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웠다.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교환하는 얼굴은 굳어 있었다. 전날 순안공항에서 문 대통령을 영접할 때의 여유로운 표정과는 매우 달랐다.
이것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선언'에 서명할 때의 밝은 모습과 비교돼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의 표정이 왜 이리 어두울까?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직전까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요구했다.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행 비행기를 타기 세시간 전에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FFVD를 강조했다. 그것은 김 위원장도 동의한 것이니 남북정상회담에서 확인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19일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은 미국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었다. 핵과 관련한 사항은 ICBM 발사장인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과, 미국 측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한다는 것이었다.
이 '상응조치'에 김 위원장의 미국에 대한 불만이 녹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가 있어야 북한도 비핵화 절차를 밟을 명분이 있는데, 미국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FFVD만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약속할지 고심했을 것이다. 그 복잡한 심경이 얼굴에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최정동 기자