하고 지하 저장고에서 수년간 숙성시키는 작업도 모두 이곳에서 이뤄진다.
지난 5월 수도원 옆 고즈넉한 포도밭 풍경 속에 드레드 헤어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록스타가 나타났다. 그래미상 수상에 빛나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니 크라비츠다. 화가 제프 쿤스, 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 건축가 도쿠진 요시오카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온 돔 페리뇽이 이번엔 레니 크라비츠와 손을 잡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전의 아티스트들이 연말에 내놓는 한정판의 독특한 레이블 제작에만 협업해왔다면, 레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광고 사진과 영상까지 직접 지휘했다는 점이다.
록·펑크·블루스·재즈 그리고 힙합까지. 레니는 장르를 넘나들며 작사·작곡·연주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이다. 영화배우로도 활약한다. 레니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과 경계 없는 재능에 매료된 돔 페리뇽은 그의 창의성에 기대를 걸고, 누구보다 카메라 앞이 익숙한 수퍼스타를 렌즈 뒤로 보내 직접 사진을 찍게 했다. 레니가 사진에 조예가 깊다는 건 개인 사진집 출간 등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상업 브랜드에서 그의 사진이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월 27일 뉴욕 전시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될 레니의 광고사진 일부가 5월 사전 프로모션에서 먼저 베일을 벗었다. 파리 기자회견부터 오빌레 수도원 투어 현장까지 동행한 레니 크라비츠를 직접 만나봤다.

팝가수 레니 크라비츠, 돔 페리뇽과 협업하다

돔 페리뇽과 기타를 들고 있는 레니 크라비츠.

돔 페리뇽과 기타를 들고 있는 레니 크라비츠.

전에 본 적 없는 이색적인 협업이었다. 아티스트 역할 외에도 많은 일을 했다고 들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포토그래퍼,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이번 프로모션의 주제와 방향성을 직접 잡고 사진 촬영도 했다. 촬영한 사진들은 9월 27일부터 뉴욕·도쿄·런던 등에서 차례로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촬영 장소가 된 LA의 맨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협업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돔 페리뇽의 수석 와인메이커인 리샤 지오프로이와 12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존경하는 친구인 그와 언젠가 한 번 함께 작업해보자 생각했는데 이제야 성사됐다.”

돔 페리뇽의 어떤 점이 당신을 사로잡았나.

“돔 페리뇽은 희소성과 차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빈티지 방식(한 해에 생산된 포도만을 사용하는 제조법)을 고집한다. 만드는 과정이 몇 배는 더 까다로운 장인들의 방식이다. 리샤가 빈티지 샴페인을 대할 때의 장인정신이 내가 음악을 대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스스로 정한 규율을 지키며 수년에 걸쳐 샴페인을 완성하는 일은 예술과 같다. 돔 페리뇽의 전통과 역사, 퀄리티를 향한 열정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

레니 크라비츠가 촬영한 돔 페리뇽 광고 캠페인 '셀피(selfie)'.

레니 크라비츠가 촬영한 돔 페리뇽 광고 캠페인 '셀피(selfie)'.

레니는 인터뷰 내내 ‘영감(inspiration)’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이번 프로모션의 주제기도 하다. 사람들 사이에 영감이 오가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그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레니의 딸인 배우 조 크라비츠를 비롯해 모델 출신 배우인 애비 리, 배우 수잔 서랜든과 하비 케이틀,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 영화 ‘블랙스완’의 안무를 담당한 무용가 벤자민 마일피드, 일본의 축구 아이콘 나카타 히데토시 등 국적·분야·연령대가 다양한 유명인사들이다. 레니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색한 첫 만남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시간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 자리엔 물론 샴페인이 있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순간을 즐기는’ 멋진 파티 모습을 떠올렸다. 결혼식·생일처럼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샴페인을 마신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삶이 여기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섭외된 모델들로 스튜디오를 채워 연출하는 파티가 아닌 ‘진짜 파티’를 위해 할리우드 언덕에 맨션을 짓고 친구들을 초대해 그 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어떻게 그 유명인들을 한 데 모았나.

“다양성이 한눈에 보이는 조합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원숙한 신사가 한 명 있었으면 했는데 영화계 전설인 하비 케이틀이 제격이었다. 우아하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진 여성으로는 수잔 서랜든이 떠올랐다. 딸 조 크래비츠를 고른 건 내가 아니다. 돔 페리뇽 스태프들이 제안했고, 결과적으로는 조가 큰 역할을 했다. 조는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10대 시절부터 친구였고, 애비 리와 영화 ‘매드맥스’에 함께 출연했다. 촬영 초반 분위기를 녹이는 데도 딸의 도움이 컸다.”

레니 크라비츠가 벤자민 마일피드를 모델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레니 크라비츠가 벤자민 마일피드를 모델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 모두 흑백이다.

“어둠 속에서 플래시를 강하게 터뜨려 찍었다. 파파라치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진작가 론 갈레라가 즐겨 쓰던 방식이다. 그는 1970년대 뉴욕의 클럽 ‘스튜디오54’에서 수많은 예술가와 유명인사들의 만남을 사진으로 남겼다. 우리 파티도 서로 다른 삶과 예술이 연결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스튜디오54’와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 우린 아무 연출 없이 서로 이야기하고 웃고 저녁을 먹으면서 서서히 하나가 됐고, 밤엔 1층에서 다같이 춤을 추며 놀았다. 파티는 그렇게 ‘진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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